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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한전 민영화의 문제점과 대안

 

 

김경식 金敬植

아이앤아이스틸(주) 경영기획팀 근무. 디지털창비 웹매거진(www.changbi.com/webzine)에 「미국체제 형성과정이 오늘날에 주는 시사점」을 기고한 바 있음.

 

 

1. 어느날 갑자기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만약 지금 이 순간부터 전기가 끊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또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두배 세배 인상되면 어떻게 될까? 도대체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기나 한 것인가? 불행히도 이 두 가지 일은 실제로 동시에 발생한 적이 있다. 2001년 1월 17,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는 2차대전 후 최초로 전기가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정전은 캘리포니아의 모든 분야를 혼란에 빠뜨렸다. 씰리콘 밸리에서는 첨단기기들이 멈추어섰고, 한 시간에 수천억원의 돈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현금자동인출기와 신용카드 단말기가 정지했고, 상거래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채소 도매시장에는 짓무른 채소들이 넘쳐났고, 낙농업자들은 젖을 짜기는커녕 냉장고 속의 상한 우유를 버리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이필렬 「캘리포니아 정전사태」, 디지털창비 웹매거진 2002)

도대체 글로벌 스탠더드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섣부른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빚은 참상이다. 그렇다면 민영화를 전제로 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진행중인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과연 자원배분의 효율이 제고되고, 전기요금이 인하되어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될까? 아니면 캘리포니아 사태와 같은 ‘정전 및 가격폭등’의 위험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될까?

전력산업 구조개편(경쟁체제 도입)은 한 기업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이는 우리 사회 가치구조의 지향점이 농축된 문제로서 다음의 여덟 가지 근거에 기초하여 인식할 필요가 있다. ① 공공성과 효율성의 문제 ② 숨어 있는 거대 자본국의 이해관계 ③ 매각방식·소유구조와 관련한 기업(재벌)정책의 문제 ④ 공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관치(낙하산) 인사 및 기업투명성의 문제 ⑤ 전력요금을 수단으로 한 경제(분배)정책의 문제 ⑥ 발전연료 구성에 따른 환경정책의 문제 ⑦ 민영화된 기업들의 행태와 관련하여 자율과 규제의 접점을 찾는 공정거래정책의 문제 ⑧ 장기적으로는 통일 이후의 체제정비 정책. 이러한 점들은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종합적인 차원의 논의가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제반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궁극적인 판단기준은 무엇인가? 경제주체의 창조적 파괴행위를 통한 자원배분의 합리화, 그로 인한 전기요금 인하 및 소비자 효용(공급안정성)의 증대 가능성이 그 기준이다.

 

 

2. 한국전력공사 민영화는 얼마나 진행되었나?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구조개편은 일찍부터 추진되어왔다. 민영화 방식은 정부보유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1989년 정부지분 21%를 국민주로 매각하기 시작하여 2002년 12월 31일 기준 정부보유지분은 산업은행 보유분을 포함해서 54%이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지분매각방식과 별도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관한 논의를 1990년대 초부터 진행해오다가 1997년 6월 ‘전력산업구조개편위원회’를 구성하여 수립한 안이 1999년 1월 발표된 ‘전력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다.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한전의 구조개편안은 이 기본계획에 의한 것인데, 1998년 한미투자협정 진행과정에서 정부가 한전의 핵발전 및 송전 분야 외에는 개방을 하기로 양보하여, 한전을 포함한 기간산업 민영화정책은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 미국의 압력에 의해 졸속으로 수립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1

구조개편의 주무기관인 전기위원회는 세 가지 이유를 한전 구조개편(민영화)의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합리성과 효율성보다는 감사·규제를 의식한 준법적·경직적 운영으로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하고, 둘째로는 총괄원가보상주의에 의한 전기요금 결정으로 방만한 경영을 초래하면서2 수익성과 이윤 극대화보다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만을 중시하며, 셋째로 공기업구조 유지시 2015년까지 수십조원이 소요되는 신규발전소 건설 투자재원의 확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전기위원회 「전력산업구조개편 추진현황 및 계획」2001)

