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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인터뷰

 

민주노동당은 진보운동의 희망인가

심상정 의원과의 대화

 

 

하승창

chang@action.or.kr

 

 

사진ⓒ이장욱

사진ⓒ이장욱

 

수시로 조도가 변하는 바람에 사진촬영을 위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녀야 할 만큼 황사가 잔뜩 낀 주말 오후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심상정 의원을 만났다. 곳곳에서 진보진영의 위기론이 터져나오는 요즈음, 우리 진보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핵심인물 중 한명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진다. 워낙 바쁜 분이라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다. 막 의원이 되었을 때 한번 만났고, 그후로는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것말고는 처음 보는 셈이니까 아무래도 지금의 생활이 궁금했다.

沈相螣제17대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원내 수석부대표.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조직국장 및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역임.

沈相奵 제17대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원내 수석부대표.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조직국장 및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역임.

하승창• 요즘 의원생활이 어떠신지요.

심상정• 솔직히 노동운동할 때보다는 많이 고달픈데요. 반면에 배우는 것은 굉장히 많아요. 아무래도 노동운동을 할 때는 활동공간이 제한되었는데, 국회라는 데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곳이고,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접촉면이 넓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하승창• 2004년 국정감사 때 이헌재 장관이 혼났던 모양이죠? 경제문제에 대한 심상정 의원의 식견이 대단하다고 평가하던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노동운동을 하는 것과 국정 전반을 다루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고, 그간 시간도 없었을 텐데 어느 사이에 그런 식견들을 쌓으셨나요?

심상정• 그 평가에 대해서는 좀 얼떨떨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경제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부족해서 시간만 되면 전문가들을 많이 모셔서 공부했어요. 특히 경제파트 관료들 중에서도 주로 국장, 과장 등 실무 책임자들과 공부한 것이 실물이해에 도움이 된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노동자, 서민의 시선으로 국정과 경제정책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 것이 다른 의원들과 가장 차이나는 부분 같아요. 이헌재 장관이 칭찬 아닌 칭찬을 한 것은 아마 지금까지는 경제관료들의 성역으로만 여겼던 영역에서 공격당했다는 위기의식의 표현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하승창• 민주노동당에서 심의원의 위치와 그와 관련해서 민주노동당 이야기도 해보았으면 합니다. 현재 원내의원이 9명이죠. 원내와 최고위원회 사이에 원활한 협조가 되고 있다고 보는지요.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데요.

河勝彰 시민운동가.‘함께하는 시민행동’정책위원장. 경실련 정책실장 역임. 저서로 『하승창의 NGO이야기』가 있음.

河勝彰 시민운동가. ‘함께하는 시민행동’정책위원장. 경실련 정책실장 역임. 저서로 『하승창의 NGO이야기』가 있음.

심상정• 당과 의원 간의 갈등문제가 많이 거론되는데 그건 밖에서 보는 것처럼 입장이나 노선의 문제라기보다 공간이 다르다보니 생기는 인식의 격차 탓이 크다고 봐요.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하게 되면서 원내가 갖는 정치적·조직적 위상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수렴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갈등인 거죠.

그전까지는 원내 진출에 대한 당내 논의가 주로 의회주의에 대한 경계에 집중되었어요. 그런데 막상 원내에 들어와보니 제도권을 활용할 역량이나 조건이 안되는 게 더 큰 문제로 대두된 거죠. 예컨대 저는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인데 내일 재경위 업무보고 일정이 있으면 오늘밤을 새워서라도 내용을 파악하고 뭐라도 질의할 것을 만들어내야 해요. 그런데 당으로 가면 타임스케줄이 안 나와요. 당에서 여러 정책이나 내용이 지원되면 보좌관들이 그걸 가공해서 원내에서 대응을 해야 하는데, 당 구조가 이런 원내의 필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거죠. 그런 소통의 문제, 씨스템의 문제 등이 2년 동안 노정되었고 많이 논의되기도 했어요.

당과 의원단이 대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성립하려면 의원들의 활동이 당론과 충돌해야 할 텐데요. 전 오히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당론에 지나치게 갇혀 있다는 지적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원들이 당론에 충실하게 복무한다는 것은 당론을 최대한 구체화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의원들의 역할이라는 생각입니다.

 

시행착오 정도라고 강조하지만 의원들이 지나치게 당론의 틀 안에 갇혀 있다는 지적은 의원단이 좀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활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럴 경우 원내와 원외 사이에 충돌은 더 많아지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충돌’이 많아지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풍부하게 획득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는 길일 것이다.

정책적 측면에서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의제가 양극화와 조세개혁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춤한 감이 있지만 연초부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증세와 경기활성화를 위한 감세 논쟁이 치열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대표적인 증세 입장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개혁적 혹은 진보적 입장에 있다고 하는 사람이나 단체들 중에서도 증세보다 조세인프라 개혁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접세 중심의 조세구조나 높은 세율을 피해갈 수 있는 갖가지 감면제도, 불투명한 세원 등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조세인프라로 인해 세율을 올린다 해도 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 효과 없는 증세보다 조세인프라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심의원의 생각은 어떨까?

