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윤학 李允學

1965년 충남 홍성 출생.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먼지의 집』『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등이 있음. uhpoem@hanmail.net

내가 잘한 일

알레르기와 비염을 같이 앓는

그대를 데리고,

강변 벤치에 나온 일은

아무래도 잘한 일

버드나무 꽃가루가 떠다니는

강변 산책로

마스크와 썬글라스를 낀 그대를 데리고

여기까지 걸어온 일은 아무래도

내가 잘한 일

산책로와 풀밭 사이

턱에 걸린

버드나무 꽃가루를 한주먹

그대의 손에 쥐여준 일

전생의 따뜻한 기억과

후생의 까칠한 씨앗을

그대의 손에 쥐여준 일

버드나무 꽃가루 행성들을 쥐고

그대의 한 손을 잡은 일

퇴촌¹

미래가 과거가 되는 곳이 있다지요.

먼 강가에 앉아 인디언 음악을 들었지요.

배 위로만 울림이 올라왔지요.

물풀의 띠가 강을 덮어갔지요.

이제는 내 말에 귀 기울일 수밖에……

이제는 내 말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날개 밑에

석양의 강물을 축이고

나머지 강물을 걷어차고

날아오르는 오리떼에게도

지난 일들 모두가

전생의 기억이 될 때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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