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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과 현장 | 시평
천안함, 시대의 화두가 되다
황준호 黃俊皓
『프레시안』 국제팀장. 공저서로 『천안함을 묻는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등이 있다. anotherway@pressian.com
천안함사건에 대해 2010년 하반기에 실시된 두차례의 여론조사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하나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뒤 9월 7일 발표한 ‘2010 통일의식 설문조사’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35.7%는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다고 답했고, 믿는다는 응답은 32.5%, ‘반반이다’는 31.7%였다. 10월 19일 발표된 아산정책연구원의 ‘연례현안 여론조사 2010’에서는 질문을 바꿔서 물어봤다. ‘천안함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더니 68.7%가 ‘그렇다’고 답했고,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8.5%에 그쳤다. ‘누구의 소행인지 모른다’는 22.8%였다.
여론조사의 정치적 목적이나 편향이 없지 않겠지만 그런 요소를 일단 배제하고 두 조사결과를 연결해보면 이렇다. ‘천안함사건에 대한 정부의 조사결과는 국민의 3분의 1만 믿지만, 북한의 소행이라고 여기는 비율은 국민의 3분의 2이다.’ 정부의 조사결과라는 건 곧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폭침됐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설령 모순일지라도, 그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파괴됐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런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증거와 논리는 엉터리라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서 한가지 상상을 해봤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이 5월 20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대통령의 말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기에 2개월도 못 되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비접촉 수중폭발’이라는 4월 25일 중간 결론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폭발 원인을 밝히는 데는 최소 수개월, 최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중폭발실험을 한차례 실시했고, 선체에 흡착된 물질을 분석했지만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하나의 가능성만 가정한 실험이었다. 결론 발표를 일부러 미루고 있다는 의혹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근거를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은 결론을 내릴 수 없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다만 지난 15일 폭발원점 부근에서 어뢰추진체 하나를 인양했는데, 군 당국이 이미 확보한 북한산 어뢰의 설계도와 유사하기 때문에 천안함과의 관련성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
합조단이 만약 이렇게 발표했다면 북한에 대한 보복조치를 담은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없었을 것이다. 있더라도 내용이 달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6월 2일 지방선거는? 섣부른 가정일지 모르지만 실제와는 매우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때는 천안함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심증을 가진 국민이 아산정책연구원의 10월 여론조사 때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또, 정부는 비록 결론을 유보했더라도 보수언론은 어뢰추진체 인양을 근거로 북한에 의한 폭침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여론을 더 강하게 몰아붙였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방선거에서 천안함사건이 어느 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을지 점쳐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합조단과 이명박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론을 먼저 내리고 근거를 끌어왔음이 분명한 방식으로 북한의 소행임을 명시했다. ‘조사기간도 짧았고 입증해야 할 게 많은데 설마 북한을 명시할까?’라고 생각했던 많은 이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합조단의 발표 나흘 뒤 대통령은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담화를 발표했다. 그로써 천안함사건은 국내정치와 여론지형, 남북관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정세를 쥐고 흔드는 최대 변수이자 화두가 됐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참패는 그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현상에 불과했다.
시험대 오른 대한민국의 상식과 합리성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결론은 못 믿겠다는 모순. 이를 자초한 건 다름아닌 정부였다. 5월 20일 합조단의 설익은 발표와 뒤이은 대북조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기획된 것임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정부가 그 국면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정부 발표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정부에 대한 의심은 합조단 발표 후 전문가와 언론이 수많은 문제점과 증거들 사이의 불일치를 밝혀내면서 더욱 확산됐다.
합조단의 발표에 대한 문제제기를 주도한 그룹은 크게 셋이었다. 첫째 그룹은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정치학),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지질학), 박선원 미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 등 미주지역의 한인학자 집단이다. 이들은 ‘흡착물질’로 대표되는 과학논쟁을 이끌면서 합조단이 천안함과 ‘북한산’ 어뢰추진체의 관련성을 주장하기 위해 제시한 핵심 근거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었고, 합조단 발표 곳곳에 숨은 논리적 허점을 폭로했다. 둘째 그룹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등 선박 및 해난 사고에 관한 현장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천안함이 좌초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침몰했다고 주장하고, 스크루 등 선체 변형과 어뢰추진체의 부식 상태 등을 주목했다. 셋째 그룹은 언론 3단체(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가 구성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로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이 이끌었다. 언론검증위는 앞의 두 그룹과 여러 언론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종합 정리해 정부를 추궁하는 한편 폭발원점의 좌표, 백령도 초병 진술 왜곡 등을 집중 제기했다.
