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으로 보는 한미FTA

이해영

이해영 |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고위급 ‘밀실’ 협상을 앞두고 한미FTA가 초미의 관심사다. 역시 한국은 쉬운 상대였다. 처음부터 ‘4대 선결조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퍼주기가 막판까지 한결같다. 미국이 무어라 들이대도 어차피 타결해줄 터, 밀린 현안의 종합정리면 족하다. 하지만 너무 퍼주다 여론 관리에 소홀했는지, 정치권을 비롯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해서 조·중·동·문·재벌지 등 ‘신여권’ 신문이 반대진영을 쏘아보는 눈초리가 짐짓 독살스럽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구여권’ 정치인, 시민사회를 향해 심지어 ‘무책임’하다고 꾸짖는다. 과연 그럴까.

(1) 모든 FTA는 무엇보다 관세철폐가 목표이다. 2005년 한미간 교역액(수출 413억달러, 수입 306억달러, 108억달러 흑자)을 기준, 양국간 관세가 없어졌을 때 나타날 득실을 씨뮬레이션해보자. 관세율이 현행 미국 3.7%, 한국 11.2%인 조건에서 관세가 100% 철폐되었을 경우, 한국의 수출상품은 15.3억달러, 미국의 수출상품은 34.2억달러로 미국이 2배 이상의 추가적인 이득을 보게 된다. 그런데 관세철폐율을 80%로 기준할 때 한국은 12.2억불, 미국은 27.4억불로 미국의 이익은 15억달러로 줄어든다. 이 말은 관세철폐율, 즉 개방폭이 커질수록 미국은 FTA로 인해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됨을 의미한다. 9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 관세철폐율로 볼 때, 한국의 대미수출보다 미국의 대한수출이 최소 2배 이상의 실익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2) 한미FTA는 관세장벽뿐 아니라 비관세장벽의 철폐를 목표로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이 미국의 반덤핑 등 무역구제 관련법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로 인해 지난 25년간 약 373억달러 연 15억달러 정도의 수출손실을 입었다. 무역구제법의 개선은 우리측의 ‘전략적’ 목표였고 그래서 15개항 정도의 개선요구를 제시했지만, 5개 정도로 금세 주저앉았다. 이 과정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제로잉(zeroing)* 조항을 포기했다. 미국측 연구에 따르면 무역구제 각 조항 가운데 제로잉이 차지하는 비율이 86%이다. 우리의 수출손실 연 15억불 가운데 약 13억불에 달한다. 따라서 제로잉 등 핵심조항이 제외된 조건에서 나머지 요구를 미국이 다 수용하더라도 실익은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3) 미국의 자동차 관세 2.5%가 ‘즉시 철폐’될 경우 3.4억달러(4%)의 수출증가를 자동차공업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15년 뒤 관세철폐안을 내놓고 10년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한미FTA가 10년 유효하다고 할 때, 자동차산업이 10년 뒤 관세철폐를 통해 얻을 실익은 사실상 없다. 관세철폐 여부와 무관하게 정부는 우리의 자동차세제를 개편할 것이라고 한다.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수는 연 40억달러에 달하고 전체 지방세의 16%(2003년)를 차지한다. 물론 그 전부는 아니겠지만 결국 다른 목적세 신설을 통해 메워야 할 상당규모의 세수결함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미의회는 자동차와 관련해서 자국 관세철폐와 OECD평균 수준, 즉 한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20%를 연동시키고자 한다. 2006년 10월 현재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4.22%(신규등록 780,984대 중 32,963대)로, 국가별로 보면 미국 0.58%, EU 2.42%, 일본 1.13%, 기타 0.10%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요구하는 수입차 국내시장 점유율 20%는 현재보다 5배 이상의 시장점유율 증가를 의미한다. 만에 하나 미국 차 역시 이 정도 판매증가를 기록할 경우, 그 매출액은 2005년 1.4억달러에서 7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다.

(4) 쇠고기의 경우 2003년 수입규모가 23만톤, 8억달러였다. 주의할 대목은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된 이후 흔히 말하듯 그 물량이 호주산으로 대체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주산은 2003년 이후 단지 매년 2만여톤의 수입증가를 보였을 뿐, 나머지 물량은 수입이 감소된 채 유지되었다. 쇠고기 수입재개로 인해 2003년 수준이 회복된다면 미국으로서는 막대한 실익이 기대된다. 여기에 수입관세 40%가 철폐되거나 감축될 경우 국내 소 사육농가 및 축산농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5) 한미FTA는 사상 최대 규모의 농산품 시장개방을 의미한다. 실제 예외품목도 10개를 유지할지 의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쌀을 제외하더라도 연 18.5억달러의 피해가 예상된다. 쌀을 포함한다면 그 규모는 88억달러로 늘어난다. 쌀’만’은 지키더라도 그 피해규모는 상당할 것이다. 2004년 한미 쌀협상이 완료되었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쌀을 ‘선결과제’로 제외하지 못한 것은 협상전략의 실패로 봐야지, 그것을 지켜서 잘했다고 칭찬할 일이 아니다.