 

 

양극화 해소와 조세개혁의 요구

 

심상정• 먼저 조세개혁의 목적이 뭔지, ‘양극화 해소’인지 아니면 ‘조세정의를 바로잡는 차원’인지를 분명히해야 합니다. 조세는 소득에 비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을 보수정치가 독점하면서 고소득층의 탈루가 방조되어왔고 정치적 계기 때마다 선심성 정책으로 조세감면을 추진했기 때문에 세법이 누더기가 돼버렸어요. 따라서 세원을 투명하게 파악하기 위한 조세인프라 구축과 불필요한 조세지출 정비는 조세개혁의 기본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은 부분적인 조세개혁 수준에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조세개혁을 거론하려면 조세정의를 바로잡는 수준의 부분적·단계적 접근의 시각이 아니라 근본적인 조세재정개혁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하고, 그 방향은 부유층 증세, 즉 직접세 강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입장입니다. 또 하나의 논점은 방법론에 관한 것인데, ‘부유층 증세’보다 불필요한 선심성 조세감면을 없애는 게 조세저항이 덜하고 관철하기도 쉽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라요. 국회에서도 조세감면제도를 축소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거의 안돼요. 면세 대상이나 이유는 아주 구체적이거든요. 대체로 지금까지 보수수구 정치권에 영향력이 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거나 정부정책의 실패를 모면하기 위해 실시한 시혜성 감면들인데요. 재경위원회에서 조세특례법을 다룰 때 노동자 농민은 국회에 못 들어오니까 국회 밖에서 소리칠 수밖에 없는데, 힘있는 이해집단들은 국회에 들어와서 상임위원장부터 의원들 개개인까지 로비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느낄 만큼 조세감면 축소는 번번이 실패해요. 그에 비해 증세, 특히 소득세·법인세 등 부유층 증세는 전국민을 상대로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쉬울 수 있어요.

그렇다고 증세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요. 알뜰지출에 대한 점검, 조세감면 제도정비와 조세인프라 구축, 부유층 증세 등이 동시적 과제로서 하나의 종합적인 개혁방안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개별적으로 접근하면 사안마다 다른 수혜자와 피해자 들의 저항만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전술상으로도 효과적이지 않아요.

하승창• 말씀하신 조세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의 정도나 증세의 내용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

심상정• 제가 원내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부유세 도입을 위한 조세인프라 강화 1단계 법안 10개를 낸 거예요. 민주노동당은 처음부터 종합적인 조세재정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 방향으로 직접세 강화운동을 벌였고요, 그 상징적 표현이 부유세운동입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증세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가 없어요. 송영길 의원이 개별적으로 증세법안을 냈는데 그건 당의 일관된 방침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송의원이 낸 소득세 증세안은 최고구간을 하나 더 설정하는 안인데, 이건 세수가 워낙 적어서 제 법안에서도 검토하다가 뺐거든요. 노무현 대통령이 올초 조세개혁을 언급했지만, 사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정부여당은 한나라당과 다름없는 감세론으로 일관했어요. 실제로 2004년에는 전혀 효과도 없이 재정만 축내는 소득세 감세, 특소세 폐지를 정부 발의로 관철시켰죠. 또 여권 핵심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은정부론을 외치고 다녔어요. 좀 적나라하게 비판하자면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동서남북도 잘 분간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청와대에서 양극화 해소를 국정후반기 중심과제로 설정한 후에야 조세개혁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상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거예요. 그리고 검토하더라도 적극적인 조세개혁, 직접세 강화운동으로 방향이 잡힐 가능성은 거의 없죠.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는 일은 안하겠다고 하면서 일주일 만에 증세론을 없던 것으로 하고 대신 세출합리화, 탈루소득과세, 조세특례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요. 문제는 탈루소득을 막고 조세감면을 정비하고 알뜰재정을 추구하는 것은 사실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할 행정과제라는 거죠. 결국 증세대상이 되는 소수 부유층의 저항에 굴복한 거예요.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큰 것은 불합리한 인프라에 대한 저항이지 부유층 증세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여론조사상으로도 70%에 가까운 국민이 부유세를 지지하고 있어요. 증세를 포기하는 건 양극화 해결의지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승창• 지금 부유세법안을 발의하셨던가요?

심상정• 아직 안했어요.

하승창• 그렇죠. 부유세법안을 발의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민주노동당을 통해 조세개혁을 이루어보겠다고 했던 윤종훈 회계사가 사표 쓰고 나간 것 아닌가요?

심상정• 부유세법안은 원래 2006년 발의예정이었어요. 부유세운동에 대한 당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 윤회계사의 문제의식이었다고 봐요.

하승창• 그후에 김창현 전 사무총장이 부유세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다음에는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안 보여요. 더구나 부유세를 조세개혁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하신다면 지금까지 부유세법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흐름과는 다른데……

심상정• 법안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부유세는 과연 현실화될 수 있는가

 

하승창• 그렇다면 정말로 부유세를 별도의 법안으로 만드실 건가요? 그럴 경우 앞서 언급한 몇가지 내용들은 사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주장한 것과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지금까지 말씀하신 내용으로는 결국 부유세라는 제도를 새로 만든다기보다 조세개혁에 관한 시민단체나 학계의 주장을 부유세라는 표현으로 묶은 것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 같은데요?

