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목소리
인적 구성의 다변화 통한 격렬한 대화를
● 지난호 좌담 「이런 사회 이런 정치를 나는 원한다」를 잘 읽었다. 김대호 백승헌 주대환 김종엽 네 지식인의 비판적 시선을 통해 최근 정치현실에 대해 생각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균형잡힌 시각을 견지하려는 모습과 사회를 염려하는 진지한 고민이 진정성있게 느껴졌다. 다만 창비는 진보적 입장을 취하는 문예지이고 몇년 전부터 사회비평 부분이 강화된 만큼, 인적구성 면에서 다소 다른 방향의 논객을 포함하는 시도를 통해 좀더 격렬한 대화가 되었으면 한다.
이일영의 특집글도 인상깊었다. 세계금융위기를 지켜본 많은 네티즌들은 이를 환호(?)하며 자본주의의 붕괴를 점치기까지 한다. 나는 이 문제에 관한 한 필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자본주의 위기를 자본주의 붕괴로 인식하는 단순논법은 현실과는 별 관련이 없다. 오히려 현재의 금융자본을 새로운 자본주의체제로 이행하는 신호로 보는 견해가 더 설득력있다.” 정부의 방임과 개입을 오가는 순환 속에서 향후 세계질서가 어떤 변화국면을 맞을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 글에서, 비록 그런 집단이 존재하고 실질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효한 해석이기는 하지만, 보수〓반통일〓반복지주의자 vs 진보〓통일〓복지주의자라는 도식은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이분법이 아닌가 싶어 불편하다. 시장경제를 옹호한다 할지라도 복지정책이 불필요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며, 북한체제에 반감을 가졌다 하여 반드시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느냐는 인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 아닐까.
노기욱 mzipceo@hotmail.com
생활정치에 대한 신선한 시각
● 가을호에 실린 김현미의 「신자유주의적 권위주의 국가와 생활정치」 중 특히 두가지 통찰에 감탄했다. 하나는 ‘정치적 자유와 지불능력’에 대한 것이다. 최근 각종 집회와 시위에 참여한 이들에게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면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겁을 먹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정치적 주체’‘사회적 주체’로서 적극적이던 사회구성원을 그야말로 ‘소시민’으로 만들어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이 글은 정치적 자유가 경제력과 직결되어버린 현실을 명료하게 설명해낸다. 그동안 마음으로만 불편하게 느꼈던 점을 정리해주어 반가웠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 내에서의 ‘공감과 상상의 능력’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파편화가 심화되고 급격하게 신자유주의로 전환되는 탓에 자기 삶을 지켜내기조차 힘겨워졌다. 이러다보니 모두 자기 자신을, 가족을, 학교를, 직장을 우선시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것과 타인의 것을 구분짓고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현미는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일수록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어렵고, 각자의 위치가 수시로 뒤바뀔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타인이 그저 타인일 수만은 없음을 마음에 새기고 ‘공감’해야 하며, 다양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적절하게 느껴졌다.
박연진 onlyseotaiji@cyworld.com
대안경제의 실험이 시급하다
● 지난호 특집에서 노대명이 주장한 ‘사회적경제를 강화해야 할 세가지 이유’는 제목에서 읽히다시피 구체적인 글이었다. ‘사회적경제’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도 이제 신자유주의 정책의 끝없는 경쟁구도를 탈피하려면 뭔가 사회적인 게 더해져야 한다는 데 공감이 간다. 마이크로크레디트 같은 단어도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쉽게 설명되어 있었고, 한번 해볼 만하다는 희망이 들어 설득력이 있었다. 또한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던 구태를 버리고 편안한 자리에서 일어나 시민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실험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튼 실험해봐서 실보다 득이 더 클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면, 정부보다는 민간이 먼저 시도해볼 일이고 나 역시 그 실험에 참가하는 데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일상적인 생활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찾아가자고 하는 김현미의 글도 공감가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었다. 이 말을 달리하면 가장 쉽다는 뜻이 되겠는데, 그럼에도 어려운 단어들은 참 많이도 나온다(특히 인용문들에서). 이런 글을 쓰시는 분들이 어휘를 조금만 쉽게 쓰면 더 많은 독자들이 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지영 chinie.moon@gmail.com
지역공동체 연대에 대한 고민
● 창비를 처음 접해본 독자입니다. 문학작품을 주로 다루는 문예지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 다양한 형식과 내용, 낯선 이름과 만만치 않은 주제가 섞여 있더군요. 지난호 특집은 우리 곁에 있는 문제지만 잘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특히 사회적경제를 실천해야 할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노대명의 글은 설득력이 있었고 개인적으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책 Bringing the Food Economy Home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한국사회의 병폐인 집단주의와 이 글에서 지향하는 지역공동체적 연대는 분명 구별되어야 하며, 후자는 전혀 새로운 형태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소외된 채 경제적 어려움과 인간적 소통의 부재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그 대안으로서 ‘공동체’는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보장하는 경제적 안전망뿐 아니라 풍성한 사회적 맥락과 배경을 갖춘 것이어야 하리라 봅니다.
김서경 suhkyungbud@gmail.com
트렌디한 이야기, 진지한 시도
● 윤고은의 소설 「달콤한 휴가」는 최근의 트렌디한 감성을 담아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통속적인 재미에 그치지 않고 나름의 진지한 주제의식을 담으려는 작가의 시도가 인상 깊었다. 특히 주요 제재인 ‘빈대 문제’가 최근 전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신종플루와 겹쳐져 더욱 흥미롭게 읽혔다. 오지도 않은 빈대를 걱정하던 주인공이 거대 숙주를 자처해 빈대에게 몸을 내던진 후에야 안식을 얻는 아이러니가 이 작품을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요소라 생각한다.
김준수 kisado84@naver.com
구수하고 둥글둥글한 노장의 솜씨
● 이호철의 「오돌할멈 손자 오돌이」는 흐뭇한 이야기였다. ‘그 나이가 아니면 쓸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노장이 아니면 분단현실을 이렇게 구수하게 풀어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가 썼다면 어딘가 한군데는 모나게 되었을 텐데, 둥글둥글하게 공들여 깎은 그런 소설이었다.
최은정 http://cinnamons.egloos.com
다양한 독자 관심에 더욱 부응해야
● 지난호 특집에는 정치, 사회, 경제에 관한 논문들이 실렸는데요, 사실 관심이 부족한 분야여서 그런지 약간 읽기 힘들더라고요. 경제부분에서는 못 알아듣는 용어가 나올 때마다 지루해져버렸습니다. 논문을 실을 때 다양한 주제를 다뤄본다면, 여러 학문분야의 추세도 알고 관심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논단과 현장에 실린 김흥규 선생님의 신라통일에 관한 글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문학이 삶 그 자체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학문 모두를 아우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창비에서도 다양한 주제의 글을 싣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과학도 좋고, 음악도 괜찮고요. 두가지 정도만 더 욕심내면 안될까요?
미즈 님의 블로그 http://imythi.eglo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