그동안 정부는 기본계획의 추진을 위해 전기사업법 등 관련법을 개정 및 제정하여(2000. 12. 23), 한전의 발전부분을 6개사(수력·원자력, 남동, 동서, 중부, 서부, 남부)로 분할하였으며(2001. 4. 2), 전력거래소(2001. 4. 2) 및 전기위원회(2001. 4. 28)를 설립하여 관련업무를 수행하고 있다.3 한편 발전 6개사 중 경영실적이 가장 좋은 남동발전을 1차로 민영화하기 위해 매각계획을 발표했으나(2002. 9. 7) 인수 유력회사들이 투자수익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최종입찰 참여를 포기함에 따라 2003년 6월 현재 매각이 중단된 상태다. 배전부문은 2004년 4월에 5~6개사로 분할한 후, 2008년 12월까지 민영화한다는 것이 기본계획의 일정이다.

 

 

3. 전기의 상품적 특성에 비춰 우려되는 경영행태 몇가지

 

(1) 전기의 상품적 특성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경쟁이 가능해야 하는데, 경쟁이 가능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상품의 특성과 시장에 대해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전기’가 가지는 ‘상품·시장’의 특성을 휴대폰과 비교해보자. 휴대폰이라는 ‘상품’의 특성은 종류가 다양하고, 소비자가 상품구매를 결정할 때는 가격도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생산회사는 디자인·품질·브랜드·애프터써비스 등 차별화 요인에 총력을 기울이고 소비자도 이러한 면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만약 휴대폰이 없다면 유선전화나 인터넷으로 통화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생산회사는 수요가 침체할 경우 재고로 보유했다가 판매할 수도 있으므로 수급조절이 가능하다. 한편 ‘시장’의 특성을 보면,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생산·판매하는 회사는 3개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입이 자유롭고,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진다. 어느 회사든 연구개발능력 여하에 따라 세계시장을 상대로 영업이 가능하고, 또한 국내에 진출한 외국의 유명한 회사들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 상품과 시장의 특성이 ‘자발적인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전기의 ‘상품·시장’ 특성은 어떤가? 전기는 전기일 뿐이다. 전기는 무형재로서 가격 이외에는 차별화 요소가 없다. 상품에 이름이 없으므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대체재가 없고 재고로 보관할 수도 없으므로 일정량은 소비가 없어도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가격이 높아도 일정량은 구매해야 하고 가격이 낮다 해서 그렇게 더 많이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시장’의 특성은 수출입이 안되어 국외의 경쟁자가 존재할 수 없고, 기저발전(원자력·유연탄 등 24시간 발전)의 신규진입도 장애가 많다는 것이다. 시장의 규모도 창조되는 게 아니라 수요에 의해 주어진다.

이와 같이 휴대폰과 달리 전기는 그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자발적인 창조적 파괴가 일어날 수 없다. 그래서 경쟁구조를 만들어내려고 하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영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반상품과는 특성이 판이한 전기에 대해 휴대폰과 같은 경쟁구조를 만들어내려는 데에 있다. 전기에 대해서는 그것에 맞는 경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 발전회사들이 민영화될 경우 예견되는 경영전략적 행태

상품과 그 상품의 시장이 가지는 특성에 따라 기업의 전략적 행태는 판이하게 나타난다. 특히 대체재의 존재 여부, 상품의 차별화 요인 유무, 시장의 국내외 개방가능(진입장벽) 여부가 시장의 특성(자발적 경쟁구조 유무)을 결정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만약 발전회사들이 민영화될 경우 어떠한 전략적 행태를 취할 것인가? 첫째로 담합에 의한 경영이 이루어질 것이 예상된다. 전력산업 민영화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은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려를 하고 있다.

