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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문영 文英
1954년 경남 거제 출생. 1988년 『심상』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화도』 『달집』 『소금의 날』 등이 있음. youngmss@hanmail.net
풀잎의 눈
하늘의 창이 흐려진다
고양이 발걸음으로 오는 가을
슬금슬금 풀잎을 타고 놀다
풀잎이 시들면 도시를 떠나
변두리로 몰려갈 것이다
하늘의 창이 다시 흐려진다
뒷골목을 걸어가는 바람
썰렁썰렁 풀잎을 쓸며 놀다
풀잎이 잠들면 도시를 떠나
하늘 빈터로 달려갈 것이다
나는 풀잎의 눈을
하늘에다 그리며,
창을 열어 도시를 본다
어느 봄날
낮에 오던 가랑비에
목련꽃 떨어진 자리가 젖어
겨울나무 끝에 떠 있던
까치집에 불 켜졌느냐고
밤 빗소리에 잠 못 이루는
몸이 자꾸만 자리를 옮겨다닌다
행운목 아래 민달팽이 가족
집 없어 젖어 산다고
가진 것 없이 몸뚱이 하나로
누항의 세월 건널 수 있어 좋겠다고
봄비에 부황 드는 마음이
바보처럼, 따라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