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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민 趙旻
1965년 경남 사천 출생. 2004년『시와 사상』으로 등단. icedust@hanmail.net
우리는 점점 더 비밀이 많아지고
툭 하면 혀가 끼여
어금니 사이에
고무줄처럼 쭉쭉 늘어나는
두 팔과 두 다리에
홑이불도 널고
겨드랑이 틈새에 고양이도 키우고
등짝에는 고사리도 말릴까 봐
그러다가 우물처럼 깊어진
그 틈새에 쑥 빠지면
문어다리 쪽쪽 빨면서
쓰리고에 피박까지 씌우고
틈틈이 자장면도 시켜 먹을까 봐
머드팩은 허벅지
깊은 데까지
촘촘하게 바르고
남다른 취향
아기를 낳았대 아기가 침대를 낳았대 침대가 아기는 없고 엄마뿐이야 침대뿐이야 자궁 안이야? 밖이야? 눈만 살짝 치켜떠봐 어때 밤보다 더 환하지 근데 웬 산부인과야
어쨌든 이 침대에서 눈도 없이 눈사람처럼 녹아 사라졌다는 거지 하루에도 수십명씩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또 탯줄을 양말처럼 뚤뚤 말아 집어던지는구나 흠흠 이게 무슨 냄새지? 너 병실에서 또 삼겹살 굽는구나
미리 좀 가르쳐주면 안되겠지 언제 울 건지 언제 아플 건지 언제까지 개처럼 낑낑대야 하는지 안되겠니 안되겠지 아기인지 똥인지 혹인지 아무거나 낳기만 하면 되지 뭐 헤어숍 백화점 문 닫기 전에 빨리 힘이나 줘 낳을 거야 눌 거야 지울 거야
주렁주렁 달렸구나 감자처럼 고구마처럼 땅콩처럼 오리도 거위도 닭도 아니면서 어디서 이 많은 물혹을 왜? 어디서? 어때서! 애비도 없다면서 애비도 모른다면서 혹시 너도 물혹이랑? 도대체 지금 몇인분째니 이제 그만 뒤집지 그러니 겉만 새까맣게 탔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