 

어떤 시장에서 담합이 성공적으로 일어날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품이 동질적일수록 담합가격 협상이 용이하므로 담합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 시장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을수록 담합이 용이하다. 셋째, 담합의 참여자가 소수일수록 감시비용이 낮으므로 담합이 용이하다. 넷째, 신규진입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있어 장벽이 있거나 시차가 존재할 때 담합이 용이하다. 다섯째, 시장거래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암묵적 담합의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산업조직론상의 이론적 논의를 한국의 전력시장에 적용해보면, 5개의 발전회사만이 의미있는 참여자로서 기업의 숫자가 많지 않으며, 전력은 동질적인 상품으로서 풀(pool)시장에서 익명으로 거래되며, 5개 발전회사의 규모나 비용, 구조 등 여러면에서 유사하며, 거의 똑같은 거래가 매일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점, 모든 입찰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풀시장에서 비밀스런 가격할인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담합이 성공할 조건이 충분한 시장으로 볼 수 있다.(『경쟁적 전력시장에서의 정부의 역할』, 에경연 연구보고서 2001-08)

 

전력회사들의 담합에 관한 전형적인 사례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정전 및 가격폭등’ 사태다. 1998년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를 기대하고 경쟁이 용이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런데 그후 지방공사 소유 전력회사는 가격을 내렸으나 민간회사는 오히려 가격을 계속 인상하기만 했다. 또한 공익성을 추구하는 지방공사 소유인 쌔크러멘토 전력회사(SMUD)는 발전을 계속했으나,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회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발전기를 처분하고 도매시장에서 싼값의 전기를 사서 소매시장에 팔아 재미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2000년 중반부터 도매가격이 1999년 대비 네배나 급상승한 데 비해, 소매가격은 주정부의 규제로 인상되지 않자 전력판매회사들은 파산하게 되었다. 이에 전기생산요금을 받지 못하게 된 발전회사들은 수리를 핑계로 담합하여 2001년 1월 17, 18일 발전을 중단했다. 이에 반해 SMUD는 발전소 운영에 주민의 여론을 최대한 반영해 발전기를 매각하지 않았고 시민들의 환경의식에 부응하여 1989년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기도 했다(이필렬, 앞의 글).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첫째로 섣부른 구조개편(민영화를 통한 경쟁)은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는 점, 둘째로 최종소비자요금의 경직적 규제로 발전↔도매↔소매↔소비자 간의 수급을 조절하는 가격기능이 상실되었다는 점, 셋째로 주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는 경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행태는 인수·합병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민영화체제로 운영하게 되면 각 발전회사 및 발전기별 수익성의 차이에 따라 종국에는 2~3개의 기업만 생존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담합을 훨씬 더 용이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이 2001년 4월 발전부문을 6개사로 분할한 후의 경영실적이다. 당초 발전부문을 6개사로 분할할 때의 기준을 보면 특정 부하대(負荷帶)에서 가격지배력(담합) 방지를 위해 회사별 전원구성이 비슷하도록 안분(按分)하고, 사용연료·잔존수명·가동률이 균등하고 변동비가 최소화되도록 배분하여 외부 매각가치와 수익가치가 비슷해지도록 하였다. 가능한 한 서로 비슷비슷하게 하다보니 같은 부지 내에 있는 서인천 화력발전소 1, 2호기는 서부발전으로 배분을 하였고, 3, 4호기는 남부발전으로 배분을 하였다. 그러나 분할 1년 후인 2002년 각 발전회사의 수익률(경상이익률)을 보면 원자력발전이 25.3%, 남동발전이 29.4%, 중부발전 28.2%, 서부발전 16.2%, 남부발전 11.6%, 동서발전 5.2%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만약 발전기별로 수익성을 산출한다면 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발전회사들은 발전기별로 인수·합병하거나 발전회사 자체를 인수·합병할 수도 있을 것이다.4

 

 

4. 전기요금 89%까지 인상될 수 있다

 

(1) 전기요금 결정구조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궁극적인 목표가 전기의 안정공급과 전기요금의 인하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종전의 전기요금 결정구조와, 민영화를 전제로 한 현행방법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이다. 더불어 앞으로는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그러한 구조로 인하여 전기요금은 얼마나 인상될 수 있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5

발전부문을 분할하기 이전의 전기요금은 ‘총원가중심가격체계’였다. 이 방법은 한전의 총원가를 발전량으로 나누어 단위당 전기요금을 산출하는 방식으로서, 소비자는 단위당 원가에 한전의 적정수익률(2000년의 경우 6.4%)을 더한 것을 전기요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단위당 발전원가가 50원이라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전기요금은 53.2원(50원×1.064)이 된다.

