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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창비시선 200’ 기념 특집
오규원 吳圭原
1941년 경남 삼랑진 출생. 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사랑의 감옥』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 등이 있음.
새와 날개
강에는 강물이 흐르고 한 여자가
흐르지 않고 강가에 서 있다
안고 있는 아이에게 한쪽 젖을 맡기고
강이 만든 길을 보고 있다
길은 강에만 있고 강둑에는
흐린 하늘이 바짝 붙어 있다
아이는 한 손으로 젖을 움켜쥐고
넓은 들에서 하늘로 무너지는
강을 보고 있다
강에는 강물이 흐르고
물 속에서 날개가 젖지 않는
새 한 마리가
강을 건너가고 있다
거리와 사내
한 사내가 앞서가는 그림자를 발에 묶으며
호프집 앞을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다
한 사내가 두 여자와 함께 서로 등을 밀며
호프집 안으로 들어가 삭제되고
한 사내가 호프집 앞에 그림자와 함께
주춤주춤 멈추어 서 있다
건너편 궁전다방의 입구에는
퀵써비스 오토바이 한 대가 막 도착하고
두 사내가 서로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호프집 앞을 지나가고 있다
세 사내가 묵묵히 남의 그림자를 밟으며
호프집 앞을 지나가고 있다
길 건너편의 플라타너스 잎 하나가
서 있는 한 사내의 발 앞까지 가 좌우로 굴렀다
한 아이가 우와하하하 하며
앞만 보고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