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과 북핵 문제

이동률

이동률 /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중 양국에서 동시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이 큰 기대와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양국 정부 공히 훼손된 한중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고, 5월부터 북중, 미중 및 남북한 사이에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미묘한 외교전이 전개되어왔다.

 

이번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와 성과라고 한다면 우선 역대 정부가 양국관계의 ‘격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정치적 수사를 동원해 포장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존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내실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레벨에서 다층적인 전략적 소통채널 마련을 통해 ‘내실화’를 구체화하고자 했다. 둘째, 박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이른바 ‘심신지려(心信之旅)’라 명명하여 신뢰 강화에 중점을 둔 것 또한 한중관계가 직면한 과제를 비교적 정확하게 읽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양국 국민의 정서적 갈등을 해소하고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인문유대’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셋째, 동아시아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시기에 한중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비전을 공유하려 한 시도 역시 시의적절해 보였다. 다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 분명치 않아 여전히 과제로 남겨진 아쉬움이 있다.

 

북핵 문제에서의 ‘중국역할론’ 재검토

 

그러나 다른 한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에 충분히 부응키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냉정한 성찰을 통해 향후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역할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정상회담 역시 최대 관심사는 북핵 문제였다. 특히 정상회담 직전 남북대화가 무산되면서 중국과의 논의가 더욱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북핵 불용’을 공동성명에 명문화하지는 못했다. 합의 대신 한국의 입장을 별도로 명기하는 선에서 절충이 이루어졌다.

 

중국이 ‘북핵 불용’의 명문화에 동의해줄 것이라 기대한 것은 애당초 과도한 것이었거나 잘못된 판단이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측 공식 발표내용을 복기해보면 중국은 기존의 ‘한반도 3원칙’에서 변화하지 않았음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사실상 고스란히 유지되었다. 변화가 있었다면 외교적 유연성이었으며, 오히려 중국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통해 북핵 문제를 관리하고자 하는 기존의 입장을 더욱 확고하고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한중수교 이후 줄곧 북한·북핵 문제는 양국의 정치외교관계 전반을 압도하는 핵심 이슈였고, 그것에 가려 한중 양국관계 자체의 내실화는 간과된 편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북핵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중국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만성화되었다. 이제는 북핵 문제가 과연 중국의 역할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만일 중국의 역할로 해결된다면 그것이 최선의 결과라 할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이후 중국의 가파른 부상과 미국의 동아시아 회귀로 인해 국제환경과 구조가 급변하면서 한중 양국이 북핵 해법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 재편까지 내다봐야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중국 대북정책에서 근본적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중국이 북핵을 새로운 초미의 안보위협으로 인식하는 경우다. 중국에 최근 일련의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성가신 도전이기는 하지만 정책 변화를 실행할 만큼의 새롭고 급박한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지는 않다. 중국은 비록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는 한계를 보이지만 여전히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적잖은 지렛대와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둘째, 미중관계의 획기적 변화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중국정부에서 확실하게 형성되어야 한다. 중국이 미국에 ‘신형대국관계’를 통해 상호존중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여전히 미국의 견제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요컨대 비록 중국의 리더십이 바뀌기는 했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에는 변화가 없을 뿐 아니라 향후 쉽게 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고 도발의 강도에 비례하여 중국도 한층 강하게 대응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진 않다.

 

한국의 입장에서 더 중요한 고민은 정작 중국의 역할을 통해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 재편과정에 어떠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인지 장기적 시야를 갖고 냉철하게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가파르게 부상하는 중국이 한반도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경우,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으며, 한반도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는 우리의 손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요컨대 한국에 북핵 문제가 초미의 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의 해결 이후 재편될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 구도까지 깊이있게 고려한 로드맵이 필요한 것이다.

 

한중관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돈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지만 한중관계에 드리워진 구조적 취약성은 오히려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중관계의 변화와 발전이 중국의 부상 과정과 궤를 같이하면서 국제환경과 구조에 취약한 형태가 되고 있다. 예컨대 2008년 이후 한중관계가 전략적 관계로 격상된 이후 오히려 전략적 긴장관계가 조성된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에 따른 미중관계의 변환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자리하고 있다. 향후 중국의 부상 일정이 더 적극적으로 전개될수록 이러한 취약성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한중관계 자체의 신뢰 강화 못지않게 국제환경과 구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절실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 한국의 전략적 가 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출발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해가는 것이고 동시에 기존의 강대국 중심 외교를 넘어서는 새로운 외교전략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도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한국외교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의 창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2013.7.3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