그러나 민영화를 전제로 발전부문을 6개사로 분할한 현재 전력거래소에서 채택하고 있는 가격결정원리는 ‘계통한계가격체계’(System Marginal Price, SMP)이다. 이 방식은 발전원가를 변동비(연료비)와 고정비(설비비·인건비 등)로 구분하여 고정비를 사전에 평가한 금액으로 지급하고, 변동비도 사전에 발전기 연료별로 평가해놓는다. 전력거래소는 시간대별 전력수요를 충당할 발전기 가동을 지시하는데, 이때 변동비가 낮은 순서부터 가동을 지시한다. 그런데 이 방법의 문제점은 시간대별 전력수요를 마지막으로 충당하는 발전기(변동비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변동비가 시장가격(SMP)이 된다는 점이다.6 2000년 6월~10월 발전연료별 단위당(원/kwh) 변동비를 보면 원자력 4원, 유연탄 13원, 유류 53원, 복합화력 62원, LNG 87원인데, 시간대별 마지막으로 가동된 발전기 구성비는 원자력 0.3%, 유연탄 12%밖에 안되고, 유류가 25%, 복합화력이 5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복합화력이 마지막으로 가동되는 시간에는 원자력·유연탄·유류 발전기 모두에 62원을 지급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원자력은 58원, 유연탄은 49원, 유류는 9원의 횡재(windfall)를 하게 된다.7

배전부문이 분할되면 발전회사와 배전회사가 전력거래소에서 매매를 하게 된다. 이때는 변동비를 적용하지 않고 변동비에 고정비를 더한다는 점이 다를 뿐 가격결정원리는 같으므로 횡재가 발생하기는 마찬가지인데, 담합의 가능성과 가격 변동폭이 더 크다는 문제가 생겨난다(에경연, 앞의 책 및 주 8번의 책).

 

(2) 예상인상률 및 문제점

한전의 총원가중심가격체계에서 민영화에 따른 계통한계가격체계로 변경됨에 따라 발전요금은 약 20% 인상이 된다.8 여기에 발전회사들의 담합 또는 횡재 취득을 위한 기저발전기의 고의적 장애유발 등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은 추가로 69%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이 에경연의 연구결과이다(심상열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에 따른 열병합발전의 경제성 평가」, 에경연 연구보고서 2002-15). 이러한 점을 규제로 막을 수 있다고 하나, 민영화 후 긴 시간이 지난 다음 민간기업의 원가내역을 어떻게 파악하여, 어느 수준으로 규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 에경연의 고민이다.

변경된 전기요금 결정체계의 문제점은 첫째로 소비자의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전기요금 인상과 그로 인한 물가상승 및 산업경쟁력 약화라는 연쇄적인 부담이 생긴다. 둘째로 기저발전기는 엄청난 횡재를 지속적으로 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안정공급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계통한계가격체계에서 기저발전기에 초과수익(횡재)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에는 미래의 전력수요 증대에 대비한 신규설비투자자금을 소비자로부터 미리 받아 확보하도록 한다는 논리가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민영화에 참여한 자본이 대한민국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초과수익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여 안정공급과 저렴한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시켜줄 것인지,아니면 단기간에 초과이윤을 챙겨서 철수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셋째로 친환경발전은 미래에도 철저히 배제된다는 점이다. 기저발전은 계속해서 초과수익을 취하게 되므로 설사 신규투자를 한다 해도 당연히 초과수익이 보장되는 기저발전소를 건설하게 될 것이다.

 

 

5. 민영화, 최선의 방법인가?

 

정부소유기업에 민영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영국병 치유를 위해 새처 수상은 전통적으로 자연독점산업으로 분류되던 전력·통신·가스·수도 등과 같은 공적사업을 대대적으로 민영화했는데, 전력산업의 경우 1990년 12월 약 20여개의 발전사로 분할, 민영화했다.9 민영화 후 영국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1인당 생산성이 향상되고 전기요금도 인하된 것으로 보고되었다.10 그러나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민영화되었던 원자력 발전회사 브리티시 에너지는 파산에 직면하여 정부로부터 해마다 6억 파운드(1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한겨레신문 2003. 2. 11).