심상정• 좀전에 부유세운동을 전반적인 조세개혁운동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했는데, 그건 민주노동당의 조세개혁 방향이 직접세 강화이고 그 정점에 바로 부유세의 관철이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죠. 민주노동당은 제도적 측면에서 부유세 관철 3단계 로드맵을 발표한 적이 있어요. 1단계로 고소득이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안 내는 금융·부동산·자영업 등의 과세를 위해 소득파악 인프라를 강화하는 10개 법안을 2004년도에 냈어요. 그리고 원래 계획은 지금 얘기하는 조세특례 개선이나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의 개선, 채권양도차익 과세 같은 2단계 조치들을 하고, 그렇게 해서 기반이 다져지면 2006년에 부유세법안을 발의한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었어요. 그런데 1단계 법안 10가지 중 부동산 실거래가 과세 등 일부 법안만 관철되고 나머지는 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반대로 계류중입니다. 2단계 법안은 일부만 낸 상태라서 부유세법안을 언제 낼 것인가 고민하고 있고요.

지금까지 부유세운동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원내에서 어쨌든 조세개혁 아젠다가 증세·감세 논쟁까지 왔다는 것이죠.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해서 증세·감세 논쟁구도를 형성시킨 것은 부유세 논의로 발전해나가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고 자평합니다. 반면에 부유세 세목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역학관계가 핵심인데, 조세개혁을 위한 대중운동이 조직화되지 못한 점은 부유세운동의 가장 큰 한계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올 지자체선거를 마치고 대선, 총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대중운동적 준비 속에서 부유세 문제를 제출하자는 거죠. 그러려면 노동단체나 농민단체, 시민단체 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합니다.

 

민주노동당의 부유세법안은 지금까지 학계나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일정한 액수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에게 부유세라는 별도의 세목으로 과세를 하자는 것인데, 조세개혁 로드맵 중 3단계에 위치해서인지 민주노동당이 원외에만 있을 때와는 달리 다른 정치세력의 ‘주장’과 확연히 구분되는 대립적 의제로 보이지 않는다. 자평하듯이 조세개혁운동으로서 민주노동당의 부유세운동은 평가받을 만하고 의미있는 일이지만, 부유세라는 세목을 근본적 차이로 강조해서 구체적 의제로 만들지 못하는 것을 보면, 심의원의 표현처럼 부유세란 민주노동당의 조세개혁운동을 상징하는 표현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다.

 

 

한미FTA와 세계화에 대한 입장

 

한미FTA가 아무런 준비 없이 교섭이 시작됐다는 정태인(鄭太仁) 전 청와대 비서관의 ‘폭로’이후 찬반 양론의 대립 지형이 형성되었다. 그간 노무현 대통령을 극렬하게 비난해왔던 보수세력들은 갑자기 노대통령의 우군인 것처럼 행세하기 시작했고, 지지세력이라고 여겨졌던 개혁 혹은 진보 세력들은 그야말로 죄다 돌아서버렸다. 민주노동당도 거의 모든 진보진영이 모여든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2005년 민주노동당의 연례정책보고서를 보면, 제도권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대안없이 WTO나 FTA를 반대만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세계화반대나 개방반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는데, 실제 입장은 반대에만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과 심의원의 견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심상정• 제가 원내에 들어와서 2년 동안 줄기차게 무분별한 개방, 외국자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시대에 쇄국정책을 하자는 거냐?’고 공격하더군요. 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는 겁니다. 세계화문제에 대해 제가 접근하는 몇가지 원칙이 있는데요.

첫째, 미국 중심의 패권적 세계화는 불가피하고 고정불변의 대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미국의 전략적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그로 인해 피해받는 전세계 민중들의 저항, 상대국들의 주체적 연대전략에 의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지금 유럽, 남미 등의 지역공동체 형성, 브릭스(BRICs) 협력 같은 노력들은 미국의 세계화 패권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지요. 그럼에도 정관계 주요 경제정책 담당자나 주류 경제학자 들은 ‘세계화’를 곧 ‘미국화’로, ‘글로벌 스탠더즈’(global standards)를 곧 ‘워싱턴 콘쎈써스’(Washington Consensus)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런 인식들이 진보진영에도 인입되어 신자유주의 숙명론 같은 논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봐요.

둘째, 통상과 교역은 필요한데, 개방을 하더라도 개방의 원칙은 주체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에 어떤 득과 실을 가져다주는지 정확하게 계량한 대차대조표가 있어야 합니다. FTA를 포함한 지역협정의 추진 여부, 대상국의 선정, 조약의 내용과 범위, 추진 시기와 속도에 대한 판단은 한국의 발전단계를 고려한 종합적인 선택이 되어야 해요. 또한 접근방식에서도 미국식 FTA를 추진할지, 혹은 EU식으로 포괄적인 지역협정을 추진할지, 아니면 한국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모델을 수립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셋째, 그러나 한미FTA는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사회·안보의 측면에서 재앙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분명히 반대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여러 조건을 감안할 때 한미FTA처럼 전영역에 걸쳐 90% 이상 개방하는 통상협정보다는 중위수준의 통상이 바람직하고요, 안보적 측면에서도 한미FTA는 한국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동시에 위협하게 될 겁니다. 지금 동아시아는 중국 대 미국의 대결구도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좀더 자유롭고 독자적인 입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 ‘아세안+3’체제를 중심으로 대안적 동아시아 협력체제를 발전시켜나가는 방향에 우선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하승창•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우리보다 경제력이 약한 나라와 FTA를 맺는다면 거꾸로 그쪽에서 우리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심상정• 패권적 시장논리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공존과 협력을 추구하는 공동체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승창• 공동체적 접근이요?

