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의 대책이다

강민정

강민정 / 북서울중 교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요즘처럼 교육문제에 전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적도 없는 것 같다.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이 그렇고 학교폭력 해법을 둘러싼 논란이 또 그렇다. 한편으로는 교육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반갑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적인 접근으로 소모적인 논쟁이 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학생인권조례를 이미 1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실시하고 있는 경기, 광주 지역과 달리 유독 서울학생인권조례만 논란거리가 되는 현실이 걱정스럽다. 게다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학교폭력에 대해 정부가 지난 2월 6일 발표한 대책을 보면 현정부의 교육정책에 과연 ‘교육적 관점’이 들어 있기나 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다. 정치적 입장과는 관계없이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헌법이 제정된 지 60년도 더 지나서야 학생의 기본인권을 보장하는 조례가 제정된 우리의 현실이 교사로서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학교폭력과 학생인권의 관계

 

최근 첨예한 교육현안으로 학생인권조례 외에도 학교폭력 문제가 있다. 이는 잇단 학생 자살사건으로부터 점화되었지만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핏 학생인권조례와 학교폭력은 서로 별개의 문제인 듯 보인다. 그러나 기실 두가지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나는 곽노현 교육감이 단지 그의 신념에 따른 정책으로서만이 아니라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의 하나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서둘렀다고 본다.

 

왜냐하면 학교폭력은 본질적으로 학교 안에 평화적인 소통 문화가 없다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야말로 학생의 권리 보장의 출발이며, 평화적인 소통은 이렇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풍토에서만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학생의 권리 보장을 방종(放縱)이나 통제 불능과 동일시한다. 그러나 이는 민주적인 권리 행사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어른들이 갖고 있는 지극히 방어적인 편견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해보면 알 수 있다.

 

어느 학교의 사례를 들어보자. 결석도 잦고 생활지도 면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던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수업시간에도 교사에게 대드는 통에 문제아로 지목되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다도(茶道)를 가르치는 교사가 어느날 우연히 지나가는 아이들을 불러 다도실에서 격식을 갖춰 차를 대접했다. 무릎을 꿇고 두손으로 정중하게 찻잔을 건네주었고 아이들은 차를 받아 마셨다. 그 속에는 문제아라고 불리던 그 학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차를 대접했던 교사도 수업시간에 그 학생과 마찰을 경험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후 복도에서 우연히 만난 그 학생이 교사에게 다가와 차 한잔을 더 마시자고 했단다. 그러고는 자신이 며칠 전에 차를 얻어 마신 것이 난생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대접을 받아본 것이었다는 이야기를 수줍게 고백했단다. 아마도 그 순간 두사람 사이에는 따뜻한 신뢰와 소통의 기운이 흘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운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학교조직과 수업방식의 변화 뒤따라야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2011년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곳이다. 작년에 곽노현 교육감의 정책에 의해 29개의 혁신학교가 지정되어 운영되었고 올해는 그 수가 59교로 확대된다. 지난 1년간 혁신학교에서는 배움과 돌봄의 교육을 실현하고 참여와 협력의 새로운 교육문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교사가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하도록 교무행정사를 채용하고, 담임이 행정업무로부터 해방되어 상담과 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조직도 개편했다. 모든 교사가 수업을 공개하고 더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한 토론을 1년 동안 지속했다. 교장과 교감은 교사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민주적 리더십으로 학교를 이끌었다. 이렇게 학교가 변하면서 다른 많은 변화도 나타났지만, 특히 학교폭력 문제에서 눈에 띄는 개선이 있었다. 아이들 사이의 충돌이 현저히 줄어들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 역시 훨씬 부드러워진 것이다. 이는 징계학생 수에서도 금방 드러난다.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했던 2011년에 그 수는 전년도에 비해 1/6로 급감했다.

 

나는 위의 사례들이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권을 존중받아본 아이들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함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상대의 인권을 존중하는 관계에서는 폭력적인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학생인권조례의 학교 정착이 절실하다. 학교폭력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학생인권조례가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덧붙여 정부에서 발표된 학교폭력 대책이 그동안 내놓았던 조치들을 백화점식으로 늘어놓은 것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기보다 학생이나 교사에 대한 처벌과 징계로만 접근하는 것 또한 아쉬울 따름이다.

 

2012.2.8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