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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신예시인 특집
박시하 朴時夏
1972년 서울 출생. 2008년 『작가세계』로 등단. lrumr72@naver.com
타인의 고통
별의 유언이
바닥에 내리는 것을 보았어요
푸드득 푸드득
붉은 나비들이 날아올라요
별의 주검이 하얀 날개를 토해요
사라지는 입들이
사라지는 이름을 자꾸만 불러요
사라지는 사람이
웅얼웅얼 바닥을 들어올려요
8월의 혀처럼 뜨거운
바닥이 등을 구부리고 언덕이 돼요
우린 붉은 언덕을 사랑하고
푸른 죽음을 사랑했지만
바람으로 바람을, 순간으로 순간을
말할 수 있을까요?
누가 타오르는 다섯 망루를
별의 높이에 세우려 하나요?
기도문이 손을 흔들며 입 안으로 들어가요
입이 몸 안에 맺혀요
우리의 무게를 꽉 다물어요
저 깃털 같은 입들이
모조 거울
사막과 별은 달라서 좋아
당신의 말이 들리지 않아서 좋아
나는 피투성이로 빛나네
되도록 멀리서 빛나는 게 좋아
어릴 적에 베어낸 두 발은
검은 풀 뒤덮인 정원에 묻고
난쟁이의 발자국처럼 비밀스럽게
밤마다 손톱에 달을 그리네
발뒤꿈치에서 뽑은 푸른 깃털로
높디높은 유리산을 쌓네
이 까마득함이 좋아
끝없이 미끄러지면서 되돌아오는 노래가 좋아
인두겁을 쓰고도 네 발로 기어서
죽은 달의 등뼈를 타고 오를 거야
당신의 거울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