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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함민복 咸敏復
1962년 충북 충주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우울氏의 一日』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등이 있음. hminbok@yahoo.co.kr
그림자
금세 지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드득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듯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가을 들판
벼 익는 냄새
벼 낟알 부딪치는 소리
가득한 들판으로
얼굴 검게 탄 농부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
논길이 간신히 갈라놓았으나
온통 누렇다
농부는 보이지 않고 오토바이 소리가 낮아지고
백미러에 부딪힌 햇살이 가끔 튕겨오른다
온통 누렇다
동막리 승리호의 봄
그물은 다음 사리에 매기로 하고
그물 말뚝 붙잡아 맬
호롱말 박고 오는데
벌써 경진 엄마 머리에서
숭어가 하얗게 뛴다
그물 매는 것 배우러 나갔던
나도 신이 나서
경진 아빠 배 좀 신나게 몰아보지
먼지도 안 나는 길인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