(6) 의약품과 관련해 한국은 이미 하기로 되어 있던 약가 적정화 방안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를 FTA협상과 연계시켜 미국은 사실상 이를 무력화시킬 20여가지에 달하는 각종 요구를 내놓았고, 그중 핵심이라 할 특허권 연장, 자료독점권 등의 요구는 결국 우리측이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약가인상 등으로 국내 소비자의 피해액이 연 1.2억~2.5억달러(보건복지부 추산) 혹은 최소 연 20억달러(보건의료단체연합 추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7) 섬유의류는 우리측이 가장 공세적인 부문이다. 섬유협회는 미국의 섬유류 관세철폐와 원산지 관련 원사기준(얀 포워드Yarn Forward 원칙) 완화시 기대이익을 연 2~4억달러 수출증가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작년 12월 섬유관련 고위급회담 이후 우리는 이 요구를 대폭 완화했고,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에서는 그 결과 기대이익을 0.2억~0.4억달러 규모로 보고 있다.

이상 주로 상품분야에 관련된 핵심쟁점을 놓고 볼 때 다음이 확인된다. 첫째, 처음부터 별 얻을 것이 없었음에도 그나마 우리에게 실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 특정 부문(자동차, 무역구제, 섬유의류)은 협상과정에서 그 기대이익이 대폭 축소되고 있고, 둘째, 우리가 방어적인 부문(의약품, 농산품, 쇠고기)에서 미국의 기대이익은 지속적 공세를 통해 대폭 확대되고 있다.

그래도 상품수지가 흑자인 데 비해, 써비스수지는 만성 적자이다. 미국은 상품부문은 최악의 적자국가이지만 써비스부문은 최강의 흑자국가 가운데 하나임에 유의해야 한다. 2005년 현재 대미 써비스수지는 -40억달러로 한미FTA와 관계없이 매년 적자폭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학이나 연수 등으로 인한 여행수지(-33억달러), 특허권 등 사용료, 즉 지적재산권 상의 로열티 지급(-21억달러), 법률·회계·컨설팅·광고 등 사업써비스수지(-8.7억달러)로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이 부문의 적자는 FTA 이전과 비교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을 염두에 두고 비상품분야 쟁점들을 살펴보자.

(8) 투자분과협상에서 우리측이 수용(expropriation)에 대한 ‘투자자-정부소송제'(ISD)를 국내 구제절차로 대신하려고 하다 협상에서 밀리자 곧 접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투자자-정부소송제는 이미 합의되었고, 그에 더해 위헌적인 간접수용도 이미 합의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쟁점은 고작 ‘부동산’ ‘과세’ 등을 협정문의 맨 마지막 예외항목에 들어 있는 ‘보건, 안전, 환경’ 뒷자리에 삽입할지 여부로 형편없이 왜소화되었다. 설사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는 ‘결단’을 내린다 하더라도, 문안 작성에서는 ‘shall'(예외로 한다)이 아니라, ‘may'(해도 된다) 내지 ‘can'(할 수 있다) 식으로, 즉 조동사를 통해 한정한다든지, 아니면 본문이 아니라 각주 또는 이면합의(side letter) 형태로 할 것이 예상된다. 특히 쎄이프가드(외환위기시 외환거래 일시중지)를 미국이 인정하는 조건으로 이에 대한 투자자-정부소송제 적용을 우리가 수용할 경우, 향후 IMF위기 같은 외환위기가 오더라도 이후의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우려돼 쎄이프가드 발동이 사실상 제약당할 수 있다. 2004년 기준 미국의 대한 포트폴리오투자(FPI)가 736억달러로 한국의 그것보다 6배 많은 조건에서, 그것도 거의 대부분 주식투자에 집중된 조건에서 한미FTA 투자챕터는 그 자체로 최악의 선택이다.