심상정• 국가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경제영역에서는 선후진국간의 차이를 인정해서 지원과 개발에 촛점을 두는 거죠. 경제영역 외에도 정치적 대화, 사회·문화적 협력에 대한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런 점에서 2000년에 발효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EU 사이의 ‘무역, 개발 및 협력협정’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경제력의 차이를 인정해서 자유화의 속도와 범위를 양자가 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일부 농업 등 민감한 분야도 제외하고 다양한 경제·기술 분야 협력과 금융지원도 협정에 포함시켰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일방적 강요에 의한 한미FTA와는 질적으로 다른 모델이죠. 이런 걸 포함해서 바람직한 동아시아 공동체 모델을 연구해야 해요.

하승창• 공동체적 접근이라는 접근 방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 실제 외교관계나 대외통상을 담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상당히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공동체적 접근이라는 것은 반세계화를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Free Trade(자유무역)가 아니라 Fair Trade(공정무역)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금의 한미FTA는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의 발언에 비추어보면 준비도 없었고, 협상과정이나 절차에서 의회가 배제되고 국민적 논의나 합의도 불가능했다. 지금이라도 협상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협상을 중단할 수 없다면 누구나 충분히 예상하는 공공부문의 파괴와 몰락하는 산업분야에 대한 대처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협상 과정과 절차의 문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통상교섭본부에 전권이 주어지는 위험천만한 방식이 아니라 공공부문과 몰락하는 산업에 관계된 부처와 집단의 의견과 주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견제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와 관련해서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통상협정의 체결절차에 관한 법’을 제안해놓고 있는데, 이 법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즉각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경제발전전략과 이념적 지향

 

하승창• 다른 문제로 넘어가보죠. 삼성이나 외환은행 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접근을 보면 단일한 사안으로는 이해하기도 쉽고 의미있는 문제제기도 많지만, 그를 통해 민주노동당이 그리는 사회상·경제상은 사실 가닥이 잘 잡히지 않거든요. 사회적으로 논쟁이 된 지점을 보면 ‘분배를 통한 성장’, 이런 정도가 손에 잡히고…… 그런데 민주노동당 강령에는 ‘노동자 민중 중심의 민주적 사회경제체제’라고 되어 있어요.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노동자 자주관리체제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민주노동당이나 심의원의 활동에서는 그런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분배를 통한 성장 정도를 거론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분배의 왜곡이 성장까지 가로막는다는 의미이지 분배만 잘되면 성장도 저절로 잘된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심상정

심상정• 성장전략이라고 하면 이데올로기적 개입이 있으니까 경제발전전략이라고 하죠. 아직 민주노동당의 진보적인 경제발전전략이 구체화되어 있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분배를 통한 성장은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경제발전전략이라기보다 분배와 성장을 대립적으로 보는 성장주의에 대한 비판이고, 또 현재 같은 양극화 상황에서 경제발전전략은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것, 말하자면 분배를 통한 성장이 특히 중요하다, 그렇게 제한적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네요.

요즘 경제발전모델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당 차원에서도 이론적 모색이 이뤄져야 하고요. 다만 제가 원내에서 하고 있는 일은 경제발전모델을 구성하는 몇가지 아젠다를 귀납법적 접근을 통해 구체화하는 것인데요, 가장 큰 주제가 결국 세계화문제예요. 과연 세계화는 고정불변의 것인가 하는 주제와 관련해서 세계화에 대한 진보진영의 입장, 단순한 입장이 아니라 대안과 전망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하나 있고요. 둘째는 금융의 공공성 강화와 기업모델인데요. 기업모델과 관련해서는 특히 재벌구조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접근하고 있어요. 일부에서 재벌구조의 폐해를 비판하면서도 재벌구조가 지닌 성장동력의 측면을 강조하는데, 이것을 새로운 기업모델에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결국 포스트재벌 대안문제이지요. 셋째는 지금 기업과 산업과 지역의 양극화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고, 마지막으로는 민주적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실천방향이라 할 수 있죠. 이 네 가지 큰 주제를 가지고 입법활동이나 정책활동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검증해가는 중이에요.

하승창•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면 새로운 사회체제에 대한 모델을 만들어간다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당 특위에서도 사회주의 논쟁이 있었고, 또 민주노동당의 강령도 표현이야 어떻든 그런 패러다임에 기초했다고 봐야 할 텐데, 그런 것이 지금도 실현가능한 체제인가 하는 문제도 있고요. 구체적으로 삼성이나 외환은행, 외국 투기자본 문제에 접근할 때 최근 2년 사이에 받아들여진 측면과 민주노동당의 강령이 표현하는 것의 거리는 크지 않겠어요? 또 지금까지 역사적으로도 사회주의의 실패가 확인되었다면 그러한 주장이 오히려 개별적인 현실문제를 놓고 좋은 문제제기를 하거나 공감대를 얻는 것과는 별개로 민주노동당이 정말 실현가능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냐는 물음을 계속 던지게 하지 않을까요?

