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박근혜가 방송장악의 주범

조준상

조준상 / 공공미디어연구소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은 다섯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고, KBS본부는 파업 석달여 만에 회사와 힘겨운 협상을 통해 업무에 복귀했다. 언론노조 위원장은 20여일을 단식하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지켜보는 이도 갑갑하고 안타깝고 분노가 치민다. 하물며 싸우고 있는 당사자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짐작이 간다.

 

애초 서울MBC의 파업 배경에 그리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MBC 구성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과 전체 MBC의 명실상부한 공영방송화를 요구하며 동조파업에 들어간 이후, 4·11 총선에서 세력교체 실패 뒤 기약 없는 파업 장기화로 치달으면서 김사장에 대한 분노로 마음이 추슬러지는 건 인지상정이었던 듯싶다.

 

누가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는가

 

김사장이 받고 있는 혐의 가운데 이미 사실로 드러난 증거에만 비춰볼 때도, 그는 용퇴함이 마땅하다. 공영방송 사장이 공금을 저렇게 화끈하게 개인 쌈짓돈처럼 주무르고, 공식적인 업무처리 계통은 뒷전인 채 사기업에서 일처리하듯 하는 이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이런 잘못이 뒤늦게나마 폭로됐으면 마땅히 물러나야 하건만, 자신은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다면서 진실 공방을 하자고 버티고 있다.

 

어차피 그에게서 자신을 임명한 ‘주군’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 이외에 공영방송의 윤리성이나 책무성을 털끝만큼도 기대할 수 없다면, 남는 건 결국 감독절차이거나 사법당국의 힘이다. 감독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파업까지 올 리도 없을 테지만, 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여당추천 이사들은 해임안을 부결시킨 채 모르쇠로 일관하며 김사장을 거들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MBC 구성원들이 제기한 김재철 사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 될 텐데 감감 무소식이다.

 

김사장에 대한 현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호세력에는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그는 방송파업에 대해 은근한 무시로 일관하며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떼고 있다. 지금까지 그에게는 ‘방송장악의 방조범 내지 방관자’라는 딱지가 따라다녔다. 이제는 ‘방송장악의 주범’이라고 불러줘야 한다.

 

공영방송의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하다

 

MBC를 비롯한 장기 방송파업 사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정치적 해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권교체’는 너무 불확실하고 해법이라 하기에 여전히 너무 멀리 있다. 오는 8월에는 서울MBC의 감독기구인 방문진 이사의 임기가 끝나고 새 이사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의 선임절차와 방식을 바꾸는 법을 개정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의 국회 개원 협상은 지루하기만 하고,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합의로 공영방송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포괄적으로 재편하는 법 개정(정확히 말하면 개정 약속 합의)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정치적인 해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권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거버넌스 구성을 19대 국회에서 최우선하여 처리한다는 대국민 공동선언이 필요하다. 여야 정당들을 비롯해 거론되는 모든 대선 주자는 물론, 책임있는 언론시민단체들까지 망라되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이 포괄적인 거버넌스 의제에 정수장학회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 부산일보 사태에서 보듯이, 이는 편집 자율성과 관련해 해고가 자행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언론장악이다. 정수장학회 전 이사장이자 새누리당 대표인 박근혜씨가 ‘난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언론장악에 대한 저항을 성과로 이어가려면

 

이런 구속력있는 대국민 약속과 포괄적인 합의 속에서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을 통해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거버넌스의 구체적인 모습을 밝히면 될 것이다. 이에 앞서, 8월(KBS와 MBC)과 9월(EBS) 공영방송 이사회의 교체과정은 대국민 약속과 합의에 대한 존중의 진정성을 시험받는 첫 가늠대가 될 것이다.

 

정치권 밖에 있는 이의 순진하고 낭만적인 기대일지도 모르겠다. 불확실한 대선정국을 앞두고, 짧게는 장기 방송파업의 고통과 분노로부터, 길게는 현 정권 초기부터 벌어진 언론장악에 대한 줄기찬 저항으로부터 미래를 위한 일정한 성과를 탄생시키기 위한 고민은 이 정도다. 다만, 이런 정치적 해법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외면하는 박근혜가 ‘방송장악의 주범’이자 사실상 ‘도둑×’이라는 것에 대한 확실한 전선이 쳐져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2.6.20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