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개혁연대’로 연합정치의 대미를 장식하라!

최태욱

최태욱 /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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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의기투합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신당을 만들어가고 있다. 높은 수준의 연합정치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합당의 핵심 명분은 기득권 체제를 타파하여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새로운 민주체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 명분에 따라 새 정치 구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선 먼저 그 기득권 체제를 작동하는 핵심 기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그래야 그 기제에 변화를 줌으로써 기득권 체제를 고쳐갈 수 있다.

 

기득권 세력들이 민의를 무시하거나 왜곡하고 자기들끼리 정치권력을 함부로 나눠 가질 수 있는 독과점 민주주의가 지금까지 존속돼온 까닭은 무엇보다 지역주의와 결합하여 작동하는 소선거구 일위대표제 때문이다. 15대 총선의 경우를 보자. 충청 지역에서 당시 지역패권을 쥐고 있던 자민련은 47%의 득표로 85.7%의 의석을 차지했다. 지지율에 비해 두배 가까이나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계속되는 민의왜곡 효과의 심각성

 

반면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은 27.8%의 득표율을 올렸으나 의석점유율은 10.7%에 머물렀다. 지지율의 반에도 못 미치는 의석을 배분받은 것이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기반인 영남 지역에선 사정이 전혀 달랐다. 신한국당의 득표율은 42.3%였으나 의석점유율은 무려 67.1%에 달했다.

 

이러한 민의왜곡 현상은 16·17·18대 총선에서도 계속됐고, 가장 최근에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남 지역에서 새누리당은 54.7%만의 득표로 전체 의석을 거의 싹쓸이(94%)하였다.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20.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나름 선전하였으나 의석점유율은 고작 4.5%에 그치고 말았다. 민주당의 이 득표율은 15대 총선에서의 12.1%에 비해 두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나, 선거제도의 불비례성으로 인해 의석점유율은 15대 당시의 3.9%와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호남 지역은 단연 민주당의 아성이었다. 민주당은 53.1%의 득표율로 75%의 의석을 가져갈 수 있었다.

 

이같은 역대 총선 결과는 지역주의가 엄존한 상황에서 소선거구 일위대표제가 지역기반 정당들에게 얼마나 편향적 혜택을 주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역 정당 출신 후보는 아무리 경쟁이 치열할지라도 소위 지역 프리미엄이 있으므로 ‘외지’ 정당이나 전국 정당 출신의 막강한 경쟁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반드시 50%가 넘는 득표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경쟁자들에 비해 단 한표라도 더 얻으면 1위로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는 필요하면 언제든 지역감정에 호소하여 지역표의 동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정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여기서 2위 이하에게 던져진 표는 모두 사표(死票)로 처리될 뿐이다. 무수히 많은 유권자의 선호가 완전히 무시되는 것이고 따라서 국회의석이 국민의 정당지지율에 비례하여 분배될 리는 없다. 이것이 한국 선거제도의 민의왜곡 효과이며, 지역기반 정당들의 독과점 체제가 유지되는 까닭이다.

 

지지정당에 따라 표의 가치가 달라진다?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이 심각한 불비례성은 ‘표의 등가성’을 파괴함으로써 1인 1표의 평등원칙을 허울뿐인 것으로 만들어놨다. 17대 총선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지역구 1석당 평균 투표수를 계산해보면, 열린우리당은 69,439표였으나 민주노동당은 460,114표였다. 이는 각 지역구에서 2위 이하를 한 민주노동당 후보가 유난히 많았음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간 표는 모두 사표로 처리됐기에 전국 득표수에 비해 국회의석수가 그토록 적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7만명 정도면 국회의석 하나를 만들 수 있었으나,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그 7배에 가까운 46만명 이상이 모여야 겨우 한 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표 가치는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7배나 높았다는 것이다.

 

이념뿐 아니라 지역 변수로 인해서도 표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19대 총선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울경에서의 지역구 1석당 평균 투표수는 새누리당 49,728표, 민주당 357,406표였다. 이 경우에도 새누리당 지지자의 표 가치는 민주당 지지자의 7배였던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이 부울경 지역에서 25%를 득표하고도 지역 총 의석 39석의 7.7%에 해당하는 고작 3석만을 건지게 된 까닭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51.2%의 득표율만으로도 92.3%인 36석을 독식하다시피 가져갈 수 있었다. 민의왜곡 기득권 체제는 이런 식으로 강고해져만 갔다.

 

진정한 연합정치는 선거제도의 개혁에서부터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이러한 정치체제에서 자신의 비참하고 억울한 상황을 정치적 해법을 통해 돌파할 수 있기를 기대해왔던 노동자와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상공인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각자 자구책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고, 사회적 불안과 갈등은 심화·확대 일로를 치달았다. 한국은 사회통합의 위기에 휩싸인 것이다.

 

그러한 점에 초점을 맞추어본다면, 기득권 체제의 양축 중 하나였던 민주당이 바로 그 체제의 타파를 주창해온 새정치연합과 뜻을 같이하여 한 당으로 뭉치기로 한 것은 가히 구국적 결단이라 평가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의 일원으로서 구체제 작동의 핵심 기제인 소선거구 일위대표제 중심의 현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혁의 방향은 물론 비례성의 획기적 제고이다. 그 경우 진보세력은 물론 합리적 보수세력도 그 개혁 물결에 합류할 수 있다. 민주당이 새정치연합과의 합당으로 이룬 수준 높은 연합정치는 이제 초당파적이며 초이념적인 ‘선거제도개혁연대’로 그 폭을 더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개혁연대세력이 국민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2016년 총선에서 국회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면, 선거제도의 개혁을 출발점으로 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제도개혁연대의 성사를 통해 연합정치의 대미를 장식해주길 고대한다.

 

2014.3.1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