하승창

심상정• 제가 이번에 독일, 프랑스, 영국을 열흘 정도 다녀왔는데, 특히 프랑스 쏘르본느대학 근처에선 투쟁에 참여해보기도 했어요. 그 사회에서는 2년 후 해고를 허용하는 것 때문에 분노한다기보다 사용자에게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권리를 준다는 것을, 그게 1년이든 2년이든 근본적으로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기업주에게 해고권을 주지 않으면 기업이 망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의 보수집단 기준으로 보면 프랑스는 완전히 빨갱이사회예요. 우리 진보진영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공고한 사회공공성의 패러다임 속에 그 사회가 구축되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오히려 우리나라 진보진영의 철학적 기초가 너무 허약한 거 아니냐는 반성도 해봤는데요. 물론 민주노동당의 강령이 검증되지 않은 많은 용어들, 기존의 이데올로기나 이념에서 차용한 용어들로 나열된 측면은 있지만, 거기서 주장하는 사회주의 이념과 원칙을 승계한다는 큰 정신은 역시 진보정당으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지향으로 존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보고요. 다만 다른 사회에서 이미 경험한 사회주의 체제나 모델을 이식하려는 시도는 좌절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굳이 ‘주의’를 언급한다면 사회주의의 이상과 철학을 계승하는 진보정당의 프로그램, 우리 사회 발전모델 같은 것은 메이드 인 코리아, 메이드 인 민주노동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의원은 민주노동당의 강령을 구체적 목표라기보다 정신으로 이해해줄 것을 주문했다. 대화 내내 느낀 것이지만 사회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상(像)이 없는 것은 민주노동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분단체제 혹은 87년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진보진영으로 하여금 향후 우리 사회의 비전과 전망을 생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간 진보진영이 스스로 생산해낸 생태, 평화, 인권, 자치, 젠더 같은 새로운 가치에 기초한 대안적 사회발전에 대한 구체화는 결국 진보진영을 새롭게 재구축하는 과정과 동일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새로운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진보진영이 스스로 느끼는 위기의 근원이 아닐까? 물론 민주노동당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어떤 것일까?

 

 

민주노동당 위기론은 정당한가

 

심상정• 일단 진보진영이 위기라는 데 동감하고요. 그 반영으로서, 또 일부로서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이야기한다면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당내에서 위기논쟁이 있을 때 나는 위기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았어요. 당 안팎에서 지적되는 많은 문제점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고요. 지금 민주노동당에는 개선해야 할 점, 내부 개혁과제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런 것을 이유로 위기라고 규정한다면 아마 민주노동당이 집권정당이 되기 전까지는 항상 위기일 수밖에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위기라는 말을 남발하는 것에 거리를 두었죠. 우리는 아직 소수정당이고 힘이 미약할 때 항상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며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의 존폐를 거론할 정도의 상황이 아닌 이상 위기라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하승창•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면 노동운동의 주장이 수렴되고, 그래서 노사정이 상대적으로 제도적인 해결장치를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노사정위원회조차도 안되었죠. 이를 두고 단순하게 민주노동당 의원의 숫자가 적거나 당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예컨대 민주노동당이 노동운동에 대해 정치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아니면 지금의 노동운동이 워낙 다양화되고 분화되다보니 민주노동당만으로는 원내에 충분한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심상정• 우선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긴 했지만 노동운동 진영의 투쟁방식 변화를 유도할 만큼 힘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야겠죠. 원내에 들어왔으니까 극단적인 투쟁은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힘과 투쟁전술은 반비례하거든요.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에는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는 발표만 해도 공중파 뉴스까지 타는 상황이라서 굳이 극단적 행동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지금 극단적인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일년 열두달 농성하고 별짓을 다 해도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처지에 있거든요.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 구체적 해결능력을 갖고 있느냐, 잘 알다시피 현재 정부여당하고는 노동문제에 대해 조금의 대화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 타협과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주문을 하는데요. 타협과 상생은 양보해야 할 쪽에서 양보할 의사가 있을 때, 잘못한 쪽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인데, 적반하장으로 지금까지 양보만 해온 쪽에 또다시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굴복을 요구하는 겁니다. 힘이 부족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처절한 투쟁을 전개하는 그들의 유능한 스피커가 되어주는 일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지금 민주노동당이 전체 노동계급을 대변하기보다 민주노총이나 조직된 노동자들의 대리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조직적 측면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을 종자돈 삼아 탄생했는데 종자돈을 갚고도 남을 만큼의 성장을 이루지 못한 과도기적 상태에서 연유하는 문제고, 더 주요한 측면은 민주노동당이 전체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이해를 모아갈 수 있는 노동전략을 아직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 문제는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과 맞물려서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은 향후에 노동관계 개편 기도와 관련해서 당 발전전략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죠. 예컨대 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은 노동조합운동의 측면에서는 사실상 87년 노동체제의 해체로 봐야 하고,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노총,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노총,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노총, 이렇게 정치적으로 분할되는 상황을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당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도 조직 노동자에 의존하기보다 다수 비정규직 노동자, 특히 미조직 노동자 전체를 상대로 하는 조직전략이 시급히 필요한 거죠. 그런 내부적인 고민을 하는 중이에요.

