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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 양 鄭 洋
1942년 전북 김제 출생.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까마귀떼』 『수수깡을 씹으며』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눈 내리는 마을』 등이 있음. jyang1314@hanmail.net
하늘빛 짙푸를수록
黃河 9
애당초 이 강물에는
하늘빛이 담기질 않는다
하늘빛 짙푸를수록
강물은 더 누렇다
하늘은 하늘이고
강물은 강물일 뿐
어느 지평선으로도
하늘을 옮기는 법이 없다
하늘빛 짙푸를수록
하늘은 더 야속하다는 걸
태초부터 이 강물은
뼈저리게 알았나보다
잉어 한마리
黃河 10
뚝 너머 간이음식점 앞마당에는
둘레가 한아름도 넘는
적갈색 플라스틱 물통이 비좁아서
허리가 활처럼 휜 잉어 한마리
가쁜 숨을 몰아쉰다
싯누런 물빛 누렇다 못해
온몸에 저렇게 붉은빛이 돋는가
말이 안 통하는 음식점 주인에게
이렇게 큰 걸 어떻게 잡았냐고
물어보려다 그만두었다
물길을 거스르다 잡히는지
휩쓸리다 잡히는지도 묻고 싶었지만
그것도 그만두었다
天山이든 티베트 고원이든
어디선가 반드시 흘러올
맑은 물을 찾아가는 길이었을까
눈 녹은 그 차고 맑은 물에서 정처없이
탁류로 탁류로 휩쓸리다 잡힌 것일까
뭘 물으려다 그만두는 날더러
너는 지금 거슬러가는 중이냐 휩쓸리는 중이냐
주인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꼭 되묻고 싶은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