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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시영 李時英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만월』 『사이』 『은빛 호각』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등이 있음. roadwalker1@hanmail.net
호야네 말
이렇게 비 내리는 밤이면 호롱불 켜진 호야네 말집이 생각난다. 다가가 반지르르한 등을 쓰다듬으면 그 선량한 눈을 내리깔고 이따금씩 고개를 주억거리던 검은 말과 “얘들아 우리 호야네 말 좀 그만 만져라!” 하며 흙벽으로 난 방문을 열고 막써래기 담뱃대를 댓돌 위에 탁탁 털던 턱수염이 좋던 호야네 아버지도 생각난다. 날이 밝으면 호야네 말은 그 아버지와 함께 장작짐을 가득 싣고 시내로 가야 한다. 아스팔트 위에 바지런한 발굽 소리를 따각따각 찍으며.
손
죽은 이의 손을 만져본 적이 있다
어릴 적 늘 나를 업고 동구 밖을 나가시던 큰어머니
자정이 넘었는데도 마당의 큰솥에선 돼지국물이 펄펄 끓고
상여꾼들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대는데
어머니의 손은 조용히 따스했다
뒷문 밖에 싸락눈이 싸락싸락 스치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