하승창• 기아자동차 문제나 민노총 비리문제도 있었고, 민노총 내부의 투쟁 때문에 대의원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한 것도 두 번이나 되다보니 노동운동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현재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고, 문제가 있다면 어떤 방향에서 극복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민주노총은 시대의 요구에 맞게 거듭나야

 

심상정• 현재 노동운동의 내부적 위기는 대기업·정규직·기업별 노동조합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노동운동 주체인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보면 산별조직화를 통해 기업분단적인 노동계급 내부의 상충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교섭을 이루기 위한 내부개혁이 시급해요. 산별노조운동 과정에서는 비정규직의 조직화, 비정규직·영세노동자·여성·장애인 등의 대표성 강화, 그리고 지도부 선출 등에서 현장개입력을 높이는 민주적 개혁이 동반되어야 해요.

그러나 당 차원에서는 1500만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문제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죠. 6년 전 스웨덴에 갔을 때 스웨덴 노총위원장에게 “이 나라 기업주는 어떻게 그렇게 신사적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분 얘기가 “세계의 자본가는 다 똑같다”는 겁니다.(웃음)스웨덴이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발전한 것은 1930년대부터 5년만 빼고 70년간을 사회민주당이 장기집권함으로써 가능했는데, 사실은 의회를 통한 집권이라기보다는 현장의 80% 이상이 조직화되어 있어서 기본적으로 노동이 현장에서부터 장악하고 있는 거죠. 말하자면 사회개혁의 동력으로서 노동운동의 조직화에 대한 당의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개혁에 대해서 강제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어요. 당이 민주노총을 비판한다고 해결될까요? 민주노동당이 노동조직화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을 때 민주노총 개혁을 견인할 수 있는 힘도 갖추게 될 겁니다.

하승창• 노동운동의 경우, 산별로의 전환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 지금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심상정• 산별노조 전환이 단지 기업별노조들의 통합을 의미해서는 노조운동의 혁신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산별운동은 기업별 이해와 요구로부터 계급적 이해와 요구로의 내용적 전환을 의미하는 거예요. 산별운동이 의미를 가지려면 두 측면에서 내용이 채워져야 하는데요. 하나는 산별운동의 주체적 측면에서 비정규직의 조직화가 병행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산별운동의 중심으로 나설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산하의 산별노조들은 그 주체가 기업별노조의 통합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한계가 있어요. 또 하나 교섭과 투쟁의 의제에서 경제적 조합주의를 뛰어넘는 내용적 발전이 있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요. 말하자면 산별조직운동은 지금까지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 중심으로 진행된 양대 노총운동을 다수 비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운동으로 전환해가는 실천방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정치적으로는 진보정치의 대중적 동력을 확장해가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조직화 과정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하승창• 지금 말씀하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제적 주체여야 한다, 민주노총이 거기에 복무해야 한다, 그런 시대적 요구에 복무할 때 민주노총이 정통성을 가질 수 있고 그러지 못한다면 민주노총도 시대적·역사적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이 이야기 끝에 시민운동에 대한 심의원의 견해를 들을 수 있었는데, 지면 사정으로 그대로 살리지 못했다. 심의원은 시민운동은 단지 현실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좀더 가치지향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컨대 지난해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국회통과 여부를 놓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당시 제출되어 있는 열린우리당의 법안에 ‘찬성’할 수는 없지만 비정규직의 고통을 이어갈 수는 없다며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우선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조정안을 낸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심의원은 해당 주체의 요구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그런 안을 내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운동은 노동, 생태, 여성성 같은 다양한 가치들을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하는데, 최근엔 상당히 정치공학적인 실천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아픈 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승창• 비정규직문제와 관련해서 한가지만 더 여쭤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능하냐는 주장이 있거든요. 맑스주의 이론가 중에도 노동형태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돌봄노동, 취미나 연예노동, 말하자면 비물질노동이 일반화되는 상황에서 정규직이 과거와 같지 않을 텐데 이를 고집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느냐, 그런 상황에서는 변화에 맞는 다른 대안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또 비정규직의 압도적 다수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과정은 친여성적인 것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오히려 여성민우회 같은 경우에 일찍부터 비정규직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얘기를 해왔죠. 어쩌면 민주노동당에서는 몇년 전부터 남성 비정규직들이 증가하면서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보이는데요. 어쨌든 정규직화가 대안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심상정• 비정규직문제에 접근하는 좀더 근본적인 시각은 노동의 가치, 차별에 대한 인식이라고 봐요. 현대자동차 11년차 노동자의 연봉이 4500만원 정도 되는데요, 이 사람이 이 돈을 받으려면 3000시간을 일해야 해요. 그것은 일년에 7일 정도밖에 쉬지 못한다는 얘기거든요. 우리 사회에 변호사도 있고 의사도 있는데, 연간 3000시간 현장에서 노동한 댓가로 받는 4500만원이 그 노동의 가치로 볼 때 과도한 것이냐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이 비정규직문제를 정규직의 책임론으로 돌리는 일부의 견해에 대한 답이고요.

