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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통신 | 대학강사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교수직 유연화가 의미하는 것
박거용 朴巨用
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상임공동대표. tryst@sangmyung.ac.kr
1.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10월 9일 ‘대학별 교원확보 현황’(4월 1일 기준)을 발표하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199개 대학(교육대 제외)에 재직중인 교원은 지난해보다 2253명이 늘어난 4만 9762명으로 평균 교원확보율은 59.2%로 나타났다. 교원확보율은 1995년 77.0%까지 올라갔으나 97년 62.2%, 98년 60.1%, 99년 59.1%, 2000년 58.7%로 4년 연속 하락했으며, 올해도 새로이 교원확보율 산출 교원에 포함된 초빙교수 735명을 예년처럼 제외하고 계산하면(작년까지는 전임교수와 겸임교수만을 교원확보율에 포함시켰다), 교원확보율은 58.6%로 5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교원확보율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 교육의 질과 비례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원 1인당 학생수를 줄이려고 올해 초빙교수를 법정교원확보율 산출 교원으로 인정했으며, 내년부터는 교원 1인당 학생수 산출기준을 편제정원 학생수에서 재학생 기준으로 바꿀 것을 결정했다(2001년도 교원 1인당 학생수는 편제정원 기준으로 33.0명이고, 재학생 기준으로 30.3명이다). 올해 교원확보율은 국립대가 64.5%로 가장 높았고, 사립대가 59.8%, 공립대가 58.0%였다. 물론 일부 사립대학(포항공대 93.8% 등)은 90% 이상이었고 70% 이상인 대학(서울대 83.6%, 경상대 71.4%, 연세대 71.1% 등)도 여럿 있었지만, 어느 지방대는 교원확보율이 26.0%에 그치는 등 교원확보율이 50% 미만인 대학도 상당수였다.
이처럼 교원확보율이 낮아진 데는 물론 IMF관리체제로 들어간 98년부터 대학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처했다는 이유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도 그간 사립대학의 이월적립금이 계속해서 늘어나 올해 4조원에 이른다는 사실 앞에서는 설득력이 없어진다. 게다가 97년 이후 지금까지 5년 사이에 40여개의 대학이 신설된 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따라서 교원확보율 5년 연속 하락현상의 원인은 ‘국민의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간단히 말해서 교육상품화와 대학시장화를 스스럼없이 강행하면서 효율성과 경쟁력만을 강조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곳, 즉 전철 안이나 라디오나 TV 등의 대중매체 그리고 인터넷, 심지어 야구장과 같은 경기장에서도 대학선전물이 흘러넘치는 것이 이 점을 간단히 입증해준다. 상품화된 교육과 시장화된 대학은 전체 교수의 시간강사화나 비정규직화를 거리낌없이 전면화한다. 사립대학이 노골적으로 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하면서 이런 ‘효율화방안’을 무작정 이용하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정부는 이보다 한발 앞서서 나아가고 있다. 국회는 99년 1월 교수재임용제의 근거였던 “교육공무원법 제11조(신규채용 등)의 ③항 대학에 근무하는 교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기간을 정하여 임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대학의 교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근무기간·급여·근무조건, 업적 및 성과약정 등 계약조건을 정하여 임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면서 그 시행일을 2002년 1월 1일로 정해버렸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 ‘교수계약임용제’는 사실상 국·사립대학에 전면 실시될 것이고, 이는 전체 교수의 시간강사화 또는 비정규직화를 부추길 수밖에 없으며 사립대학은 이를 악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2. 현재 법정교원확보율에 포함되는 교원은 전임교원(연금가입자, 의료보험 가입자이면서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로 당해 대학에서 전일제 근무를 하는 자), 겸임교원(교수 자격기준에 해당하며 본직기관에서 정규직원으로 3년 이상 근무경력이 있고 임용기간이 1년 이상인 자) 그리고 올해부터 새로 포함된 초빙교원(교수 자격기준에 해당하며, 임용기간이 1년 이상이고 보수를 정액으로 지급받으며, 퇴직금 지급이 계약서나 고용조건에 명시된 자)이다. 이렇게 볼 때 시간강사는 아니면서 전임교원에 포함되지 않는 집단이 정관의 단서규정 또는 별도의 자체 인사규정에 의거해 채용되어서 해당 대학의 전임교원과 구분되는 비전임교원(연구·강의전담 교수로 임용된 자, 대우교수 등)이다.
