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퇴직 노동자의 비극을 종식시키는 길

김대호

김대호 /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청산 위기에 몰린 쌍용자동차가 2,646명의 감원계획이 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은 2009년 4월 6일 이후, 자살과 스트레스성 돌연사(심근경색 등) 등으로 유명을 달리한 쌍용차 해고·퇴직·휴직 노동자와 그 배우자가 총 14명이라고 한다. 그중 5명은 지난 11월 이후 불과 5개월 사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외에도 자살미수, 정신이상, 신용불량, 이혼 등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정말 ‘해고는 살인이자 가정파괴’라는 말이 이토록 실감난 적이 없다.

 

이에 지난 3월 3일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의원들과 민주노총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의 잇단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정부가 희생자에게 사과하고 사태해결에 나설 것”과 “마힌드라(쌍용차 인수업체)는 8·6합의를 이행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설 것,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철회하고 정리해고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나도 이런 정치권의 입장에 대체로 공감한다. 하지만 기자회견의 주체들 역시 이 비극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이 겪는 비극을 지켜보다보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의문들이 솟구친다.

 

그들은 왜 극단적 선택에 내몰렸나 

 

첫째, 경기도, 평택시, 노동부, 회사, 노조, 민주노총 등이 2009년 8·6합의 이후, 특히 고독과 생활고가 뼛속 깊이 파고드는 2010년 초부터 정신적·물질적 충격을 완화할 긴급구호대책으로 무엇을 내놓았느냐는 것이다.

 

둘째, 수백명의 사무기술직은 접어두고라도 ‘악’ 소리 한번 못 내고 쫓겨난 2,000명 이상의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자동차산업의 전후방 연관효과로 볼 때 모기업 감원 인원보다 수가 더 많고 근로조건은 훨씬 열악했던 수천명의 협력업체 해고·퇴직 노동자의 근황은 어떠한가 하는 것이다. 이들도 극심한 생활고를 겪긴 했지만 쌍용차 해고·퇴직자 같은 극단적 선택은 없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셋째, 2001년 2월 대우자동차에서 정리해고된 1,750명의 노동자와 쌍용차 해고·퇴직 노동자의 확연한 차이는 무엇 때문인가 하는 점이다. 대우차 노동자들은 2003년 봄부터 2006년 여름까지 몇차례로 나뉘어 복직희망자 전원인 1,609명이 복귀했는데, 복귀 전 몇해 동안 극심한 생활고를 겪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단 한명의 자살자도 없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미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갈등과 비교하면

 

넷째, 미국과 한국을 놓고 볼 때 두 나라가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것은 마찬가진데,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비용 및 후유증에서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자동차산업은 원래 경기변동과 차종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따라 부침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해고와 휴폐업이 다반사이다. 수십년간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로 군림하던 GM은 2009년 6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후 미국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12개 공장을 폐쇄하고,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 형식으로 21,000명을 감원했다. 역시 파산보호신청을 한 크라이슬러도 4개 공장을 폐쇄하고 27,000명을 감원했다. 미국 ‘빅3’ 중 유일하게 파산보호를 피했던 포드의 구조조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0년 초에는 GM의 유럽 자회사 오펠(OPEL)이 벨기에(앤트워프) 공장을 폐쇄하고 2,600명을 정리해고했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예외없이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항의시위가 벌어진다. 하지만 한국처럼 수십톤의 인화물질이 있는 도장공장을 점거하여 그야말로 결사항전하고, 쇠파이프와 새총이 등장하고 진압 헬기가 뜨는 격렬한 충돌은 없다. 또한 자살 등 구조조정 후유증도 훨씬 덜하다.

 

도대체 쌍용차는 뭐가 잘못된 것일까? 사회안전망이 취약해서? 그러면 쌍용차 생산직(노조원)에 비해 처우수준이 훨씬 열악하고 퇴직금조차 없기 십상이며 고용보험 혜택에서도 더 철저히 소외된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는 원래 가난과 불안을 잘 견디는 별종 인간인가? 게다가 사회안전망에 관한 한, 한국 못지않게 열악한 미국에서 비교적 가벼운 후유증을 겪고 넘어갔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부문간 임금격차 낮추고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쌍용차 해고·퇴직 노동자가 겪는 처절한 비극의 비밀은 자동차회사 생산직(정규직)의 고용임금 수준이 수많은 협력업체를 포함한 제조업 노동시장의 그것과 엄청난 격차가 난다는 점에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의 비교적 가벼운 구조조정 후유증은 튼실한 사회안전망 덕분이라기보다는, 완성차회사와 외부 노동시장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이는 해고·퇴직 노동자가 다른 기업, 산업으로 어렵지 않게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원청대기업과 하청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엄청난 격차는 노동의 양과 질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압도적으로 기업의 수익성 및 노조 교섭력의 산물인 것이다.

 

1인당 GDP를 기준으로 선진국과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가치생산 사슬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협력업체의 임금수준이 너무 낮다기보다는 완성차회사의 임금수준이 너무 높다. 당연히 상향평준화는 해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향평준화도 해법이 아니다. 사회임금의 상향은 필요하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 요컨대 이 크고 부당한 격차를, 연대임금제와 중향평준화 개념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대기업 정리해고는 ‘살인이자 가정파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쌍용차 비극의 근본 해법은 명확하다. 기업(부문) 간의 고용임금 격차를 줄이고, 임금수준은 노동의 양·질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전반적 임금수준을 높이고, 시장수준에 비해 임금이 너무 높은 곳은 연대정신을 발휘하여 최소한 상승률이라도 낮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산별노조가 필요하다. 어쩌면 노조의 파업찬반 투표시 다른 이해관계자에게도 투표권을 주어야 할지 모른다. 정당이 당원이 아닌 지지자들에게 투표권을 주듯이. 이와 더불어 사회임금과 사회안전망을 상향조정해야 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복직의 희망이다

 

그런데 지금 쌍용차 해고·퇴직 노동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근본대책이 아니라 긴급대책이다. 핵심은 노사정이 합심하여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은 가난, 고독, 불안이 극심해서가 아니라 희망의 빛을 찾지 못해서 무너지는 법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보여주어야 할 희망은 대우차(GM대우) 노사의 사례처럼 회사가 정상화하면 순차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경영정상화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살아남은 임직원들이 십시일반을 해서라도 8·6합의에 따라 소규모라도 무급휴직자의 복귀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두번째로 보여주어야 할 희망은 노사관계가 환골탈태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이는 노사가 서로의 고뇌를 이해하고 관용하는 자세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쌍용차 정리해고사태를 신자유주의, 주주자본주의, 먹튀투기자본의 소행이자 자본과 노동의 대리전으로 간주하는 한, 노사관계는 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칼자루를 쥔 사측의 관용도, 살아남은 임직원들의 연대정신도 발휘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쌍용차 노사와 평택시는 GM대우차 노사와 인천시로부터 배워야 한다. 특히 노조는 민주노총의 투쟁노선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노사간 신뢰를 쌓아 끝내 정리해고자 전원 복직의 쾌거를 이뤄낸 대우차 이성재 노조집행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2011.3.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