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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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이

1971년 전남 해남 출생. 2002년 『시평』으로 등단.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이 있음. haebang2004@naver.com

 

 

 

밥상

 

 

울컥 목이 멘다

뜬금없이 밥상 앞에서

언제까지 맛볼 수 있을까

사심없이 자란 푸성귀들의 밥상을

 

태평양 건너온 쌀

끝없이 광활한 대륙에서 넘어온 차이나표

궁상스러운 밥상도 다국적

외제가 별건가

머리부터 몸통을 감싸고 발끝까지

일상의 모든 것이 외제요 거대한 다국적

 

붉은 황토에서

뼈빠지게 농사 지어 수확한 철철 농산물

모래알만한 씨앗 하나가 별것 아닌데

국경과 국적을 넘나들며 무기가 되네

수많은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고 부유하게도 하고

그 씨앗 움켜쥔 자가 주인이니

 

끼니는 굶어도 자동차는 굴려야 하는 현실에

흘러간 옛 노래에서나 기억하는 농촌

자식이란 것은

평생 부모 등골 빼먹는다고,

것도 모자라 사시사철 먹을거리 대주는

저 기름지고 붉은 부모를 헐값에 팔아넘겼네

 

그러면서 산다

광우병 소라도 먹어야 산다

 

 

 

단풍

 

 

단풍이 화냥년같이 물들었다

붉게 붉게 타는 단풍

월경하는 내 뜨거운 꽃보다 더 진한

 

우리 따알 우리 딸이여라우

 

장롱 깊숙이 숨겨놓은 결혼식 액자엔

지우개로 지운 듯 자국만 남아

본처의 그늘 아래 희미한 자국으로 살아온

당신의 인생을 딸도 밟아갈까

평생 끓인 속앓이가 축축하다

 

우리 딸이여어 나이만 묵었제 아직 아가씨랑께요

 

푸른 태양이 몸으로 쑥 들어와

자궁이 출렁

온몸 시뻘겋게 단풍 들었다

 

아랫도리가 열리며 붉은 어머니 나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