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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희철 李熙喆
1962년 대구 출생. 199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hichulyii@hanmail.net
내 안의 봄
배추흰나비를 보면 어머니가 죽는다고 애써 고개를 홰액 돌렸다. 안 봤다! 안 봤다! 몇번이나 다짐을 놓아도 안되면 눈멀도록 해를 보며 들판을 달렸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올 때면 울타리 너머를 기웃대며 집 안을 살피곤 했는데 어머니가 계실 때는 정말 안심이었다. 그러시더 어머니, 지금은 자주 기억을 놓고서 오두마니 앉아 아물아물 지평선이 되신다. 아무리 다가서도 다가갈 수 없는 거리 그래도 이승서 밥짓는 일 있어 따순 밥 한그릇 올리고 잠자리 드니 저승서도 누가 공양을 올리는지 냉이꽃, 민들레, 별꽃들 눈물로 들판이 환하다.
숙제
늙은 아버지께서 밥을 비빈다
들기름이 치매에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끼니때마다 들기름병을 들고 와 어머니 밥을 비빈다
어머니께서 비빈 밥을 몇술 뜨더니
해 지는데 어여 자러 가지 않고 뭐하나 역정을 낸다
누나는 어머니 손을 부여잡고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였지만
아버지, 이 할망구! 그러자 어머니께선
이 영감탱이!라고 응수를 한다
그걸 보고 어린 딸은 할아버지 할머니 코미디를
정말 잘한다며 웃다가 무안해할 때 식구들
모두 웃는다
그로부터 내게는
이 할망구, 이 영감탱이,가 한평생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었네 거죽이 쭈글쭈글한 이 할망구,
이 영감탱이, 이런 말을 주려고 이 생을 산 것은 아니겠지만
세상일이 바쁘고 하 답답할 때
이 할망구, 이 영감탱이, 불러본다
히죽이 하늘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