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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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리아 무함마드

팔레스타인 시인. 1950년 요르단강 서안의 나블루스에서 출생. 시집으로 『마지막 시편』 『아스카다르를 통과하는 경마』 등이 있음.

 

 

 

이주

 

 

그들은 모두 갔다

가슴께까지

풀들이 자라는

북쪽 땅을 향하여

그들은 자식들의 찢어진 옷가지와

천막줄 거는 나무말뚝을 남기고 떠났다

그들은 모두 갔다

나귀등에 아이들을 태우고

젊은이들은 광주리와

양떼의 방울을 가지고 갔다

검은 구름 한점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길을 가면 갈수록

그들의 그림자는 점점 자라났고

그림자는 떠나온 천막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개들은 짖지도 않고

무리들보다 앞서 걸었다

개들의 눈은 사람들 그림자가

어둠의 강이 되어

뒤로 달려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술집

 

 

죽은 이들이 술잔을 돌린다

죽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수의로 빚은 종소리 음악에

 

 

 

모든 것

 

 

그렇다면 그 어느 새가 내 손을 안 쪼았으랴?

어느 바람이 내 셔츠를 날리지 않고 왔으랴?

그 아래 내가 하나의 밀알이 되지 않는 맷돌이 어디 있으랴?!

 

 

 

검은 꽃

 

 

밤은

꽃을 피운다

꽃은 길에서 길로

째진 틈에서 틈으로 통하는

심실(心室)을 갖고 있다

밤은

자신의 검은 꽃을 피운다

그리고 두려움은

수박처럼 굴러간다

 

 

■옮긴이 주

자카리아 무함마드(Zakaria Muhammad)는 팔레스타인의 시인 겸 소설가로 1950년 요르단강 서안의 나블루스(Nablus) 인근의 시골에서 출생했고 이라크 바그다드대학에서 아랍문학 전공했다. 아랍의 전통적 시어법에서 완전히 벗어난 현대적인 시인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라말라(Ramallah)에서 살고 있다. 1981년 베이루트에서 첫시집 『마지막 시편』(qasaaid akhiirah)이 출간되었으나 1982년 여름에 있었던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침공으로 소실되었다. 시집 『수제품』(ashghaal yadawiiyah, 1990) 『이스카다르를 통과하는 경마』(al-jawaad yajtaaz iskadaar, 1994) 『일사병』(darbat shams, 2002) 등이 있고, 장편소설 『어두운 눈』(al-ain al-muattamah, 1997) 등이 있다. 자카리아 무함마드는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주관한 제1회 아시아 청년작가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6월 말 방한해, 6월 30일 광주에서의 워크숍을 비롯, 7월 6일에는 ‘분쟁지역 아시아문학에 대한 이해와 연대의 밤’, 7월 9일에는 그의 반전평화시 「나는 장미를 노래하고 싶다」를 제목으로 삼은 ‘거리시화전’ 등의 행사에 참가했다. 여기에 소개하는 「모든 것」(kull shayy) 「선술집」(haanah) 「이주」(hijrah)는 『수제품』에, 「검은 꽃」(al-zahrah al-sawdaa)은 『일사병』에 실려 있다.

宋慶淑/외국어대 아랍어과 교수  ksong46@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