끝없이 제기되는 반론에 간헐적으로 대응하던 합조단은 7월 30일 공식 해산했고, 국방부가 작성 주체가 된 최종보고서의 발간은 수차례 연기된 끝에 9월 13일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이에 대해 언론검증위는 10월 12일 「천안함 종합보고서: 더이상 ‘버블제트’는 없다」를 발표했다. 검증위는 이 보고서에서 정부의 결론은 육하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크게 다섯가지 오류를 지적했다. 그러나 언론검증위는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특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최소한 버블제트는 없었으며, 천안함은 모종의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일정시간 동안 기동했다’는 제한적인 결론만을 내리며 국정조사를 통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재미 학자들도 10월 17~22일 발표한 세편의 논문을 통해 국방부 보고서를 종합 반박했다. 합조단의 5월 20일 발표는 북한 어뢰설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해왔던 재미 학자들은 최종 논문에서 ‘국방부의 최종보고서는 어뢰설을 오히려 부정한다’고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러면서 천안함은 기뢰에 의한 원거리 비접촉 폭발로 파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들은 특히 국방부 최종보고서에 수록된 데이터를 재해석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쟁점은 수없이 많지만 핵심은 역시 흡착물질 문제였다. 양판석 박사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확보한 천안함 흡착물질을 직접 분석했다. 그 결과 양박사는 흡착물질이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라는 결론을 내렸다. 바스알루미나이트는 상온이나 저온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물질로 고온의 환경을 만들어내는 어뢰 폭발과 무관하다. 천안함 및 어뢰추진체에 흡착된 물질이 어뢰 폭발로 생성된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라는 국방부의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양박사의 분석 결과가 언론검증위의 최종보고서를 통해 알려지자 국방부는 “정량적인 분석 결과 없이 특정 물질로 단정하는 것으로서 비과학적”이라며 “알루미늄 첨가 폭약의 폭발 없이는 바스알루미나이트 내의 알루미늄 원소 성분의 출처를 설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양박사는 정량분석과 정성분석을 모두 실시했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반박은 사실관계조차 어긋났다. 또 천안함에서 알루미늄이 쓰이는 곳은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폭약에 알루미늄이 쓰인다. 따라서 흡착물질에 알루미늄이 있으면 그것은 폭약에서 나온 것이다’라는 논리적 오류를 범했다.
흡착물질 문제 외에도, 섬광을 북서쪽에서 관측했다는 백령도 초병의 진술을 남서쪽에서 발생했다는 폭발 물기둥의 증거로 갖다 쓴 것, 천안함이 사고를 당해 추진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강력한 조류와 정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좌표와 동영상 등 국방부 최종보고서에 나타난 문제점은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국방부는 몇가지 쟁점에 대해서만 동문서답식 반박을 내놓았을 뿐 다른 중요한 모순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정부의 조사결과를 못 믿겠다는 여론은 이러한 논쟁과정에서 확산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전문가들과 언론단체의 문제제기가 이처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느냐는 점이다. 이들은 정치적인 것과 철저히 거리를 뒀다. 또한 천안함의 진짜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섣부른 예단을 경계했다.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굳이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에는 과학과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렇게 얼렁뚱땅 설명해놓고 무턱대고 믿으라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침몰 원인을 밝히고 입증할 방법은 없다. 분명한 것은 입증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언론단체는 이러한 입장을 일관되게 취했다. 그들은 다만 정부의 발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말할 뿐이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치적 저의를 분석하려는 이들은 논쟁의 무대에서 도태됐다.
