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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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주 沈彦珠

1962년 충남 아산 출생.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4월아, 미안하다』가 있음. simsul62@hanmail.net

 

 

 

나는 먼지와

 

 

36.5도는 지루하다.

 

36.5도는 걸핏하면 악수를 청하는데

손가락이 더이상 줄어들지 않는다.

 

36.5도를 먼지라고 부르면 안되나.

 

나는 먼지를 존경하고

먼지는 아득하고

 

먼지와

나란히 눈을 뜨고

마주 앉아 구운 빵을 나누어 먹는다.

 

먼지는 가벼운 콧김에도 쉽게 넘어진다.

 

넘어진 먼지와 털갈이를 하고

봄이 되면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나.

 

먼지가 앉던 의자를 버리고

먼지가 눕던 선반을 떼어내고

낡은 지도를 쓰레기봉투에 묶어놓고는

 

텅 빈 거실에서 먼지와 나는

짜장면을 기다린다.

트럭을 기다린다.

 

36.5도를 트럭이라고 우기면 안되나.

 

 

 

삽,입

 

 

삽을 씻은 후 봉투에 삽을 넣어 네게 보낸다. 너를 파헤치려고 삽을 보냈는데 너는 그 삽을 화분에 심는다. 물을 줄수록 가시가 돋는 삽. 뿌리를 내리는 삽. 화분에 삽 한자루를 꽂았는데 웃자란 선인장이 발등을 찍는다.

일요일.

머리맡에서 햇빛 와글거리는 소리를 나는 가끔 놓친다. 날을 세우고 달려드는 삽. 머리맡에 가까워지는 삽 소리를 가끔 놓친다. 커다란 귀 하나를 들이대고 삽은 내 숨소리를 듣는다. 삽은 나를 열고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