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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성규 金聖珪
1977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mjua2630hanmail.net
햇볕 따듯한 강에서
저에게 힘을 주세요 어머니, 이 진흙 속에서
조금 더 꿈틀거릴 힘을,
강가에 나와 물속으로 걸어갑니다
내 이름을 기억하는 물고기들이 마중나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해요 아저씨, 더러운 쓰레기라도
떠내려온 한척의 라면상자 강기슭에 멈춰선다
마디를 웅크렸다, 폈다
물뱀 한마리가 온몸으로 늪을 건너고
물속에 또다른 길을 숨겨놓고 부글거리는 강의 마음에서
물고기들이 튀어오른다 묘기 부리듯
배를 뒤집고 오색 비늘을 보여준다
하나씩의 바늘을 몸에 심고 떠내려가는 물고기들
어머니, 저는 언제까지 살아야 하나요,
내 자식아, 조금만 참아라,
곧 죽을 수 있다, 나는 네 에미다, 약속하마,
강태공들은 죽은 고기를 버리고,
쓰레기가 풀잎 사이에서 하늘을 보며 몸을 뒤튼다
상자에 실려 떠내려가는 쓰레기처럼
죽은 후에는 기다리는 배가 너무 많구나
약속도 없이 떠나는 강태공이여 내 앞에 찌 하나를 던져주세요
아들아 나에게도 미끼를 던져다오
너와 나누어 삼킬 바늘을 다오
엎질러진 물처럼 버둥거리고 싶다
누구도 늪으로 가려고 길을 떠나지는 않아요
햇볕 따듯한 강에서 돌멩이로 가슴을 친다
과적
트럭의 바퀴가 저울 위로 올라간다
천천히 시체가 들어올려지듯
아빠! 왜 저 사람들이 우리 차를 세워?
단속반은 어디서나 숨어 있다 유령처럼,
유도등이 꺼진다 어린아이가 누워 있다
아스팔트 위 얇고 질긴 뱃가죽을 붙이고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갈비뼈
저기, 아이가 누워 있어!
뱃가죽을 다독이며 눈이 부은 불빛
트럭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는다
어둠속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바람이 유리창에 부딪히고
아빠, 저기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어!
몸을 움츠리고 아스팔트를 기어오는 울음소리
눈을 감고 있으라고 했잖아!
트럭의 창문 밖으로 날아와 사내의 귓속으로,
귓바퀴 속으로 들어오는 소리
아빠, 저기 아이가 웃고 있어!
손가락을 벌벌 떠는 사내
아빠, 저기 아이가 피를 흘리고 있어!
아빠, 저기 아이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어!
귓속에서 우는 아이
달팽이관을 만지며 놀고 있는 아이
사내의 눈에 수많은 신호등이 켜진다
속도를 잊고
터널을 잊고
사내는 달린다
바퀴에 매달린 죽은 아들의 소리를 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