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드라이브와 종북공세의 이중주

이승환

이승환 /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이승환

이런 상황들은 통일드라이브 하에서도 군사적 위기 혹은 남북관계의 적대성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대박을 치겠다’는 야심찬 통일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최근 무인기 사건에 대한 정부·일부 보수언론의 의도적인 위협 과장, 합리적 의심 제기에 대한 무차별한 종북공세(정부 스스로 ‘아직은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심지어는 세월호 참사의 일부 실종자 가족을 향한 어이없는 종북 딱지 남발 등이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분단의 불안과 대결의식은 더욱 조장되고 있다.

 

잔인한 한반도의 봄이 지나가고 있다. 남북이 수백발의 포탄을 주고받은 2014년 4월의 한반도 상황은 분단체제의 흔들림이 때로 심각한 위기의 현재화로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선언과 통일준비위 구성 언급 이후 떠들썩하던 통일 분위기는 이러한 군사대치의 확대와 함께, 그리고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와 함께 거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버렸다. 또한 통일드라이브의 정점을 장식할 예정이던 회심의 ‘드레스덴 선언’도 북한으로부터 ‘몇푼 값도 안되는 자기의 몸값을 올려보려는 반통일 넋두리’라고 간단히 거부당하고 있다.

 

보수 주도 통일드라이브의 두 얼굴

 

이렇듯 상호 모순되는 ‘통일드라이브와 종북공세’의 이중주는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박근혜정부 내 정세인식 혼선과 충돌로 보기도 하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포용정책과 강경정책의 기계적 조합에 따른 정책적 일관성의 상실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통일드라이브는 통일 이슈의 보수담론화 전략이고, 종북공세는 보수 주도의 통일드라이브를 추구하기 위한 세력재편 전략의 하나라는 점이고, 그런 점에서 종북공세와 통일공세는 보수 주도의 통일드라이브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두 얼굴이라는 점이다.

 

종북과 통일공세의 병행이라는 상황이 때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는 보수 주도의 통일드라이브가 보여주는 일반적 양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통일문제가 영토확장(경제적 영토인 시장을 포함하여)의 욕구와 결부되면 보수의 강력한 어젠더가 될 수 있지만, 이러한 보수 주도의 통일드라이브를 위해서는 통일 어젠더를 선점해온 ‘민주파’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종북공세를 통한 보수 헤게모니의 확장을 위해 박근혜정부는 통일준비를 위한 세력교체도 적극적으로 추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5·24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일부 거대자본의 대북투자를 우회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든가, 정치적 교류는 불허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민간주체들의 교류를 전반적으로 축소·배제하고 있는 상황 등은 모두 정부 주도의 세력재편 추구 의도와 연결되어 있다. 통일준비위가 여야간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구성되고 있는 것도 이 기구가 통일준비세력의 보수적 재편 작업을 추진하는 수단이라는 반증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보수 측 통일론의 문제는 ‘반(反)통일’이 아니라 ‘반시민참여'”(「송호근 묻고 백낙청 답하다」, 중앙일보 2014.4.10)라는 백낙청의 주장은 매우 적절하다. 즉 통일대박론은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반시민참여’와 ‘정부 주도’를 견지하면서 남북관계의 과실을 보수가 가져가겠다는 발상이고, 종북과 통일 공세의 병행은 그를 위한 전략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시민 배제와 정권주도성의 강화가 남북관계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지난 이명박정부가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명박정부는 사회문화교류와 대북인도지원조차도 무기화해 이를 북한에 대한 압박카드로 총동원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핵문제를 포함하여 남북관계에서 어떤 진전도 이뤄내지 못한 채 대북 레버리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공진(共進)’과 남북관계의 국내정치적 이용 사이에서

 

