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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함민복 咸敏復
1962년 충북 충주 출생. 1988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우울씨의 일일』『자본주의의 약속』『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등이 있음. hminbok@hanmail.net
사연
비 오는 날
자전거 타고
고갯길 넘던
우체부
낭떠러지로
미끄러져
죽었다지
호박떡 하,
먹고 싶으니
내일 올 때
호박오가리
꼭 챙기란
죽음 목전
늙은이가
친척에게 친
전보 한통
돌리러 가는
길이었다지.
김선생의 환청
정부는 주요 정책으로 저탄소 녹색운동을 제시
(필기하던 백묵이 부러지고 김선생의 손톱이 칠판을 긁는다)
하였다. <대한민국전자정부>에 의하면 녹색성장은
(젖은 모래 묻은 운동화 신은 학생이 미끄럼틀 타고 내려오자)
에너지·환경관련 기술과 산업 등에서 미래
(꽉 낀 유리창문이 열리며 끼익 소리를 내고)
유망품목과 신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학교 담장 밖에서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산업과 융합하면서
(삐이이익- 찢어지는 소리, 마이크가 앰프에 밀착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졸고 있던 학생이 이빨 가는 소리 쁘드드득)과
일자리를 얻는 것을 뜻합니다.
……,
(삽날을 세워 알루미늄 문짝을 긁는 소리)
정부는 녹색성장을 통해
(김선생의 손톱이 아닌 분필이 칠판을 스치는)
자원이용과 환경오염을 최소
(교실 바닥에 의자 끌리는 소리)화시키고,
이를
(구긴 은박지로 유리창을 닦거나)
다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빈 접시에 포크 돌리는 소리)
활용하는 선순환구조
(매직펜이 종잇장에 미끄러지는 소리)를
이룰 것입니다.
“나도 대통령직 잘 하고 성공적으로 끝내면
(수업 끝내고 백묵가루 씻어내려고 삼겹살 먹는)
목표를 바꿔 녹색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1라고
(김선생의 앞 이빨에 오돌뼈가 시큰 씹힌다)
__
- 2009년 4월 30일 여성부 주최로 열린 모임에서 이 대통령이 한 말. (목표 바꿔 녹색운동을 한다니…… 무의식의 양심인가, 이 뭣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