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 인간의 과욕이 부른 폐해

조희경

조희경 / 동물자유연대 대표, 농림축산식품부 가축방역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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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6일에 전북 고창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8)가 최초로 발생했다. 처음엔 오리를 중심으로 발병했던 것이 닭으로 확대됐고, 부안, 정읍 등의 전라도 지역에서 충남 부여, 충북 진천, 경기도 평택 등까지 전국이 또다시 동물전염병 광풍에 휩쓸렸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이하 ‘AI’라 칭함)가 발생한 것은 2003년 12월이었다. 이후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와 2008년, 2010년에서 2011까지 2~3년의 주기로 네차례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총 2476만 2천여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었고 농가 보상액은 5987억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정말 이토록 많은 닭과 오리 등의 가금류들이 AI에 감염돼 강제 살처분을 당한 것일까?

 

AI의 발생은 과연 철새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이는 정부의 예방적 조치에 따른 것이다. AI나 구제역 등의 동물전염병이 발생하면 발생지점에서 반경 500m 안에 있는 관련 종들은 감염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살처분된다. 그러고도 전염병이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반경 3km 이내로 확대되고 더 심할 경우 반경 10km까지 확대돼 살처분된다. 2008년 봄에 나타난 고병원성 AI는 19개 지역에서 33건이 발생했는데, 살처분 대상은 1,500 농가의 1020만 4천여마리였다.

 

이렇듯 주기를 두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AI의 유입원을 농림축산식품부는 야생조류로 추정하면서 해마다 겨울에서 봄 사이 차단방역을 강조하며 농가와 농장 출입 차량 관계자들에게 주의사항을 주지시킨다. 하지만 정부가 AI의 유입과 확산 원인을 야생조류에게만 전가하려는 것은, AI의 확산을 준자연재해성으로만 인식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정부와 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할 우려가 있다.

 

저병원성 AI는 자연상태에서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밀집으로 사육되는 닭, 오리 등의 가금류에게 옮겨졌을 경우 변이를 일으키며 고병원성으로 발전된다. 집약화된 공장식 축산으로 밀집 사육되는 동물들은 동물 고유의 생태적 습성이 억제된다. 예를 들어 알을 낳는 산란계는 A4용지 한장만한 면적의 공간에서 두마리가 평생 동안 갇혀 살며 알 낳는 일만 한다. 이것은 닭 한마리가 살기에도 부족한 공간이다. 날개를 펴지도 못하며 닭 고유의 습성인 모래목욕 한번 하지 못하는 환경이다.

 

모든 본능은 차단된다. 이런 환경은 동물을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이르게 해 질병저항력을 약화시킨다. 빼곡한 밀집사육과 축산군락은 수많은 개체에게 전염병을 급속하게 확산시키고 바이러스 변이도 촉진한다. 공장식 농장에 저병원성 바이러스가 유입되어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발전한 경우는 이딸리아(1999), 칠레(2002), 네덜란드(2003), 영국령 콜롬비아, 캐나다(2004) 등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었다.

 

뿐만 아니라 태어난 지 35일 정도에 도축되는 육계는 빠르게 성장해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품종개량이 되는데, 마찬가지로 이 과정에서 질병에 대한 면역성이 감소된다. 또한 이러한 품종개량은 유전자를 단일화하여 개체 간의 질병 전파를 더욱 급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CIWF 2007; Rauw ea al., 1998)

 

이번에도 정부는 철새에 원인을 두고 있다. 하지만 고병원성 AI가 야생조류에서 발생한다는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오히려 가금류에서 발생한 AI가 옮겨져 철새가 죽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로 협력기구(EAAFP)’는 지난 1월 24일, 최근에 발생한 고병원성 AI인 H5N8은 야생조류에서 발견된 바가 없고 밀집사육되는 가금류 농장에서 나타나는 질병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후진적 축산업의 문제를 인식해야

 

이들은, 야생조류는 감염되면 빠르게 죽기 때문에 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없고 오히려 가금류와 그에 관계된 사람 및 차량 등의 이동이 확산을 촉진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정부에 철새 보호를 요구했다. 정부가 AI의 원인과 유입을 야생조류에 두는 것은 적절치도 않거니와 그렇게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이 전염병을 맞이해야 하는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동물전염병의 발병과 확산 원인은 근본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생산성만을 추구해온 축산업이 동물 고유의 생태를 심각하게 침해한 결과이다. 과도한 육식소비도 동물전염병 발생의 배경이 된다. 저항력 강화를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동물에게 투입하는 항생제가 문제시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도축 후 축산물에서 항생제 잔류검사를 하지만 내성이 형성되어 검사를 통과한 경우는 피해갈 수 없다. 그런 고기를 먹는 인간에게 좋을 일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인수공통전염병인 고병원성 AI로 인한 위협과 살처분한 동물의 과도한 매장에 따른 환경문제, 이런 모든 것들은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피해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14년 1월 13일까지 발생한 고병원성 AI 현황에 있어서 한국은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루마니아, 인도네시아, 네팔, 터키 등에 이어 세계에서 11번째로 발생건수가 높은 국가이다. 이는 후진국형 축산정책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이제라도 동물복지형에 초점을 둔 선진화된 축산정책에 사회와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14.1.2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