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시
허형만 許炯萬
1945년 전남 순천 출생. 1973년『월간문학』에「예맞이」를 발표한 이후 1984년 17인 신작시집『마침내 시인이여』에 참여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풀잎이 하나님에게』『供草』『진달래 산천』『영혼의 눈』『첫차』등이 있음. hhmpoet@hanmail.net
괭이밥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땅을 기어보았느냐
그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이 후미진 땅이 하늘이라면
한목숨 바쳐 함께 길 수 있겠느냐
기다가 기다가
결국 온몸을 놓아버린 자리에서
키 작은 꽃 하나
등불처럼 매단다면 곧이듣겠느냐
뒷모습을 찾아서
케이티엑스를 탈 때마다
역방향 자리에 앉는다
오늘도 6호차 역방향 6D석에 앉아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산의 뒤쪽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본다
물안개에 젖어 떠돌던 산빛이
사람 사는 동네까지 따라와
하이얀 눈발로 내려앉는 걸 본다
참 황홀한 광경에 눈시울이 젖는다
누가 나의 뒷모습에서
이처럼 눈물 나는 순간을 볼 것인가
케이티엑스를 탈 때마다
역방향 자리에 앉아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