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사태와 공공의료의 앞날

박용덕

박용덕 /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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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2월 26일 일방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쇄결정을 발표했다. 그후 4월 3일에는 한달간 병원휴업을 공고하더니, 그 기간에 입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반강제적으로 옮기게 하고, 의료진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여 폐업을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다. 1910년 진주자혜의원으로 시작해 100년이 넘도록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역할을 해온 진주의료원이 홍준표 도지사에 의해 문 닫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4월 12일에는 새누리당 소속 도의회 상임위 의원들이 ‘진주의료원 폐원을 위한 조례개정안’을 날치기 상정하여 통과시켰다. 그리고 18일 본회의를 열어 조례개정안을 상정하려 했으나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점거한 야권 원내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 의원들과 전국보건의료산업 노조원들의 저지로 무산되었다. 그후 4월 25일 도의회 임시회 개회를 앞두고 경남도와 보건의료노조가 23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한달간 유보하고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현재까지의 합의가 지켜진다면 25일 임시회는 조례개정안 상정은 하되, 처리는 한달 유예하게 될 것이다.

 

병원정상화를 위한 대화 약속 지켜지나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는 이유가 적자와 강성노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현재 전국적으로 34개 지방의료원 중에서 운영적자를 면하고 있는 곳은 5곳뿐이다. 거의 모든 지방의료원이 부채를 안고 있고 단기 운영적자 상태다. 진주의료원만 유독 적자가 심한 것도 아니고, 부채규모도 다른 지방의료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적자를 이유로 지방의료원을 폐원해야 한다면 거의 모든 지방의료원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우선 진주의료원의 적자는 과장되었다. 진주의료원이 누적적자가 커진 원인은 2008년 진주시내에 있던 병원을 땅값이 싼 시 외곽으로 옮기면서 발생한 신축비용이 대부분이다. 진주의료원의 부채규모는 2007년 신축이전에 따른 지역개발기금을 제외할 경우 타 지방의료원에 비해 결코 크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지역개발기금 차입금은 신축이전에 따른 비용(공사비, 장비구입비, 운영비)으로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통상 다른 지자체의 경우 병원신축에 따른 지역개발기금을 대신 상환해주고 있다.

 

과장된 적자규모와 공익성의 외면

 

공공병원의 운영적자는 수익성이 우선이 아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수익을 내자면 환자의 호주머니를 더 많이 털어야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검사 많이 하고, 처치량을 늘리고, 선택진료를 많이 하고, 의료급여환자 진료는 줄이고, 응급실, 산부인과, 보호자 없는 병동을 줄이거나 운영하지 않으면 가능하다. 대부분의 민간병원이 경쟁적으로 이렇게 한다. 하지만 공공병원은 수익이 남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필수의료시설을 유지한다. 지방의료원은 85%가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지만 민간병원은 42%만이 그러하다.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은 적정진료, 표준진료를 통해 의료비가 인상되는 것을 막고 과잉진료를 견제한다. 공공병원의 진료비는 민간병원의 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비도 지방의료원이 기준이 되고 민간병원이 이에 더해 10~20만원씩 더 받는다. 예를 들어 진주의료원의 MRI가격이 30만원이면 진주시의 다른 민간병원은 40~50만원을 받는다. 공공병원이 없어지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의 기준가격이 없어져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검사나 치료 비용은 오르고 이에 따라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대폭 늘 것이다.

 

또 한가지 짚어볼 것은 폐업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강성노조’에 대해서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인 경남도와의 단체협상을 통해 근로조건 외에 인력조정이나 배치, 필수적인 공공의료의 확대나 축소, 납품과 거래에 대한 감시 등 병원 운영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지닌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런데 공공병원의 운영은 공익성에 부합해야 한다. 따라서 운영위원회나 이사회 등 내부 의사결정구조에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투명성을 높이고 그 자체로 민주적 자치로서 권장되고 보장되어야 할 일이다.

 

강성노조라는 또다른 왜곡

 

또한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이 부패했다거나 공익성에 반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유일하게 노조에 대한 흠집내기로 등장한 것이 현·퇴직 노동자의 진료비 감면혜택이 컸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국·공립 의료기관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민간병원도 근로자 복리후생차원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안이다. 또한 경남도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병원관리자의 의약품 리베이트, 공급업체와의 수의계약, 병원신축 과정에서의 납품비리 등 관리자와 병원장의 부정은 노조의 사전·사후 감시로 공개되었다. 오히려 공익성을 지키고 공공병원의 투명한 운영에 노조가 제 역할을 다한 결과로 인정되어야 할 사실들이다.

 

더욱이 2008년 신축이전 후 6년 동안 임금을 자체 동결하고 8개월간 임금체불을 견디고 희망퇴직과 명예퇴직을 수용할 정도면 강성노조라고 할 수는 없다. 한가지 에피소드를 더하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조가 먼저 토요진료 시행에 동의했으나 병원장이 관리자와 의료진을 설득하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진주의료원 노조는 ‘강성노조’라기보다는 운영책임을 함께 지려는 ‘공공노조’라고 해야 적절하다.

 

불안한 공공의료의 미래

 

한국의 공공의료 수준은 너무나 취약하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공공보건의료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뒷걸음질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비중은 2012년 말 현재 기관수 기준으로 5.8%, 병상 수 기준으로 10%에 불과하다. 공공의료 비중을 병상수 기준으로 영국 100%, 호주 69.5%, 프랑스 62.5%, 독일 40.6%, 일본 26.4%, 미국 24.9% 등인 OECD 주요국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 비중은 확충하기는커녕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후퇴해왔다.

 

의료서비스는 필수적인 사회안전망이고 공공재화다. 누구나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필수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그 의무 당사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다. 하지만 한국은 빈약한 공공의료 시설과 기반 탓에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민간의료기관은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보니 국민은 돈을 낼 수 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치료받지 못해 질병이 악화되거나 죽는 것도 다 타고난 팔자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국가의 역할과 책무를 시민 개인에게 떠넘긴 결과로 생긴 잘못된 이데올로기다.

 

치료비를 낼 수 없어 치료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의료서비스가 돈벌이로 제공되기 때문이고, 이를 통제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공공의료의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는 건강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공적’ 가치의 문제다. 한 국가의 자원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의 운영철학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공공의료기관은 확대되어야 하고, 그 공공성은 강화되어야 하며, 투명한 운영을 위한 시민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한국이 흠모하는 OECD 선진국이 그렇다.

 

2013.4.24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