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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2000년을 여는 젊은 시인 20인
김태동 金泰東
1965년 경북 안동 출생. 1991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청춘』이 있음.
불륜의 江
내 마음속에 불륜이 솟아나고 있다 봄이 눈앞에 오는데
왜 이토록 불륜이 내 몸을, 내 눈을 괴롭히는가
정신 차리자 불교방송국을 나오며 흔들리는 봄바람에 취해 내가 가는 이 길이
무욕의 길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무슨 불길한 봄밤 符籍들을 강물에 띄워보낸다
슬픈 사람은 슬픈 사람을 만나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부적 같은 강물을 띄워보낸다
흘러라 환한 미소 붉은 웃음, 봄밤은 아득한 불륜의 江을 하늘로 띄우고
무슨 비밀처럼 쓴웃음을 지으며 불교방송국을 나오는 것이다 봄이 왔으므로
봄이 젖어들므로 봄밤, 바람에 뜬 반가사유상이 거기 떠 있으므로
안타깝다 그래도 내 마음속엔 불륜이 솟아나는 걸 환한 부적처럼 이걸 어찌하지?
봄에 쓴다
외롭다 한없는 외로움에 매달려 내가, 있다
이 봄에 밖은 어둠이고 어둠 따라 오래 숨겨둔 내 비밀의 눈이, 불구의 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저 눈을 따라 언젠가 출렁거렸던가 저 배를 따라 언젠가 검은 밤바다 검은 밤바다
출렁거렸던가 갔다 나는 아직 청춘인데 나는 아직……
‘청춘이라 말하면’ 내 마음이 운다
한없이 우는 내 갈비뼈를 내가 응시하……
봄밤 하늘에 내 언젠가 노 저어 가리라는 생각, 해본다
내 우는 이 운명의 기슭을 거슬러 나 맑은 순정 다 바쳐 사랑해, 소리쳐본다
나는 거꾸러지고 또 거꾸러지고……
운명이여 나에게 노를 다오 내 몸부림치는 검은 밤바다 검은 밤바다 피를 적시고 싶다
노를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