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대학정책, 교육부 해체가 능사인가

윤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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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탄핵소추된 가운데 조기대선이 가시화됨에 따라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선거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후보자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차기 정부의 정책의제에 대한 공약성 발언들도 속출한다. 정권교체만이 아니라 체제의 전환에 해당하는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 촛불민심이라면 이번 대선은 한국사회의 질적인 도약을 위한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촉박한 정치일정 자체가 당면한 의제들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거니와 당선자는 인수위를 운영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정책집행에 들어가야 한다. 대선과정을 통해 후보자들은 차기 정부의 개혁과제와 정책방향까지 그 어느때보다도 현실성 있고 구체화된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교육도 중요한 대선의제의 하나인 만큼 대권후보들이 차기 정부의 의제에 대한 입장표명이나 제안을 통해 교육공약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당연하다. 민주당의 경우 문재인 전 대표는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 공동입학 및 공동학위제”와 함께 대학서열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공영형 사립대학 체제로의 개편”을 말하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대학서열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체제 구축을 통한 “교육의 상향평준화”를 제시한다. 불출마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같은 당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교육부 해체 및 서울대 폐지, 그리고 교육부를 대체할 ‘국가백년대계위원회’ 설립을 주창한 바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또한 진작부터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여권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최근 사교육 금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주자 교육공약, 실현 가능성은 있나

 

대선 예비후보들의 교육공약이 대개 대학 문제에 초점을 두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에 많은 부분이 위임되어 있거니와 보수정권 아래에서도 진보교육감들의 혁신정책을 통해 일정한 개혁의제가 추진되어온 데 비해, 교육부의 중앙통제식 정책 강행은 대학에 집중되어왔다. 대학정책만큼은 차기 정부에서 전면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한 소이다. 대통령 탄핵소추를 불러일으킨 민심악화가 이화여대의 입학 및 학사비리와 직결되어 있고, 애초 이대 사태가 교육부의 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이라는 재정지원정책에서 촉발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재정지원을 대학통제의 수단으로 삼아온 현 정부의 대학정책이 교육부의 관료주의와 대학의 야합으로 고등교육의 현장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이 적폐가 학생들의 대학본부 점거농성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누적되어왔던 것이다.

 

문제는 촉박한 정치일정 속에서 정치권이나 대권후보들의 대학정책 공약이 과연 현실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입시제도를 개선하고 등록금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원칙이야 나무랄 데 없지만, 그 실현을 위해 혁신안으로 내놓은 공약에는 설익거나 더 검토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가령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여러 예비후보들이 교육부 해체 및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주장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교육 부문에서 관료주의의 폐해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교육부를 해체한다고 사라지거나 극복될 일은 아니다. 교육부의 역할을 국가교육위원회 혹은 국가고등교육위원회로 넘긴다고 하지만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정권교체와 무관한” 사회적 협의기구란 신기루에 불과하다.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적폐청산은 오히려 강력한 개혁의지를 가진 정권의 전면적인 정책전환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주장이 야권만이 아니라 교총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도 한목소리로 나오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시민사회의 중의를 모아서 교육정책을 결정한다는 취지이지만, 위원회 구성 자체가 기득권세력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안배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을 통한 기득권구조 해체란 공염불이 될 소지가 크다. 교육부를 없애지 않더라도 가령 대통령 직속의 ‘교육개혁위원회’에 한시적인 권한을 부여하여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개혁을 주도하게 하는 게 더 현실적일 것이다.

 

국립대 통합안이나 서울대 폐지론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국립대를 통합하면 서열화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가 사실상 없어지고 서열구조가 해소될 수 있다는 발상인데, 과연 그런가? 한국의 현실에서 전국의 국립대를 통합해서 운영한다는 목표 자체가 거의 실현이 어렵거나 요원하거니와, 서열의 정점에는 서울대만이 아니라 수도권 사립대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또 세칭 일류대학들은 국가에 필요한 연구의 중추를 이루는 연구기관이기도 한데, 사회적 문제 해결의 방편으로 이를 폐지하고 평준화하자는 주장은 대학의 국가적 기능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소치다. 더구나 서울대는 2011년 법인으로 전환되어 이미 통상적인 의미의 국립대도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통합을 강제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국립대 통합안은 프랑스 빠리 대학을 모델로 한 발상인데, 모든 대학이 국립인 프랑스와는 달리 국공립이 전체 대학의 20퍼센트도 되지 않는 한국 대학의 여건에서 설령 전국 국공립대를 통합운영한다 해서 평준화효과가 얼마나 있겠는가?

 

대학 공영화가 핵심이다

 

실상 한국 대학의 가장 큰 폐해가 사립대학이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에서 나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로 인해 한국 대학생의 대다수가 높은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교육환경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학이 족벌을 통해 세습되는 전근대적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어서 고질적인 사학 문제를 야기해왔다. 그렇다면 이 구조화된 병폐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무엇보다 학령인구의 감소라는 환경의 변화로 한국 대학이 목하 겪고 있고 향후 10년간 지속될 구조조정이 그 돌파구가 될 것이다.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부실 사립대학들이 대거 정리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 위기의 시기는 한국 대학의 구조적 병폐를 청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차기 정부의 대학정책에서 가장 긴급하고 필수적인 일은 사학들 이 정리되는 가운데 어떻게 대학체제를 국공립이 중심이 되는 선진국형으로 개편하는가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사립대학 예산의 60퍼센트는 등록금이고 정부지원이 20퍼센트에 이른다. 이런 여건에서 사립대학의 운영은 족벌 중심이 아니라 공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문재인 전 대표나 이재명 시장은 사립대학들을 ‘공영형’ 사학으로 전환시키겠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차기 정부 대학정책의 핵심에 놓여야 할 것이다.

 

교육정책 전반이 그렇지만 대학정책도 한국사회의 불평등구조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촛불민심은 기득권구조의 개혁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자는 것이다. 대학정책도 기득권층에 몰린 자원을 축소하고 저소득층의 교육기회와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세워져야 할 것이다. 사학을 공영화하면 일정한 국가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 공사립 공히 상위 10개 대학에 국가재정지원의 40퍼센트 이상을 집중시키고, 대다수 학생들이 재학하는 중하위 대학에 징벌적 구조조정과 재정지원 제한을 가하는 지금의 재정지원정책은 철폐되어야 한다. 또 전문대는 저소득층이 주로 진학하는 기술교육기관이므로 국가가 재정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국립대로 전환하고, 일반대의 대학 편입학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여 선취업 후진학의 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인수위도 없이 집권해야 하는 대선후보라면 이같은 당면한 정책과제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마땅하다. 정책방향은 제시하지 않은 채, 교육부를 해체하겠다, 서울대를 폐지하겠다, 사교육 금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식이라면 국민들을 현혹하는 내용 없는 헛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촉박한 일정이지만 대학 부문에서 전면적인 정책전환 방향을 둘러싼 공론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지관 / 덕성여대 교수, 한국대학학회 회장

2017.2.1.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