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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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기 李仲基

1957년 경북 영천 출생. 1992년 시집 『식민지 농민』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숨어서 피는 꽃』 『밥상 위의 안부』 『다시 격문을 쓴다』 등이 있음. ljg6511@hanmail.net

 

 

 

몽고반점 슬픔

 

 

몽고반점 없다

 

슬프냐

족보 잃은

몽고반점 슬프냐

 

뼈아픈

마흔다섯에

어린 베트남

여자와 알콩달콩 情도

없이 낳은

제국의 아들

 

몽고반점 슬프냐

가을하늘 슬프냐

 

조선여자 한의

멍 자국,

아비의 원죄가 없다

 

몽고반점 그리운

너는 아내의

제국

 

가슴 붉은

반벙어리

식민의 여자가 운다

 

 

 

짐 진 개를 보았다

 

 

개가 짐을 지고 간다

소처럼 등에는 길마도 걸쳤다

길마 위에는 명심보감을 실었다

천자문은 벌써 지난겨울에 부렸다

 

명쾌하지 못한 판결처럼 께름칙한가?

 

닭실 왕고모 작은아들 서당 가실 때,

도련님 책보따리 지고 나귀처럼

타박타박 앞서 가던 늙은 보살,

서당 교과서 무게에 가끔 절망을 하던

 

한짐 상형문자 짊어졌던 그 성자를

사내는 마흔아홉 고개 넘다 만나 눈물 훔쳤다

짐 진 개의 눈빛이 캄캄해서 울고 말았다

 

한짐에는 버거운 상형문자, 農業을 부려버렸다

그것 참 잘한 일이라고 너 아주 잘 만났다고

병 하나가 사내의 간에 낙관을 꽝 찍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