산업수요 중심의 대학지원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윤지관
윤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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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들어 전국의 대다수 대학은 프라임(PRIME)과 코어(CORE)라는 교육부의 대규모 신규 재정지원사업 참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말 기본계획이 발표된 이 두 사업은 전자가 연 총 2000억원 규모에 한 대학 당 최대 300억까지, 후자가 연 600억원 규모에 최대 40억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로서는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물리치기 어려운 당근 뒤에는 채찍이 걸려 있다. 단기간에 대학의 내부구조를 대폭 개편해야 하는 의무가 따르는 것이다. 대학마다 선뜻 나서기보다 이 당근의 부피와 채찍의 강도를 가늠하느라 분주한 것은 이 때문이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의 약어로 대학을 산업수요에 맞추는 방향으로 개편하여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학생교육에 앞장서는 대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국 대상으로 19개 대학을 선정하여 매년 50억에서 300억원까지 3년간 지원한다. 프라임 사업과 거의 동시에 시행되는 코어 사업은 ‘대학인문역량 강화사업’으로, 20~25개 대학을 선정하여 5억에서 40억원까지 3년간 지원한다. 이 두 사업은 그 목적에서나 규모 모두에서 현 정부의 핵심 교육사업이라 할 만하고, 얼핏 보기에 대학을 사회수요에 부응하게 개혁하면서 ‘문화융성’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천명된 셈이며 교육부도 그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대학들의 고심과는 별도로 인문학자를 포함하여 교수 대다수도 이 사업들을 그리 환영하지 않을뿐더러 의혹의 눈으로 보는 것은 왜일까? 몇가지 심각한 근본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근거 없고 방향 설정 잘못된 프라임 사업

 

첫째, 프라임 사업은 산업수요에 따른다는 명분하에 대학 전반의 학사조직 및 정원 조정을 선도적으로 수행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150억원이 지원되는 대형사업은 “진로 취업 중심의 학과개편과 학생중심의 학사구조 개선”에, 그리고 50억이 지원되는 소형사업도 사회맞춤형 학과 등 취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국 당면한 대학의 구조조정 국면에서 취업과 산업적인 요구에 역점을 두어온 현 정부의 방침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산학 위주로 대학이 재편되면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인문학, 자연과학 등 대학 기반의 기초학문 연구가 취약해질 위험이 크거니와, 코어 사업을 통해 보완한다지만 구조조정으로 그 존립근거부터 무너지는 상황에서 인문학 역량강화란 공염불에 불과할 것임은 자명하다. 교육부는 향후 10년간 인력수급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토대로 “국가 전체적인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프라임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다.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학 중심으로 이공계 정원을 2만명 증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방침이 실현되면 통상의 구조조정 이상의 대폭적인 정원감축이 불가피한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 분야가 크게 위축될 것이 예상된다.

 

둘째, 교육부의 이 방침을 뒷받침하는 인력 수요예측은 단기적인 발상일뿐더러 사실과도 어긋나는 허술한 통계조사에 기초하고 있다. 과연 한국 대학에서 공대 졸업생 배출이 부족한가? 최근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공대 졸업생 비율은 23%로 OECD 평균의 2배이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3배, 미국의 4배에 해당한다. 그에 비하면 인문·예술계는 26%로 OECD 평균인 20%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 10년 동안 이공계 중심으로 지원이 집중되고 정원이 조정되어온 결과다. 포항공대 김도연 총장은 한국대학신문의 신년좌담에서 “최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라 10년 뒤에 공학분야 졸업자가 크게 모자란다”는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잘못된 분석’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의 공대 졸업생은 연간 15만명으로 일본 17만명, 미국 24만명보다 적지만, 일본의 4분의 1인 산업규모로 보면 5만명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인 백성기 전 포항공대 총장도 이런 식의 비현실적인 미스매치 주장은 “대학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정책을 입안한 탓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도대체 한국의 대표적 공과대학의 전현직 총장들조차 허구라고 지적하는 근거를 내세워 대학 본연의 연구기능을 위축시킬 것이 분명한 구조조정 방침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셋째, 경쟁을 통한 이런 방식의 대학 재정지원은 교육부가 내세우는 대학경쟁력 제고와 무관하고 오히려 거기에 역행한다. 프라임이든 코어든 한정된 국가재원이 경쟁에서 이긴 일부 대학에 몰리면 여타 대부분 대학의 재정위기는 더 악화될 것이다. 이는 서구 대학들의 국가 재정지원이 상호경쟁이 아니라 교부금 형태로 운영되는 것과 대비된다. 작년의 특성화사업이 그러하듯 대학들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적자생존식의 지표경쟁에 내몰리고 다행히 지원을 받은 경우에도 졸속 특성화를 단기간에 하느라 허겁지겁 기금을 허비하기 일쑤다. 국내 대학끼리의 순위경쟁이 진정한 경쟁력과 무관할뿐더러 지속적인 연구기반을 조성하는 데 장애요인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논문 양이 많아지고 지표도 상승했지만 실질적인 연구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믿는 교수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학의 토대가 무너지기 전에

 

정부의 그릇된 통계조사에 근거한 인력 미스매치 운운에 현혹되어 더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로 몰리면 향후 공대 졸업생의 취업률이나 취업의 질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이것이 이들만의 불행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산업수요 중심의 대학구조조정이 10년간 지속되면 연구공동체로서의 대학의 토대는 무너지고 한국 대학의 국제경쟁력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다. 당장의 실적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대학정책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랄 뿐이다.

 

 

윤지관 / 덕성여대 교수, 한국대학학회 회장

2016.2.17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