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수해지원 무산과 남북간 민간 교류

강영식

*지난 9월 12일자 창비주간논평 〈북한의 수해지원 제안 수용과 남북간 민간교류〉가 게재된 이후, 북측은 이틀 전 우리 정부의 수해지원 제의를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돌연 바꾸고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변화된 상황에 대해 필자인 강영식 사무총장이 다시 글을 보내왔습니다–편집자

 

강영식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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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수해지원 제의에 북측이 결국 거부를 표하면서 올해 정부 차원의 대북 수해지원도 무위에 그치게 됐다. 현 정부에서 그나마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허망하게 끝난 것 같아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12일 우리 정부의 대북 수해지원을 거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어제 오후 북측에 밀가루 등의 지원 품목을 담은 통지문을 보낸 데 대해 북측이 오늘 오후 ‘그런 지원은 필요없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밝혔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우리 정부가 제시한 지원 품목과 수량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최종 거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정부는 당초 지난 3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측에 수해지원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10일 통지문을 보내 남쪽 정부의 수해지원 제의를 수용한다면서 “지원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11일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하고 긴급 수해지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밀가루 1만톤과 라면 300만개, 의약품, 기타 물품 등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보내고자 한다”고 지원 품목과 수량을 북측에 제시했다. 정부는 북측이 원하는 품목은 추가로 협의할 수 있다는 뜻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계획도 북측의 거부 의사를 막지는 못했다.

 

사실 수해지원 물품에 대한 남과 북의 의견 차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측은 10일 남측의 제의를 수용하는 통지문에서 “작년과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영유아용 영양식과 초코파이, 라면 등 생필품 위주로 50억원 규모의 수해지원을 추진했지만, 북측은 식량이나 시멘트, 복구장비 등을 통 크게 지원해달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침묵으로 일관, 지원이 결국 무산된 바 있다.

 

북측은 당연히 올해도 식량과 시멘트, 복구장비 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조선적십자회 대변인은 1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쌀이나 시멘트, 복구용 장비는 다른 곳에 전용될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런 것은 절대로 지원할 수 없다고 공공연히 줴쳐댔다(떠들어댔다)”며 이들 품목에 대한 정부의 지원 불가 입장을 비난했다.

 

불과 작년에 같은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지원 품목 선정은 너무나 안일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적어도 쌀이나 시멘트 등에 대한 지원의사가 없으면 북한이 우리측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통일부의 이번 제안이 얼마나 전략적이고 세밀한 검토를 거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북한 당국 역시 조금의 기다림도 없이 남쪽의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당초 우리 정부의 지원 제의를 수용한 의도에 대해서도 의심받게 됐다.

 

민간 차원의 대북 교류가 절실한 때

 

정부 차원의 수해지원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제 민간 차원의 대북 수해지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필자의 칼럼에서 밝혔듯이, 남쪽의 민간단체들은 지난 8월 수해지원 협의를 위해 북측과 만났다. 8월 24일 국내 53개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의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대표단이 개성을 방문한 것이다. 이에 앞서 월드비전도 일주일 전에 개성을 방문, 북측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북한은 결국 남쪽 민간단체들의 수해지원 제의에 먼저 수용의사를 밝힌 후 정부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남쪽의 수해지원 제의에 대한 북쪽의 이러한 수용은 상당한 기간의 검토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8월 24일 개성 협의에서도 북측 관계자들은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는 “현재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접촉을 계기로 민간의 교류를 재개, 꾸준히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현재 긴급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 밀가루와 의약품 정도라고 필자가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민화협 관계자는 감사를 표했다. 다만 이때 남쪽에서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고 이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면적 반공격전을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 수표”한 상황이었기에, 적절한 시간이 흘러 부담이 적은 시기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정부 차원의 수해지원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어렵게 기회를 만든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은 추진되어야 한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기에도 남북관계가 항상 좋지는 않았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우리 정부의 동남아지역 탈북자 대거 수용 등의 이유로 남북 당국간의 접촉이 수개월간 중단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은 계속됐다. 민간단체들의 이러한 대북 교류는 나빠진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남북관계와는 별도로 민간부문의 인도적 대북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은 현 19대 국회의원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북민협이 19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민간부문 인도적 대북지원은 남북간 정치, 군사적 상황과 분리되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72.4%의 의원들이 ‘매우 찬성’과 ‘찬성’이라고 대답했다. ‘반대’라고 응답한 의원은 4.6%였고 ‘매우 반대’라고 대답한 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가로막는 최근의 정부 정책은 국회의원들과의 생각과도 거리가 있는 셈이다.

 

8월 말의 개성 방문 이후 북민협을 대표로 하는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은 밀가루와 의약품 등 기본적인 수재물자 지원을 위해 범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남북한 당국은 정부 차원의 협상과는 별개로 기왕에 재개된 민간단체의 지원 활동이 원활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2012.9.17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