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연재

15회

 
 

   작가가 된 이후 가장 많이 한 일은 내가 쓴 글을 수정하고 바로잡는 일이었다. 여러 역자가 나누어 번역한 것도 아닌데 내 글은 빈틈이 많아 수정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 읽을 때마다 발견되었다. 이상한 일은 바로잡아놓으면 이전보다 더 이게 아닌데…… 싶었다. 책으로 나온 이후에도 나는 내 글을 수정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니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잘되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하마터면, 아버지,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할 뻔했다. 나는 하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살고 싶어서 쓰는 것 같아요,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면 지난 몇년간 맥락도 닿지 않은 글을 써놓은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기에. 그걸 두고 이제 거의 다 썼다고까지 생각했지 뭐예요, 아버지. 나는 사라져가려는 아버지를 붙들고 무슨 말인가 하고 싶었다. 아직 첫 장도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게 지난 몇년간의 내 글쓰기의 전부네요, 같은 고백 같은 것. 다 썼다고 생각한 이야기를 지워야 했다.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채 쏟아져나온 비탄과 차마 나를 다 내려놓지 못해서 발생한 남의 탓과 무엇과도 연대하지 못해 고립된 개인적인 원망들. 차마 없애지 못하고 파일을 따로 만들어 저장해놓고 싶었던 욕망. 삭제도 수정도 하지 못한 채 파일을 만들어 저장해놓으니 새로 시작할 수가 없었다. 저장해놓은 파일 속의 글들을 불러와 매일 다시 읽어보는 일로 몇개월을 보냈다. 무엇을 기대했던 것인가. 나는 새로 써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일 파일 속의 글을 불러와 조금씩 고치는 일로 시간을 보냈는지도. 큰 줄기는 손도 대지 못하고 ‘을’을 ‘은’으로 ‘그’를 ‘당신’으로 ‘들판’을 ‘벌판’으로. 그러다가 한달 전 아침에 절실히 깨달았다. 차마 버리지 못해 저장해놓은 것들을 바닥까지 비워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다시 또 시작해야 한다고? 두려움에 덜미가 낚아채여 눈꺼풀이 떨렸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버지가 말한 별것,이나 쓰는 사람이다. 그 별것을 가지고 나는 무엇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인지.

 

   병원에서 나오는데 아버지는 몸과 마음이 다 소진된 사람처럼 보였다. 치과에는 들르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아버지를 내 어깨에 기대게 하고는 나는 앞으로 쏟아지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손가락을 모아 콧등부터 이마까지 수십번을 쓸어내렸다. 탈진한 것처럼 보였던 아버지가 기운을 차려 내게 들려준 말이 사는 일이 꼭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은 아니라고 해서. 돌아보고 뒤가 더 좋았으면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라고 해서. 붙잡지 말고 흘러가게 놔주라고 해서.

 

   아버지는 쟁기질을 할 줄 알면 농사를 다 배운 것이라 했던 부친의 말을 실천했다.

 

   전염병에 형들을 잃고 장남이 된 열네살 아버지는 다시 전염병에 부모까지 잃고 호리쟁기질을 배웠다. 소 두마리가 필요한 겨리쟁기질도 익히고 싶었으나 소가 한마리뿐이었다. 그 소. 여름날 이틀 사이에 고아가 된 아버지를 안쓰럽게 여긴 아버지의 외가에서 아버지를 불러 송아지 한마리를 손에 쥐여주었다. 아버지의 외조부는 열네살 소년에게 어쩌든 이 송아지를 잘 길러서 먹고살 요량을 해야 한다고 당부를 했다. 소년은 송아지를 데리고 새벽마다 냇가 풀밭으로 나갔다. 그곳에 송아지가 먹을 물도 있고 풀도 있었으니까. 소년은 한시도 송아지 곁을 떠나지 않았다. 송아지의 몸통이 어제보다 불어났는지 다리가 얼마나 굵어졌는지를 매일 지푸라기로 재었다. 어서어서 송아지의 몸통이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밤중에도 풀죽을 끓여 여물통에 부어주고 송아지와 함께 잠이 들기도 했다. 송아지의 풀죽 되새김질하는 소리와 푸우, 하는 숨소리가 아버지에겐 자장가로 들렸다.

   그날 논에서 봤던 부친은 환영이 아니라고 아버지는 생각했다. 혼자 남아 이 집을 이끌고 가야 할 어린 아들에게 쟁기질이라도 제대로 가르쳐주기 위해 세상을 뜨기 전에 논에 있는 자신을 찾아왔던 거라 아버지는 믿었다.

   ―상여도 못 맸다.