미국에서는 1992년에 에너지정책법(Energy Policy Act)을 제정하여 대체에너지 발전사를 포함한 신규발전사들이 기존의 송전망을 이용하여 전력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경쟁촉진정책을 도입하였는데, 앞서 예를 든 캘리포니아 사태는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민영화(경쟁촉진) 효과가 영국과 미국에서 상반되게 나타났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영국의 경우 민영화 추진 당시 발전설비 예비율이 30~40%에 달할 정도로 과잉상태였고, 발전회사 수도 담합을 하기에는 너무 많았다. 이에 비해 전력수요 증가는 연평균 1.5% 정도에 불과했다(홍장표 「전력산업 민영화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주 1번의 심포지엄 자료집). 이 경우 민영화된 발전회사들은 이윤극대화의 방법을 ‘생산의 최대화’에서 찾게 된다. 전력산업은 설비투자금액이 막대해 원가구조상 전력단위당 고정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생산을 최대화할수록 단위당 고정비는 더 낮아지고 이윤은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되므로 발전회사들은 생산량 최대화를 추구하게 된다. 전력생산량은 크게 늘어나는데 수요증가는 미미하다보니 도매가격이 인하되고, 가격이 인하되면 발전회사들이 더 많은 생산을 추구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결국 경쟁력을 상실한 발전회사들은 파산하거나 인수·합병되어 종국에는 소수의 발전회사들만 살아남게 되고, 경쟁력 없는 발전설비는 없어져 장기적으로 담합이 용이한 상황이 된다. 일반상품과 달리 수입이 불가능하고 대체재는 없고, 곪을 대로 곪은 상태에서 기본적인 수요는 항상 존재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건드리기만 하면 일정한 효과(전력기업의 수익성·생산성)가 날 수 있는 상황에서 영국을 전력산업 민영화의 성공사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발전연료 구성비와 그 자급률(해외의존도)을 고려해볼 때, 영국의 전기요금이 인하되었다고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단정은 섣부른 예단이라고 보여진다.

미국의 경우에서도 성공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일부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면, 그에 못지않은 실패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실패사례인 캘리포니아 사태를 계기로 많은 주들이 안정공급에 역점을 두어 민영화 계획을 취소하거나 민영기업을 주정부나 지방정부가 사들일 계획이라는 보고가 많다. 영국과 달리 ‘정전 및 가격폭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은 무엇보다도 발전회사들이 담합하기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미국경제의 호황으로 전력소비증가율은 급증했으나(1996년 4%, 1997~99년 5%, 2000년 10%) 발전설비 증가는 지체되어 설비예비율이 급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영화된 발전회사는 이윤극대화를 위해 영국과 정반대의 방법을 취하게 된다. 생산증대를 통한 고정비 인하 방법을 취하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으므로 공급을 조절(감소)하여 가격이 인상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문제는 민영화할 경우 신규설비도 기업의 이윤논리에 따라간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환경규제, 인근 주의 값싼 전력유입 가능성, 진입장벽 등을 신규설비투자가 부진한 이유로 보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민영화된 기업은 투자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신규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시장가격에 의하든 정부의 규제에 의하든 자본은 그들의 목표수익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야만 신규설비에 투자한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를 볼 때, 현재도 연간 10%의 전력소비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향후 2015년까지도 연평균 4~5%의 증가율이 예상되며 아직도 1인당 전기소비량이 선진국의 절반수준에 불과한데다11 북한에 대한 전력공급까지 고려해야 할 우리나라 상황에서 과연 민영화를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 전기요금 인하 및 안정공급이 가능할지 진지한 검토가 절실히 요구된다.

영국·미국 외에도 전력산업 구조개편(경쟁체제 도입이긴 하지만 모두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을 추진하는 나라는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세계 60여개 국가에 달한다. 특히 브라질이나 멕시코는 우리나라와 같이 외환위기에 따른 ‘절차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백평선 『공기업 민영화』, 연세대출판부 2001). 그러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아직까지는 ‘구조개편〓민영화’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6. 예상되는 정부의 규제방향과 그에 따른 문제점

 

전력산업이 민영화될 경우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불안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그 대책은 또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살펴보자.