정규직화 문제는 그렇습니다. 무조건 정규직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노동의 조건이나 효율 측면에서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필요하다면 그건 얼마든지 좋아요. 그게 바로 ‘사유제한’의 의미거든요. 덴마크 모델을 많이 얘기하는데, 덴마크는 비정규직이 사십몇 퍼센트예요. 여성들이 아이를 돌보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데, 이들의 파트타임은 정규직과 같은 노동의 가치로 평가받아요. 비정규직 시간제 근무이지만 휴가도 있고 일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임금만 빠지지 나머지는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죠. 말하자면 직무의 성격, 계절적 요인, 노동자의 근무조건에 따라 요구되는 근무형태는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어요. 다만 그 노동의 가치는 동등하게 보장되어야겠죠. 그것이 바로 사유제한으로 비정규직문제를 다루자는 취지입니다.

하승창• 그렇다면 그에 대한 표현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 하기보다는 노동의 가치가 동등하게 보장된다면 다양한 근무형태의 도입이 가능하다는 쪽의 주장을 좀더 강조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방법 같은데요?

심상정• 바로 그건데 민주노동당의 주장을 정부나 재계가 모르는 게 아녜요. 사회적 합의를 하자고 하는데 사회적 합의의 전제는 노자간 힘의 균형이에요. 유럽에서 사회적 합의는 노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용을 보장해주고 임금을 동결하는 건데, 우리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용도 내놓고 임금도 내놓으라는 것이었거든요.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과격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이유로 노사정위원회가 파탄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리고 유럽에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사민당이든 노동당이든 노동자정당이 정치적 힘의 균형을 담보했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에서 전체 노동계급의 정치적 역학관계는 민주노동당 의석 9석이 상징하고 있어요. 노사관계의 발전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힘의 확대가 전제될 때 가능한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유일한 진보정당이어야 하는가

 

지난 사회포럼에서 ‘초록정치연대’의 우석훈 실장이 민주노동당을 ‘아빠’정당이라고 불렀다. 정파싸움이나 권력다툼에 관심이 많다는 비판을 하면서 이렇게 호칭한 것인데, 그 논의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채진원 실장은 생태적 가치나 소수자 등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당 안으로 들어와서 당을 변화시켜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할 것 같지도 않지만 설사 그런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들어갈 공간이 지금 민주노동당 내에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기본적으로 대의원 구조가 노동자나 농민에게 주로 할당되고 있고, 소수자나 환경 쪽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의 민주노동당은 이들이 당 안에 들어와 활동할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심상정• 민주노동당을 취재하는 진보매체의 기자가 민주노동당 중앙당 사람들은 대화의 대부분이 내부정치에 관한 얘기더라는 지적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또 환경과 생태, 인권과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보다 내부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그런 점에서 당을 변화시키라는 주장에 합당한 조건이 뒷받침되겠느냐는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과거 민주노동당 전사(前史) 시절에 진보진영운동의 각 그룹들이 모여 당을 만들었고, 지금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실천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고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형성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과연 민주노동당이 환경운동가, 여성운동가 또는 인권운동가 등 민주·진보정치와 부합하는 가치지향적 활동가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품이 있느냐는 건데요,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지도노선이 되겠지요. 저는 비례대표로 출마할 때부터 시민운동 영역으로 구별되어 있는 시민운동적 의제들을 진보적 가치로 통합해내는 일이 진보정당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그 측면에서 민주노동당이 좀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석훈씨의 문제제기는 아프게 새겨들어야 합니다.

하승창• 그 점과 관련해서 현재 민주노동당의 구조나 모습을 돌아볼 때 오히려 복수의 진보정당으로 방향을 잡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왔거든요.

심상정• 진보정치는 진보진영 내부의 주관적인 노력뿐 아니라 주되게는 수구보수세력과의 투쟁을 통해 발전한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힘을 단일하게 집중시켜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이 그런 능동적인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다양한 정치적 분화는 발전적 통합의 과정을 거쳐 결집해가야겠지요. 진보진영이 쌍방향의 노력을 통해 기회비용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승창• 현재의 민주노동당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상정• 결국 운동주체의 문제인데, 민주노동당말고 다른 정당을 만들면 가장 바람직한 진보정당의 모델이 되느냐, 그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결국 진보의 내용을 어떻게 확장하고 대중적 힘을 강화해나갈 것인가 하는 건데, 이는 어떤 정당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진영의 실천과 성장의 문제이지요. 민주노동당의 경우 이제 여섯살인데, 아이가 태어나면 말을 배울 때가 있고, 걸음마를 배울 때가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진보진영의 실천적 성과를 민주노동당의 틀에 다 담으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고요. 또 한편 민주노동당의 발전속도를 예상해볼 때 성인의 눈으로 여섯살짜리를 바라보면서 요구하는 시각과는 상당기간 일정한 긴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네요.