   아버지가 부친에 대해 얘기할 때면 무엇을 떨구어놓듯이 뱉어내는 말 중의 하나가 상여도 못 맸다,는 것이었다. 전염병 시절이라 사람이 죽어도 모두들 겁을 내서 제대로 장례를 치를 수도 없었다고 했다. 제대로는커녕 사람들이 안 보이는 한밤중이 되길 기다려 내다 묻는 일도 힘에 겨운 시절이었다고.

   ―용산 작은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이다. 밤중에 전주 작은아버지도 와서 용산 작은아버지랑 함께 죽은 아버지를 덕석에 돌돌 말아 어깨에 지고서는 선산으로 묻으러 가는 데 따라나섰는디…… 오지 말라는데도 내가 자꾸 뒤따라가는데……

   아버지는 늘 여기에서 말을 멈추고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말도 마라, 밤하늘에 번쩍하는 큰 불이 떠다님서 내 앞으로 훅 밀려왔다가 밀려가고 내가 걷지를 못하게 불이 앞을 가로막는디…… 내가 작은아버지들을 따라갈라고 하믄 그 붉은 불이 나를 밀치고 자빠뜨리고…… 더는 못 따르게 하더라. 아버지가 나한티 정을 떼고 갈라고 그런 것이라고들 하더라. 무섬증을 줘서 그리워도 못하게 허고 슬퍼도 못허게 할라고 불이 되어 앞을 가로막은 거라고.

   열네살 소년은 얼굴을 지져버릴 듯 다가드는 불이 무서워서 더는 작은아버지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버지 아버지…… 어둠 속에 남아 온몸의 물이란 물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울 수 있었을 뿐. 이틀 후에 어머니까지 잃은 열네살 소년 아버지는 더는 목이 메지도 않았다. 양친이 이틀 사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낮에도 밤에도 집은 고요했다. 한밤중에 작은아버지들이 또 어머니를 덕석에 말아 대문을 나서는 그림자를 소년은 마루에 발을 걸치고 앉아 바라보기만 했다.

   ―넋이 빠져 있었는디……

   아버지는 마당의 빨랫줄 이야기를 했다. 넋을 잃은 채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 사이에 날이 밝아오고 어디선가 지지배배,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밤 사이에 아버지가 한 일이란 그 자리에 붙박인 채로 시선을 대문에서 마당의 빨랫줄로 옮긴 것뿐이라고. 살아오는 동안 아버지가 무심코 하는 어떤 말들에 의지해 무너지려고 하는 어떤 시간들을 건너오기도 했다는 생각을 제비 이야기를 들으며 했다. 크지 않은 나직한 아버지의 목소리. 지난밤에 뭔 일이 있었건 간에 날은 밝아오는 것잉게…… 그것은 틀림이 없당게, 같은 말들.

   ―우리 집 처마 밑에다 집을 지어서 새끼를 낳은 제비들이 그 새벽에 빨랫줄에 나란나란 앉어서는 지지배배거리는 것여. 그것을 한참 바라보는디 이번엔 어미제비가 처마 밑의 제비집으로 날아들더만 새끼제비한티 처마 밑 집에서 바깥으로 나오는 법을 가르치더라. 새끼제비들이 네댓마리나 되었는디 어미는 빨랫줄까지 날게 해줄 모양으로 시끄럽게 떠들며 날아왔다 들어가고 또 들어가고 하더니 나중에 보니 새끼들이 한마리씩 집을 나와서 이만큼 날았다가 다시 들어가고 또 이만큼 날아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하더라…… 넋을 놓고 마루에 걸터앉아서는 제비들이 하는 짓을 바라봤고나. 날이 밝고 해가 뜰 무렵에는 어미고 새끼고 할 것 없이 제비들이 죄다 빨랫줄에 나란나란 앉아서는 지지배배, 참말로 시끄럽게 굴더니만…… 어느 참에 보니까는 어미를 따라서 새끼제비들이 한마리 한마리 허공을 차고 날아가야. 날쌔게 허공으로 날아오르지 못하고 다시 빨랫줄로 돌아와 앉는 뒤처진 새끼 옆으로 다시 어미가 와서 같이 앉아 있고 하더니 뭐라뭐라 하는 것 같더니…… 날아가고 또 날아가고 하더만 어느 참에 보니 빨랫줄이 텅 비어 있더라. 그때는 울 힘도 잃어뿌려서 멍하니 빨랫줄만 보고 있었을 뿐인디 그 아침의 빨랫줄이 안 잊히지야. 하도 자주 생각이 나서 나중에는 어머니가 그날 아침에 그렇게 내 옆에 있었던 것이네 싶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