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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유홍준 劉烘埈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등이 있음. yuhongjun62@hanmail.net
수수빗자루
수수빗자루 없다
수수농사 안 짓는다
—거기 좀 서 보아라
나는 쓰레기도 아닌데
나는 거미줄도 안 쳤는데
어머니 수수빗자루로 내 몸을 쓸었다
사방을 돌아가며
내 몸을 쓸어주셨다
어머니 수수빗자루로
내 몸을 쓸던
수수빗자루 없다
수수농사 안 짓는다
수수빗자루 거꾸로 움켜쥐고
나를 때리던 그 사람도 없다
하늘을 향해
수수빗자루를 들고 걷어내던 거미줄도 없다
치킨 조립공
나는야 평생 조립공,
통닭을 시켜먹을 때마다 치킨퍼즐을 맞춰본다네
이 부품들은 정품인지 아닌지,
날개를 세고 다리를 세고 조각조각 몸통을 세어본다네
누구보다 완벽하게 조립할 수 있어 나는
평생 조립공
볼트와
너트만 있다면
조각조각 튀긴 저 통닭도 조립할 수 있고
대가리도 없고 발목도 없는
저 닭도 구구구구
깃털도 없고 내장도 없는 저 닭도 퍼더더덕
거대한 전광판 위로 날아오르게 할 수 있어
나는야 평생 조립공,
저 자동차도 내가 조립했고 저 스마트폰도 내가 조립했고
저 에어컨도 내가 조립했다네
심지어는 저 아이들까지도 내가
통닭보다 못한 내가, 닭다리보다 못한
내가, 치킨 조립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