첫째, 강제계약(vesting contract)이 있을 수 있다. 강제계약이란 민영화 초기 시장가격(SMP)과 종전의 원가중심가격 간의 괴리현상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정부가 발전회사와 배전(판매)회사 간에 일정기간(보통 3~5년)의 전력거래 물량과 가격을 강제로 결정하여 맺는 재무계약이다. 이렇게 할 경우 가격을 안정시킬 수는 있지만 그 안정은 매우 위험한 것이 된다. 우선 투자수익률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발전회사들이 신규설비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급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고, 또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가격 결정이 주로 복합LNG(54%)와 유류(25%) 발전에 의해 결정되는데 두 발전의 연료가 모두 국제가격과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들이 소비자가격에 적시(適時)반영이 안될 경우에는 제2의 캘리포니아 사태가 유발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해 계약에 반영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강제계약 자체가 민영화의 근본목적인 경쟁적인 시장질서 활성화에 반하는 제도인데다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둘째, 기저발전소 건설을 증대하는 방법이다. 현재 발전연료 구성상 기저발전의 비중이 낮아서 횡재가 더 많이, 더 자주 발생하므로 기저발전의 비중을 높이면 횡재금액과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01년 현재 발전설비용량 구성비는 전체 5086만kw 중 원자력이 27.0%, 석탄이 30.5%로 기저발전 비중은 57.5%인데, 2015년에는 전체 7702만kw 중 원자력 34.6%, 석탄 28.8%로 이를 63.4%로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산업자원부 보도자료 「제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2002. 8. 17).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또 님비현상과 외부비경제라는 엄청난 사회적인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그다지 멀지 않은 장래의 환경문제를 생각할 때 과연 원자력과 화석연료의 비중(양)을 늘리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익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불가리아·독일·네덜란드·까자흐스딴·러시아·슬로바키아공화국·스웨덴·미국에서는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거나 폐쇄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원자력을 지지해왔던 프랑스·중국·일본 세 나라에서도 이제는 입장을 달리하여 풍력발전 등 환경친화적 발전시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레스더 브라운 『에코이코노미』, 도요새 2003). 또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목적상 민영화 이후 발전소 건설은 민간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인데 강제계약으로 발전회사의 수익을 묶어놓고 정부의 의도대로 발전연료의 포트폴리오가 구성될지도 의문이다.

셋째, 계약시장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영국의 경우 차액계약(CfD)12이 80%나 될 정도로 활성화되었고, 우리나라도 전기사업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활성화해 전력 선물거래시장을 도입하면 시장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야말로 시장가격의 ‘급격한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지 ‘가격급등으로 인한 부담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일정기간 시장가격보다 낮게 할 수는 있어도 종전의 원가중심가격보다 낮게 계약할 발전회사는 없기 때문이다. 즉, 어떤 계약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현물시장의 시장가격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높은 가격에서의 제로썸(zero sum)이 될 수밖에 없다.

넷째, 전력거래소 운영방법 개선 등 운영의 묘를 기하는 방법이다. 영국은 최근에 0원으로 입찰하여도 계통한계가격(단일가격)을 지불하는 방식(SMP)에서 입찰자가 제시한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Pay-as-Bid)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의 짧은 기간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는 오히려 평균가격이 SMP보다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하고 있다(에경연 연구보고서 2001-08). 이밖에도 SMP 결정을 시간단위에서 30분, 5분, 1분 단위로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모든 전력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해야 하는 현재의 의무풀(pool)을 자유풀로 변경한다든지, 원자력 회사는 강제가동(must-run) 개념을 적용한다든지, 또는 사후 정보공개 및 발전사별 잉여설비를 매매할 수 있는 용량시장을 도입한다든지, LNG 특소세를 면제한다든지, 심야전기요금을 인상해 부하구조를 개선13한다든지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도 종전의 원가중심 가격체계보다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할 수는 없고, 실효성을 확신할 수 없는 규제수단만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제한하나, 기저발전은 ‘공동’의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단독’으로 발전기 장애를 유발하면 횡재가 들어오게 된다. 기술적인 의혹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규제 입안자들이 더 잘 알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7. 과감한 인쎈티브가 주어지는 공개된 공적경쟁

 

