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어불성설

강영구
강영구

강영구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장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대하여 해고교원 9명이 가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상 노조 아님’을 통보하였다. 2015년 5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법상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규정이자,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합헌결정을 하였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해고교원 등 교원 아닌 자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함으로써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하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교원노조 및 해고교원의 단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교원노조 자주성의 이름으로 교원노조 자주성을 말살하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 교원노조의 자주성이라는 이름으로 도리어 그 자주성을 말살하는 해괴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원래 노동조합은 국가의 법률이나 정책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와 사용자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항하여 아래서부터 자연적으로 생성·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단결권은 근로자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국가와 사용자에 대항하여 자주적으로 노동조합 등을 조직·운영할 권리로서, 그 핵심은 바로 ‘자주성’이다. 곧 ‘국가와 사용자의 간섭 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따라 노동조합을 조직·운영하는 것’이다. 이에 단결권은 노동조합이 스스로 규약에 의하여 조합원의 자격을 정하고, 규약에 따라 노동조합을 운영할 권리를 포함한다.

 

그런데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규약’이 아닌 ‘법률’로써 강제한다. 해고교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해고교원의 조합원 자격 박탈을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사용자의 지배를 받지 않고 근로자의 의사에 따라 노동조합을 조직·운영한다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같은 국가의 개입을 교원노조를 위한 것이라는 미명하에 자주성으로 등치시켜버린 헌재는 과거 교원노조를 허가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권위주의적 정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제 누가 노동조합 활동에 나서려 할까

 

또한 해고교원은 단순히 ‘교원 아닌 자’가 아니다. 비유하자면 해고교원은 ‘전쟁 중 다친 상이군인’과 같다. 국가는 언제나 전쟁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국민이 전쟁 중 부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국가가 그의 국적을 박탈한다면 이후로 그 누구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가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국가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조합원은 조합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할수록 가장 먼저 해고의 위험에 노출된다. 노동조합은 그 본질상 사용자에 대한 대항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에 따르면, 조합원이 조합활동 중 해고를 당하면 노동조합은 그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그를 노동조합에서 배제해야 한다. 조합활동 중 피해를 입은 것임에도 노동조합은 이에 대하여 어떠한 보호와 지원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제 과연 누가 노동조합 활동에 나설 것인가. 노동조합의 약화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전교조 조합원들은 고용노동부장관의 규약개정요구가 해고자 9명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내가 해고되었을 때 조합은 어떤 역할을 해줄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해고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배제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는 단순히 조합원 개개인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과 역할을 박탈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고교원의 문제를 단순히 ‘교원 아닌 자’의 개입으로만 치부한 헌재는 사실상 노동조합의 기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었던 셈이다.

 

사용자의 해고는 교원노조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지배개입 수단

 

해고와 같은 인사권은 사용자의 전권이다. 그런데 교원노조법 제2조는 사용자로 하여금 ‘해고권’ 행사를 통하여 ‘교원의 신분’을 박탈할 뿐 아니라 그의 ‘조합원 자격’까지도 박탈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사용자는 교원노조의 임원을 해고하기만 하면 그를 학교에서 쫒아내는 동시에 노동조합에서도 쫒아낼 수 있으며, 그 결과 그가 주도하는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심지어는, 현재 고용노동부장관의 주장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장관은 해고교원의 노조 가입을 이유로 교원노조의 법적 지위까지도 박탈할 수 있다. 사실상 노동조합의 조직, 운영, 존속 그 자체가 사용자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해고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도록 한 교원노조법 제2조는 사용자의 교원노조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지배개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오히려 이를 정당화한 헌재의 결정은 사실상 해고교원을 솎아냄으로써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교원노조를 순치하고자 하는 정부와 사용자의 의도에 면죄부를 준 것에 다름 아니다.

 

오류로 판명났던 결정이 반복되다

 

1991년 헌법재판소는 교원의 노동3권을 일체 금지하는 사립학교법을 두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99년 교원노조법이 제정되었고, 이로써 교원에게 일체의 노동3권을 인정할 수 없다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스스로 그 오류를 드러내며 폐기되었다. 2015년 헌법재판소는 또다시 교원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24년 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그러했듯이, 오늘의 이 결정 또한 역사를 통해 그 과오가 시정될 것이다. 다만 그 시간이 길지 않기를, 그리하여 우리 사회가 너무 멀리 돌아가지 않기를 마음 모아 바랄 뿐이다.

 

 

강영구 / 변호사, 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 

2015.6.3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