하승창• 그럼 새로 만들지는 말고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진보정당을 만들면 안되냐 하는 생각은요?

심상정•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당연히 그런 정치세력을 포괄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하승창• 그게 단순히 민주노동당의 연장이 아니고……

심상정• 새로운 형태의 진보정당이 진보의 내용을 재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동의합니다만, 방법론상의 접근이라면 현싯점에서 검토할 일이 아니라고 봐요. 예컨대 진보세력의 위로부터의 확대개편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오히려 진보적 가치와 내용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그 성과를 종합해내기 위한 씨스템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승창• 심의원은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밖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아주 많습니다. 아까 제가 얘기한 대의원대회 일도 그렇고요.

심상정• 저는 민주노동당이 그 일을 해낼 수 있고 해내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면 현재의 지도부는 그 점에 대한 이해도가 과거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발전하려면 이후에는 당 리더십의 내용도 변화 발전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하승창• 가능성이 있다?

심상정• 원내만 하더라도 상임위별로 당연히 환경단체나 인권단체 등의 시민사회단체나 전문가들과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런 인프라를 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네트워크에 포괄하지 못하고 의원실 수준에서 연결되고 있는 것이 일회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의식을 당 안팎에서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어요.

 

그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진보진영의 일부는 여전히 민주노동당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향후 민주노동당이 진보를 재구성하는 데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거듭나야 할 진보진영의 명실상부한 진보정당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진보정당에 그 자리를 물려주게 될지가 결정되지 않을까?

정파문제도 역시 민주노동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금의 정파구도가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시민운동이 지향하는 가치를 다 포괄해서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파성을 넘어 실천역량을 키워야

 

하승창• 지금의 정파구도라는 것이 매우 퇴행적입니다. 진중권씨 같은 경우에 NL은 농경시대, PD는 산업시대의 감수성이라고 표현했거든요.(웃음) 좀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지적들은 지금 시대의 진보란 무엇인지 얘기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현재로서는 민주노동당 내에서 두 정파의 연합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많은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서로 우정출연을 하면서 “우리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은 태도라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심상정• 민주노동당 선거구도를 보면 항상 NL대 PD로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실제로 민주노동당 안에서 NL대 PD의 구도 자체가 진짜 그렇게 큰 문제냐 묻고 싶어요. 그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은 정치적 발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NL대 PD의 문제가 없느냐? 있지요. 그런데 NL, PD세력이 존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NL대 PD구도를 결정적인 문제로 보고 그 대결구도에 집착하는 과잉정치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퇴행적인 정파구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NL대 PD의 전선을 강화할 게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전략적으로 한배를 타야 할 대중과 깊이 호흡하고, 그러려면 어떤 수단과 정책이 필요한지를 중심으로 실천하고 논쟁하는 편이 오히려 NL과 PD의 리모델링도 가능하고 당 발전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수렴될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실제로도 NL과 PD가 갖고 있는 주관적인 생각들이 당면 실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아요. 당내에서도 토론을 하다보면 어떤 사람이 NL을 주장하고 PD를 주장해서가 문제가 아니라 진보정치를 할 능력과 역량이 아직 미비하다는 데서 오는 고민이 훨씬 크다는 거죠. 그게 현실에 대한 좀더 정확한 진단이라고 봐요. 물론 노선차이가 예각적으로 부딪치는 논쟁도 있지만 일상적으로는 사업을 하는 데서 NL대 PD의 의견차 때문이 아니라 가장 바람직한 진보정치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실천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 마련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문제예요.

하승창•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쨌든 정치인인데 정치인으로서 개인적인 계획이나 욕심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심상정• 저를 인터뷰하는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해요. 출제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정치적 발언을 잘 못하거든요.

하승창• 끝까지 진지하기만 하셨어요.(웃음)

심상정• 저는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고, 민주노동당의 성공은 집권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권을 통해 우리가 약속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민주노동당의 성공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유능한 당원이 되고 싶어요.

하승창• 그러면 앞으로 2년 후에는 어떻게 됩니까? 다시 비례대표를 할 수는 없게 되어 있죠. 지역구 출마를 하시나요?

심상정• 당 방침이 2년 후에는 지역구 출마를 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러니 열심히 해야죠. 출마는 무조건 해야 하고, 또 당선이 당의 목표인만큼 최대한 당선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충을 위한 인터뷰까지 모두 두 차례의 만남이 있었다. 인터뷰 과정을 통해 심상정 의원에게서 민주노동당이 우리 사회에서 진보진영 다수를 아우르는 대안의 위치를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렇게 만드는 데 기여해보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창당한 지 몇년 되지 않은 지금의 민주노동당이 아직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것은 분명하며 외부로부터의 비판에 귀를 열어야 한다는 점도 누누이 강조했다.

진보를 재구성해가야 한다는 심상정 의원과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노동당 내의 인식의 크기와 당 외부 진보진영의 인식의 크기가 얼마만큼 교집합을 형성할 수 있느냐에 따라 민주노동당이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가 가름되지 않을까? 희망을 거두려는 사람들에게 그러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심상정 의원의 말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풀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을 앞에 둔 사람들로 하여금 민주노동당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만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