한편 이러한 ‘종북과 통일공세의 병행’은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원칙을 지키는 신뢰프로세스’ 혹은 햇볕정책과 대북압박정책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진정책’의 추진과 쌍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사(修辭)의 차원에서 그렇다는 의미이다. 공진정책이란 아마도 북한에 대한 저자세(햇볕정책)나 일방적 압박(비핵개방3000)을 넘어 능동적 신뢰구축을 이루고 남북이 공진해나가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진정책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수사만 있을 뿐 구체적 정책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현실 속에서는 분단 상황의 국내정치적 이용과 남북관계 성과를 모두 다 가지겠다는 ‘욕망’으로만 드러나고 있다. 무인기 사건이나 남재준 국정원장의 유임 강행, 일방적 북핵포기 노선의 강조 등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이 여전히 남북관계의 국내정치적 활용에 긴박(緊縛)당해 있으며, 그로 인해 공진적 변화의 추구가 수사로 그치거나 부차적 문제로 처리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시민배제 및 정부·보수 주도의 통일과정 추구, 남북관계의 국내정치적 긴박, 비정상국가 북한에 대한 원칙적 강경자세 등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남북관계 발전의 성과도 향유하겠다는 발상은 본질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비정합의 요소를 지니는 것이다. 이는 올해 봄의 한반도 상황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로우키(low-key, 대외적 홍보 및 공개를 하지 않는 방식)로 진행하겠다는 청와대의 약속에 따라 무산 일보직전이었던 이산가족상봉행사는 한미합동훈련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정(2.20~25)대로 치러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북핵 불용 발언과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가 합의되었고, 남한이 중국 포위망의 약한 고리가 아니라는 점을 미국민과 전세계에 과시하려는 오바마 정부의 맹렬한 의지로 인해 맥스선더(Max Thunder)를 비롯한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대대적으로 강행되었다. 이에 북한은 “우리의 핵문제를 가장 악랄하게 걸고들고 있는 것이 바로 박근혜”라며 노골적인 배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수차에 걸친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위와 함께 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만약 4차 핵실험이 강행된다면, 북한 김정은체제는 지금보다 더 길고 지루한 고립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고, 박근혜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채 실패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종북과 통일 공세의 병행은 흔들리는 분단체제가 초래할 가장 심각한 군사적 위기의 현재화 가능성 위에 불안정하게 서 있는 셈이다.

 

적대와 대화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남북관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끝나면 남북관계의 변화가 오리라 기대했거나 혹은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이산가족상봉 합의만 봐도 남북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합의했지만, 한편으로 그 합의와 무관하게 한미합동훈련 등 상대에게 민감한 군사정치적 행위들을 거리낌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열어둔 것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원칙적 대북강경 자세에도 불구하고 북이 남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내외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고, 경제발전을 내세운 김정은체제로서는 뒤쳐진 산업인프라 구축을 위해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요구를 일회성으로 수용하면서 박근혜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본 것이었다.

 

앞으로도 남북은 서로를 자신의 필요만큼 활용하려는 요구가 있는 한 적대와 위기의 누적 속에서 때로 잠정적 봉합과 부분적 대화 국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박근혜정부는 남북 간의 접촉을 통해 논의된 어떤 약속과 프로세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원칙적으로도, 또 일정상으로도 한·미·일 동맹과 그 현안(한일군사협력 추진)의 처리를 더 중시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런 관계는 필요에 따라 상대를 이용하는 것이지 공진적 관계라고 하기는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번의 쇼(7·4남북공동성명)와 급전직하의 파국(유신체제의 성립)으로 막 내린 박정희시대의 남북관계가 그 전형을 보여준 것이었다.

 

북한의 한 매체는 한미군사훈련이 종료됐기 때문에 대화 분위기로 전환할 것이라는 남측의 분위기를 직접 거론하면서 이는 “사태의 본질과 초보적인 현실감각마저 결여된 파렴치한 궤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올봄을 지내고 난 북한의 계산서로 보인다. 결국 ‘종북과 통일 공세의 이중주’는 능동적 신뢰 구축 대신 위기와 적대를 누적시키면서 그 위에 각자 필요에 따라 적대와 대화를 때로 반복하는 ‘불안정한’ 남북관계를 주조(鑄造)해나갈 것이 분명하다. 물론 북한의 핵실험이 강행될 경우에는 이러한 ‘불안정 국면’조차도 기대하기 어려울 테지만.

 

2014.4.23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