우리는 이미 민영화를 하지 않고도 내부적인 발전경쟁을 통해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2002년도 한전의 당기순이익은 3조598억원(당기순이익률 14.5%)이다. 같은 기간 동안 세계최고의 수익률을 달성하였다는 삼성전자의 이익률이 17.4%이고 철강부문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포스코의 이익률이 9.4%이다. 가히 한전의 수익성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2002년에 한전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이러한 경영실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14 이러한 결과는 민영화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원배분의 합리화가 가능하고, 그로 인한 전기요금 인하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민영화를 통한 사적경쟁’이 아니라 ‘공개된 공적경쟁’이다. ‘공적경쟁’이 키워드다. 이러한 공적경쟁 제도는, 공기업인 독일의 대학병원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각 대학병원의 산출량과 비용을 비교분석해 내부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고 감사를 철저히 함으로써 잘 운영되도록 하는 제도와 비슷한 것이다(백평선 교수의 설명).

발전부문의 내부적인 경쟁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필자는 ‘과감한 인쎈티브가 주어지는 공개된 공적경쟁’이라고 표현하고자 한다. 자원배분의 효율화는 경제주체에 대한 보상의 공평성에서 출발한다. 정당하게 더 노력해서 더 먼저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누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정당하고도 공평한 것이다. ‘과감한 인쎈티브’는 당연·정당·공평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수단인 것이다. 회사의 목표(이것은 꼭 이익만이 아니다) 달성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과감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과감한 인쎈티브라고 해서 조직 전체의 비용을 늘려서 지급하라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목표달성이 크다면 조직 전체의 파이가 커져야 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획일적으로 보상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과감한 성과중심문화’는 내부적으로 조직의 이윤동기를 자극해 내부 경영자원을 합리화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내부시장제도’15라는 경영기법을 도입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공개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한전이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 국정 감사를 받지만 지금까지의 결과가 말해주듯 그러한 감시는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따라서 건전한 시민단체·소비자가 실적에 대한 분석은 물론, 계수적·비계수적 모든 경영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경영참여를 보장하고 기초적인 자료도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김윤자 「‘민영화=경쟁도입=효율증진’ 논리의 위험성」, 디지털사상계www.sasangge.com). 이는 공기업 한전의 궁극적인 존재목적이 전국민에 대한 기여도 제고이고, 국민은 한전에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데, 보상을 해주기 위해서는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과감한 인쎈티브가 주어지는 공개된 공적경쟁’에 맞게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즉 기본적인 규제만 하고 한전의 자율성을 신장시키는 방향인데 소비자요금 관리와 장기전력 수급대책만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방식도 투자보수율 규제에서 가격상한방식16으로 빨리 전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전력공사법 및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도 한전의 자율성을 신장시키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하고, 각종 투자관련법도 친환경적 재생가능 에너지발전을 획기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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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상곤 「김대중정부의 민영화정책 평가와 에너지 산업」, 『네트워크 기간산업 민영화의 문제점과 올바른 방안모색』(한겨레신문·민교협 주최 국제심포지엄 자료집, 2003. 2. 14) 및 안영근 「한미투자협정과 졸속적인 공기업 민영화」(정책자료집 2001-1, 2001. 3) 참조.
  2. 공기업은 ‘지불해야 할 원가’(due cost)만 보상되어야 함에도 ‘발생된 원가 전부’를 보상받음으로써 원가절감의 동기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3. 전기는 발전→송전→배전(도매)→소비자(소매)의 공급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발전과 배전 사이에서 전력매매를 담당하고, 전기위원회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전반을 관장하는 기구이다.
