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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기성 李起聖
1966년 서울 출생. 1998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불쑥 내민 손』이 있음. leekisung85@hanmail.net
럭키의 시간
一街 비좁은 골목에서 개는 斷食中이다. 검은 전동차 앞에서 최초의 사내가 몸을 구부릴 때 수많은 사내들이 동시에 담배를 피워 물고, 공중을 떠도는 차가운 입김들. 우린 밤의 입술과 연기의 쓴맛을 알 수 없고, 흰 소금처럼 젖은 혀에 쏟아지는 소음과 뺨 위를 구르는 눈물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 그러니 럭키, 너의 텅 빈 목소리를 잠깐 빌려준다면 난 여기서 노래할 수 있지. 온통 잿빛의 눈송이 흩날리는 커다란 입을 벌리고 컹컹, 조각난 네 얼굴이 낯설어질 때까지. 무한의 혓바닥 위에 웅크린 개의 유일한 몸이 끓어오를 때, 넌 오래전 이곳을 지나간 겨울의 사내들, 검은 가지 사이로 떨어뜨린 몇개의 표정을 핥아대며 11월로 떠나간 자들. 一街는 밤의 반사경 너머로 천천히 휘어지고, 단식하는 개의 눈동자 속으로 무수한 파도처럼 사내들이 흘러든다.
어떤 타일
두꺼운 벽 자정 초침이 무너지는 소리, 어떤 굴절과 휴식 사이에서 반짝이는 타일. 나는 멀고 먼 타일에 대하여 말하겠다. 광대한 먼지의 시간을 지나 차가운 타일에 닿는 너의 목소리, 목적 없이 흔들리던 한방울의 눈물은 굳어버리고 추억의 배치를 벗어난 타일은 다섯개의 조각을 이루면서 흩어진다. 포착할 수 없는 간격 너머 굳게 잠긴 붉은 문. 까마귀는 검은 태양을 향해 단도처럼 날아간다. 공중에서 먼지처럼 부서져내리는 푸른빛의 노래 혹은 망설이던 자의 귓속을 관통하는 노래의 하얀 입김. 더듬거리던 밤의 그림자, 거대한 타일 위에서 미끄러진다. 검은 망치로 차가운 시간을 내리치며 너는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