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 이대로는 피할 수 없다

김영환

김영환 /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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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적조가 발생했다. 해양수산부 집계에 따르면 남해와 동해를 휩쓴 적조에 의해 폐사한 물고기가 올해만 2700만마리, 피해액은 약 2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바다에 삶을 걸고 살아가던 피해 어민들의 속 타는 마음을 숫자만 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 어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선을 동원해 바닷물을 뒤집고 황토를 뿌려보았지만 이미 벌어진 적조 재앙을 사람의 손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적조는 자연재해지만 원인은 사람과 관련이 있다. 적조의 원인인 부영양화는 인간의 육지활동에 의해 과도하게 발생한 영양염류(인, 질소 등의 유기물질)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발생한다. 이러한 영양염류는 유해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어 적조를 확산시킨다. 하지만 적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피상적이다. 적조를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기술을 개발한다거나, 적조 발생 시 양식어류 조기 방류 등 피해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식이다. 어디에도 적조의 원인을 차단하겠다는 적극적인 대책이 없다. 20년째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산업공정에서 발생하는 유기성 폐수와 슬러지를 정화하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 버리고 있기도 하다. 폐기물 해양투기 방지를 위한 런던협약 및 런던의정서 가입국 중 유일한 해양투기 국가인 것이다.

 

한국, 유일한 폐기물 해양투기국

 

이러한 정책적 오류는 바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한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인 해양국가라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바다를 그저 개발과 이용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을 뿐 보호의 시각은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개선의 노력이 있다가도 그것이 개발논리와 부딪힐 때면 보호 의지는 여지없이 사라진다. 해양투기의 경우, 바다가 알아서 해결해줄 것이라고 치부하고 지난 25년간 바다에 버린 축산분뇨, 인분, 산업폐수, 음식물쓰레기 등이 모두 1억 3천만 톤에 달한다. 모두 산업계의 정화비용을 아끼기 위해 버린 것들이다. 이러한 폐기물들은 바닥에 쌓여 바다를 황폐화하고 적조를 일으키는 플랑크톤에게 먹이를 공급한다. 더군다나 새만금처럼 하수종말처리장 수십개의 정화능력을 가진 넓은 갯벌들은 지역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방조제를 쌓아 개발된다. 갯벌이 줄어들수록 자연의 정화능력이 떨어져 적조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바다를 향한 과욕은 이뿐이 아니다. 태평양의 참치를 싹쓸이하며 전세계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한국의 참치 원양업체들은 지금도 치어나 멸종위기 해양생물들을 함께 희생시키는 FAD(집어기)를 이용해 어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참치가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될 날이 멀지 않다. 또한 고급 식재료로 인기를 끌고 있는 남극의 메로(이빨고기)는 생애주기가 아직 다 파악되지 않는 등 연구와 보존이 필요한 생물로, 매해 어획량을 EU와 여러 조약국들이 참여하는 남극 해양생물자원 보존위원회(CCAMLR)에서 공동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한 원양업체가 이 규정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4년 연속 메로를 남획해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해당업체는 블랙리스트에 등재될 예정이었으나, 우리 정부대표단이 대놓고 나서서 불법행위를 두둔해 간신히 블랙리스트에서 벗어났다.

 

연근해 어업의 경우 이상기온이나 남획 등으로 생산량이 줄면 아직도 일부 어민들은 생태계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깃대종인 밍크고래나 돌고래 탓을 하며 일명 ‘솎아내기’를 통해 포경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해양수산부는 고래 개체수를 이야기할 때 ‘자원량’이라는 표현을 가끔 사용하는데 이 말 속에 포경으로 인한 경제적 기대가 숨어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바다 보호는 인류 생존의 문제

 

바다는 지구 생태계의 모든 것을 지탱한다. 하지만 한국의 해양정책은 마치 바다가 육지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바다를 이용하고 개발만 하기에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온을 조절하고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바다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류 생존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는 기후변화 역시 대부분 바다의 문제다. 해수면의 상승은 빙하가 녹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표면적의 70%를 덮고 있는 바닷물의 부피가 팽창해서 일어나는 것이며, 최후의 결정적이고 급격한 기후변화도 온난화 때문에 해수의 순환이 끊기거나 북극 해저에 묻혀 있는 메탄가스의 방출 등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지금도 바다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저장하면서 기후변화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삼면이 바다고, 배를 잘 만드는 조선업 강국이고, 해양엑스포를 개최한다 할지라도 바다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이 개발 일변도에서 바뀌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보호의 균형을 잃은 개발은 파탄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황토를 뿌려도 밀려오는 적조를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은 바다의 반작용을 이길 수 없다. 매년 반복되는 적조는 우리나라 해양정책에 대한 경고의 ‘빨간불’일지 모른다.

 

2013.9.4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