‘연구·강의전담 교수로 임용된 자’는 1〜2년 단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시간강사보다는 신분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계약조건은 전국강사노조가 그동안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최근 『교수신문』 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2명의 교수를 임용한 경희대는 그 절반이 넘는 23명을 강의전임강사(조교수 신분)로 채용했다. 35명을 임용한 명지대 역시 20명의 강의전담 조교수를 교양과정에 배치했다. 세종대도 41명의 교수를 채용하면서 11명을 강의전임강사로, 3명을 연구교수로 임용했다. 대우교수제도를 운영중인 홍익대는 40여명의 교수들이 현재 ‘대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강의(전담)교수는 원래 과목의 특성상 어학분야에서 외국인 강사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주로 활용되었으나, 이제는 학문분야와 특성에 상관없이 비전임교수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학의 규정집에 따르면 ① 성균관대의 경우 “대우전임교원은 직급에 불구하고 1년 이내로 하며, 재임용할 수 있으며, 전임교원 11호 2급의 본봉을 기본급여로 하고 책임강의 시간을 초과할 경우 초과강의료를 가산지급하되 상여금 및 전근수당은 지급하지 아니”하며, ② 경희대의 경우 “연구·강의교수는 임용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학기말에 자동적으로 해임되며 별도의 통지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보수는 연봉급으로 정하며 계약서에 명기”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비전임교원들은 대체로 계약기간이 2년 미만이고 보수는 계약제(학교마다 각양각색인 액수는 추측할 뿐인데, 강사료+월 30〜8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로 체결하도록 되어 있으며, 임용기간 만료 후 자동해임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최근의 『교수신문』에 따르면 이렇게 전임교원이 아닌 이들을 일부대학에서 전임으로 보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대학이 재정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전임교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으로 이들을 악용하여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있다는 것인데, 그 계기는 지난해부터 교육부에서 담당하던 교원 임면·관리 업무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 이전되었기 때문에 생겨났다. 교육부보다는 대교협이 권위와 위상 면에서 사립대학에 대한 강제력이 떨어진다. 대교협은 “올들어 강의·연구·대우교수를 전임으로 보고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면서 “교육부의 해석을 요구해 전임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대학들이 전임과 똑같은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 난처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바꾸어 말하면, 연구·강의·대우교수 등은 일정정도 시간강사의 신분 안정에 기여하지만(여러 대학의 시간강사규정에 의하면, 시간강사는 제출서류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거나, 강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거나 기타 총장이 시간강사로 부적당하다고 판단할 때 학기중이라도 해촉될 수 있어서, 그야말로 파리목숨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수직 유연화와 비정규직화의 징후처럼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비전임교원 채용은 시간강사 비율이 높다는 나쁜 인상을 지우면서 노동기간의 유연화(6개월 학기제에서 1년 또는 2년 단위로), 노동임금의 유연화(강사료와는 달리 방학중에도 다소의 금액을 지급)를 실현하는 방법이 된 것이다. 교대와 사대 통·폐합과 관련된 초·중등 연계 자격증제도가, 이를테면 교사에게 전공 외의 교과를 가르치도록 강요함으로써 교원인력을 유연화하지만 전문성의 약화와 노동강도의 심화를 가져와 결국 교육의 질을 저하시킨다면, 대학의 경우는 계약제를 통하여 다수의 교수를 비정규직화하여 교수인력을 유연화하려 하지만 그 결과는 교수직 회피현상으로 이어져 연구인력의 감소와 해외 학문에의 종속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연구·강의·대우교수와는 달리 전임교원에 포함되는 겸임교원과 초빙교원은 이들이 담당하고 있는 수업시간 수의 합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전임교원 주당 책임시수인 9시간으로 나누어서 환산하고 있다. 겸임교원은 지난해 4621명에서 올해 6101명으로 그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초빙교원은 올해 735명에 이르고 있다. 겸임교원과 초빙교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산학협동을 강화하고 고등교육의 현장적응력 제고를 위하여 도입한 이 교원제도를 대학에서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석좌교수 및 객원교수는 학내 보직을 맡을 수 없고 교수회의에서 의결권을 갖지 아니한다(성균관대)거나, 겸임교원에게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겸임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경남대. 이 수당 지급범위, 지급액 및 지급방법은 총장이 따로 정한다)거나, 객원교원은 무보수로 임용할 수 있다(계명대)거나 하는 여러 대학의 규정들은 겸임교원의 권리를 부정하거나 보수체계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교수계약임용제는 교수집단의 가장 약한 고리인 연구·강의·대우교수 등 시간강사도 아니고 전임교원도 아닌 계층을 노리고 들어올 것이다. 시간강사에 비해 1〜2년간은 신분이 안정되고 보수도 그나마 괜찮지만, 전임교원에 비하면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으며 보수 면에서는 격차가 너무 심한 연구·강의·대우 등 각종 이름의 비전임교수는, 현재 대학들에서 전체 교수의 비정규직화와 시간강사화를 공공연하게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더욱 확대해나갈 명분으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 천기누설이지만, 지금의 이러한 추세를 바꾸어내지 못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대학을 상대로 한 최대의 벤처사업은 비전임교원을 공급하는 용역회사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우리나라 학문의 미래를 위하여, 그리고 교수의 권익을 위하여 전국강사노조를 아우르는 교수노조를 건설하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이미 1994년 여름에 합법화된 전국강사노조가 이 일을 떠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은 그간 강사노조의 어려운 위상에 의하여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강사노조가 비합법일 때는 이를 눈감아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강사노조가 합법화된 이후 강사노조에 소속된 사람들은 강사 채용에서부터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강사노조는 합법화되면서 오히려 더 힘을 잃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제 교수노조는 시간강사가 안정적으로 연구하고 강의할 수 있도록 최소한 1년 단위로 계약 채용할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 관철시켜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교수노조는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는 데 강사노조와 힘을 합해야 한다. 교수노조는 교수의 권익보호보다는 사학비리 척결과 우리 학문의 미래를 위해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