전문가와 언론단체의 공격 예봉을 꺾어보려는 정부와 여당, 보수세력의 논리는 빈약했다. 그들은 주로 ‘북한이 아니라면 누구의 짓이란 말이냐?’라고 되물으며 거세게 제기되는 반론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이는 ‘그걸 밝히고 입증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말 앞에서는 성립되기 힘든 논리였다. 그러자 결국 그들이 동원한 것은 흑백논리와 이분법, 색깔론이었다. 10월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천안함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그렇다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이냐?’고 공격하는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언론단체는 천안함을 여전히 상식과 합리성, 과학의 문제로 위치지음으로써 정치공세를 효과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과학적인 문제제기와 색깔론이 충돌하는 구도는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노종면 위원장의 말대로 대중이 “자기 판단을 분명히 해야 할 순간”과 마주했을 때, 전문가와 언론단체들의 주장은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다.(「천안함 취재 에너지, 언젠간 분출될 것」, 『프레시안』 2010.10.15)
동북아시아 지정학적 변화의 신호탄
천안함은 이 시대 대한민국의 상식과 합리성을 묻는 ‘국내적인’ 화두에만 머물지 않았다. 대외적인 파장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단지 남북관계에만 국한되는 이슈도 아니었다. 천안함사건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갈등구도를 ‘천안함 이전’과 ‘천안함 이후’로 구분하게 할 정도로 국제정치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2010년초 동북아의 뜨거운 감자는 미국과 일본의 갈등이었다. 2009년 일본의 정권을 교체한 민주당의 하또야마 유끼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오끼나와 후뗀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미국과의 기존 합의를 깨려고 하는 데 따른 양국의 충돌이 뉴스의 중심이었다. 하또야마 정권은 ‘동아시아 공동체’를 외치며 탈미환아(脫美還亞)의 의지를 보였다. 동북아의 지각변동을 동맹국 일본이 주도하자 미국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2002년 코이즈미 준이찌로오(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의 전격적인 방북에 즈음해 2차 북핵위기가 불거졌던 때를 연상케 했다.
그러한 변화의 조짐을 일거에 중단시킨 것이 다름아닌 천안함사건이었다. 후뗀마 문제에서 미국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주저앉게 된 하또야마 총리는 5월 22일 오끼나와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천안함사건이 발생해 한반도의 정세가 좋지 않다. 동아시아 안보환경에는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다. 선거공약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이처럼 천안함은 미국이 하또야마의 뜻을 좌절시키기 위해 내건 명분이었고, 하또야마도 자신의 실패를 가리기 위해 붙잡을 수밖에 없던 명분이었다. 하또야마가 백기를 든 것은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틀 뒤였고, 그로부터 열흘 뒤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후 동북아는 ‘한·미·일 대 북·중’이라는 소위 ‘신냉전 구도’로 급속히 회귀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겨냥한 대규모 해상 합동군사훈련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고, 7월말 동해에서 실시된 합동군사훈련에는 일본 해상자위대 장교들이 사상 최초로 참가했다.
그러자 중국이 마침내 굴기(崛起)했다. 중국은 서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군사훈련을 수차례 실시하고 그 장면을 적극 공개하며, 한·미 서해 합동훈련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혔다. 한편으로 후 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5월과 8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한·미·일의 대북 압박을 북·중 연대로 돌파하고 무력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후 주석은 9월 27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도 만나 국제문제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중국이 동북아에서만큼은 자기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하자 미국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7월 베트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중국해 제해권(制海權) 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을 직접 자극했다. 미국은 또 9월초부터 다시 불거진 중·일 땨오위따오(釣魚島, 센까꾸) 영토분쟁과 뒤이은 러·일 쿠릴열도 분쟁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동북아 갈등의 중심축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음을 보였다. ‘천안함’ 이후 동북아에서 벌어진 각종 영토·제해권 분쟁, 서해훈련을 둘러싼 한·중간 외교마찰 등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이 이 지역을 두고 벌이는 각축전의 대리전 혹은 국지전에 다름아니었다. 이처럼 천안함사건은 그간 단속적으로만 나타났던 동북아에서의 미·중 갈등이 가시적이고 상시적인 갈등상태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된 듯하다.
진실은 갇혀 있지 않는다
천안함이 만들어놓은 국내외적 균열 구조는 오직 진상 규명을 통해서만 해소될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과학자·언론인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재조사를 국회 주관으로 실시하고, 국제적으로는 남·북·미·중 4개국 합동조사 같은 방식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재조사가 이뤄지고, 나아가 군 안에서 이른바 양심선언이 나온다 해도 사고의 진짜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예컨대 ‘군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일부 정보를 조작했다’ 혹은 ‘정부가 선거에 이용하려고 했다’ 정도의 제한적인 결론은 가능할지 몰라도, 그 이상은 알아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도 쉽지 않을뿐더러, 정치적인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진실’이 밝혀진다면 이명박정부는 물론 한국의 보수진영 전체가 무너지고 미국정부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게 뻔한 상황에서 진상 규명을 저지하려는 에너지는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다. 교신기록과 항적정보만이라도 공개된다면 우리는 천안함의 진실에 한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두가지 핵심 정보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곧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확실한 반증일 뿐이다. 이명박정부는 지금 누가 봐도 정치적이었던 5월 20일의 발표만큼이나 커다란 패착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