  4. 물론 규제로 인수·합병을 막을 수 있으나(전기사업법 제10조. 인수·합병은 산업자원부 장관의 인가사항) 지속적인 규제는 자원배분의 효율화에 역행하는 것이고, 부실화된 발전기(회사)를 계속 방치할 수도 없다.
  5. 전기요금은 〔발전원가+송전원가+배전원가+판매원가〕=〔총원가+적정이윤〕=〔전기요금+전력산업기반기금〕=〔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발전원가의 비중이 약 70% 정도 되고, 민영화에 따른 전기요금의 주요 문제도 여기에 있다.
  6. 전기위원회가 발간한 민영화 홍보자료 『전력산업구조개편 ‘아하, 그렇군요’』(2003) 17면에 “매일매일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력을 팔고 있습니다. 각 발전소는 자기가 팔려는 가격을 써서 입찰에 들어가게 됩니다”는 이 방법을 의미한다. 이 가격입찰이라는 게 상식적인 의미(최저가격 낙찰)와는 다르다. 계절별·시간대별 전력수요 패턴이 일정해서 각 발전사는 시간대별 가동순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입찰가격은 의미가 없다. 가격결정 방법상 기저발전이 얼마에 입찰을 하든 가동한 모든 발전기는 그 시간대의 마지막 가동발전기가 유류이면 53원, LNG이면 87원을 받게 된다. 이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한계비용(MC)과 한계수입(MR)이 일치할 때까지 생산을 하고, 그때의 가격이 시장가격(P)이 된다는 논리이다.
  7. 이러한 방식에 의한 결과 기저발전기의 이익이 폭증하여 한시적으로 기저발전기한계가격(BLMP, Base Load Marginal Price)을 도입하였다. 즉, 기저발전기에는 기저발전기 중 가장 비싼 변동비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일반발전기 중에서 가장 비싼 변동비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분을 하였음에도 발전사의 이익은 경이적이다.
  8. 현재는 이 인상분을 최종소비자의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고 있으나 민영화가 되면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정책적으로 규제를 한다고 하나, 도매요금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소매요금을 규제한 데서 캘리포니아 사태가 비롯되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민영화 후 전기요금 결정구조에 대해서는 에경연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전기요금체계 개편방안』(2002) 참조.
  9. 현재 추진중인 한전의 민영화 방안도 영국 전력산업구조 개편시 자문기관으로 활동한 영국 로스차일드(Rothschild)사의 자문을 받은 것이므로 영국의 사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0. 민영화 직전인 1990년과 대비하여 1997년에는 18.4% 인하되었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도매요금은 40% 내렸으나 소비자요금은 1~2% 밖에 내리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다. 기준연도, 물가지수 등을 감안한 엄밀한 자료가 요구되나, 현재는 민영화 찬·반 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인용되기도 한다.
  11. 1996년 현재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kwh)은 미국 1만2360, 일본 7081, 싱가포르 6842, 한국 3646이다. 조성봉·조인구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른 전력시장 역할의 검토』(한국경제연구원, 연구02-10) 참조.
  12. CfD(contract for difference)란 전력거래소(pool) 밖에서 발전회사와 소비자 사이에 전력 직거래시 전력거래소 가격의 변동 위험을 회피(hedging)하기 위해 전력거래소 가격과 미리 정한 가격과의 차액에 대한 정산내용을 정한 계약을 말한다.
  13. 심야에 남아도는 기저발전기 전력의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외선공사비 무료, 기기설치 보조금 지급)으로 사용량이 급증한데다, 등유·가스 등 대체에너지 가격상승으로 심야전력수요가 폭증하게 되었다. 그 결과 심야에도 LNG발전기 가동으로 SMP가 상승하게 되므로 심야요금을 인상해 전력수요를 감소시키면 SMP가 낮아진다는 뜻이다.
  14. 이러한 경이적인 성과의 핵심은 발전경쟁에 있다. 발전 6개사의 지분을 한전이 100% 소유하고 있는 관계로 이들 발전회사의 당기순이익은 한전의 손익계산서에 지분법 평가이익으로 귀속된다. 그 금액이 무려 1조8991억원이고 한전 이익의 62.1%는 발전회사의 이익이다. 발전회사의 경쟁효과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발전회사가 2001년 4월 분할되었는데, 2002년도의 발전회사 이익은 2001년의 9개월분을 12개월로 환산해 비교할 경우 증가율이 42%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15. 내부시장제도는 조직을 내부고객 지향적인 체계로 편성하고, 각 조직단위별로 목표달성 기여도를 평가하는 제도이다(컨썰팅사 엔플랫폼nPlatform의 설명). 현재 논란중인 배전분할도 공개된 공적경쟁을 전제로 한다면 분할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16. 이는 총괄원가보상주의와 달리 정부는 가격상한선만 정해놓고 원가절감분은 기업의 몫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장점은 공기업이 원가절감 의욕을 가지게 되고 규제가 단순·투명해진다는 점이고, 단점은 품질저하가 우려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