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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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철 羅基喆

1953년 서울 출생. 1987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섬들의 오랜 꿈』 『남양여인숙』 등이 있음.

 

 

 

김천쯤

몽골시편

 

 

바람난 망아지처럼

풀려나 몽골로,

세 시간이면 닿는

 

옆자리

검붉으스레한 몽골인

북제주군 조천읍쯤 바닷가길

앉아 있는

서른다섯 사내

 

초원이 보이자

저 넓은 곳 사람이

아무도 안 산다고, 떠듬떠듬

 

울란바토르 공항은

광주공항만하다

 

밖에 나오니

중고택시 두어 대

 

숙소 뜰엔

쑥부쟁이

 

김천쯤

 

 

 

두 풍경

몽골시편

 

 

머리가 긴

국회의원 겸

몽골자유문인협회 회장

다시발바르

복트칸궁에서

한 손을 가슴 위에 얹고

좀 길게, 외친다

서정주 시인처럼

심장이 아픈 젊은 시인

한잔 걸쳤다 한다

 

토르강가

아시아시인회의

여자들도 많다

갑자기 옷을 활활 벗고

팬티 차림으로

강에 뛰어든다

보좌관도 뛰어든다

몽골인들은 태연하다

 

자꾸

칭기스칸보드카를 권한다

 

모두 타고 온 버스에

오르는데

문화청장은

저만치

강물 소리로 누워 있다

 

 

 

울란바토르

몽골시편

 

 

민속공연장

담배 피우러 나온

어두운 뜰

마치고 돌아가려는

사탕을 입에 문

열두어살 무희,

몸이 뱀처럼 구부러지는

 

거대한 겔

서울식당의 불빛

 

하얗게 찢어지는

팝송 소리

 

숯검댕이 얼굴 묻힌,

화력발전소 굴뚝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