(9) 한미FTA는 WTO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을 넘어서는 ‘TRIPs Plus’ 협정이다. 2004년 만료된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연장하기 위해 미-호주FTA에서 채택된 저작권 보호기간 20년 연장안은 대미 써비스무역 적자에서 로열티 지급이 대표적인 부분이라는 점에서 수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특히 세계최강의 지재권 강국인 미국을 상대로 하는 협정에서 미국의 표준을 수용하는 것은 미래 지식기반산업의 인프라를 스스로 훼손하는 제 발등 찍기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미국형 FTA에서 TRIPs Plus는 한번도 포기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결국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10) 방송사 소유지분, 방송쿼터, 스크린쿼터, 디지털콘텐츠 분야 역시 문화산업의 제도인프라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막대하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살아남은 것이 놀라울 정도다. 현재 이에 대한 한국의 미래유보와 미국의 현행유보로의 변경요구가 막판 쟁점이 된다. 만에 하나 스크린쿼터, 방송쿼터가 미국의 요구대로 현행유보로 타결될 경우, 이후 한국은 스크린쿼터, 방송쿼터는 오직 줄이기만 할 뿐 ‘단 하루도’ 늘리지 못한다. 다른 쟁점에 ‘끼워 팔기’가 우려되는 분야이다.

(11) 관세, 비관세장벽과 더불어 한미FTA에는 원칙협상이란 것이 있다. 써비스·투자·지재권 등 유보안과 관련된 네거티브 리스트, 즉 유보되지 않은 모든 미래산업은 자동 개방된다는 원칙, 즉 현행 유보된 분야는 오직 한 방향, 곧 더 많은 개방으로만 진행되는 래칫(ratchet) 원칙은 사실 투자자-정부소송제만큼 위험하고 주권침해적이다. 하지만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이미 합의된 상태이다. 이 못지않은 독성을 지닌 조항이 분쟁해결 챕터 중 ‘비위반제소’이다. 예를 들어 향후 한국에서 약가 적정화 방안을 시행한다고 하자. 물론 이는 협정 위반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제약회사는 이로 인해 자신들의 투자, 곧 특허라는 지적재산권에 따른 ‘합리적 기대이익’이 침해받았음을 이유로 미국정부로 하여금 한국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오직 미국만이 주장하는 이 조항을 특히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 한국정부가 수용할 것인지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12) 경제규모로 볼 때 1,500만달러 정도에 불과한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인정문제는 북미관계 개선과 더불어 여전히 쟁점으로 살아남았다. 한국정부의 체면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미국이 수용할 법하지만 여전히 그 전망은 불투명하다. 설사 부시 대통령이 수용하더라도, 미의회가 이에 동의할지 미지수다.

(13) 한미FTA는 한국의 통상씨스템에 내장된 심각한 제도결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첫째로 미국 주정부의 비합치조치에 대한 포괄적 유보문제이다. 사실 한미FTA는 미합중국 ‘연방’정부와 체결하는 것이므로, 주에 대해서는 오로지 주정부의 동의하에서만 구속력을 발휘한다. 몇개의 주가 한미FTA에 동의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균형잡힌 협정이 되려면 사실 우리의 지방정부에도 선택권, 아니 최소한 발언권이라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예컨대 제주도지사가 감귤만은 살려달라고 미협상단에 애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둘째, 한미FTA는 우리에겐 조약이지만 미국에겐 행정협정(executive agreement)일 뿐이다. 우리 헌법에 규정된 대로 조약인 한미FTA는 국회 비준동의 이후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지닌다. 반면 미국의 행정협정은 미연방법과 비교해 법적 지위가 애매하거나 그 하위에 놓인다. 셋째,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라 미의회는 협상전략을 비롯한 모든 관련 사안에 대해 보고받고 또 ‘협의’할 권한이 있다. 반면 한국국회는 헌법에 ‘체결에 대한 국회동의권’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관련 정보를 사후에, 그것도 행정부가 원하는 것만, 더구나 수정 없이 오직 가부만 결정할 수 있다. 넷째, 한미FTA는 헌법을 포함 최소한 100개 이상의 현행 법률의 개폐를 요구한다. 하지만 행정부가 조약체결을 통해 사실상의 법개정 효과를 기대하는 것과 이를 입법부인 국회에 보고하고 사전동의를 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한미FTA와 관련해 행정부가 언제 법개정 사항을 놓고 국회와 협의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사실 한미FTA를 둘러싼 우리 사회 갈등의 상당부분은 ‘제도개혁’을 통해 얼마든지 회피 혹은 적어도 관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그에 다다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한미FTA, 실익을 논하기조차 민망한 한미FTA,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최대다수가 약간 더 행복해지는 길이다.

* 제로잉: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덤핑관세율을 높이는 정책 중 하나.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만 덤핑마진으로 산정하고 수출가격이 높은 경우(負의 마진)에는 마이너스로 계산하지 않고 ‘0’으로 계산하는 방식 – 편집자.

2007.03.20 ⓒ 이해영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