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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문태준 文泰俊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등이 있음. tjpmoon@hanmail.net
망실(亡失)
무덤 위에 풀이 돋으니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 같아요 오늘은 무덤가에 제비꽃이 피었어요 나뭇가지에서는 산새 소리가 서쪽 하늘로 휘우듬하게 휘어져나가요 양지의 이마가 더욱 빛나요 내게 당신은 점점 건조해져요 무덤 위에 풀이 해마다 새로이 돋고 나는 무덤 위에 돋은 당신의 구체적인 몸을 한 바구니 담아가니 이제 이 무덤에는 아마도 당신이 없을 거예요
소낙비
나무그늘과 나무그늘
비탈과 비탈
옥수수밭과 옥수수밭
사이를
뛰는 비
너럭바위와 흐르는 시내
두 갈래의 갈림길
그 사이
하얀 얼굴 위에
뿌리는 비
열꽃처럼 돋아오는 비
이쪽
저편에
아픈 혼의 흙냄새
아픈 혼의 풀냄새
소낙비 젖어 후줄근한 고양이 어슬렁대며 산에 가네
이불 들고 다니는 행려처럼 여름낮은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