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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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文仁洙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홰치는 산』 『쉬!』 『배꼽』 『적막 소리』 등이 있음. insu3987@hanmail.net

 

 

 

묵호, 등대오름길을 올라오던 빨간 아이들

 

 

묵호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묵호등대를 가자면 뭐 별 오르막도 없는 길을 달려 금세 도착한다. 펑퍼짐하게 앉은 등대 앞에서 여유롭게 먼 바다를 내려다보고, 그러나 턱 아래 묵호항을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이 가파른 비탈에 작고 초라한 집들이 악착같이 붙어 있는데

 

아, 꽃이다.

 

급경사의 골목길을 열두어살 남녀 아이들이 부두 쪽에서 종알종알 올라오고 있다. 숨 가쁜 아이들의 얼굴이 발끝을 박느라 지금, 잔뜩, 빨갛게 익는다.

 

 

 

감천동

 

 

부산 감천항을 내려다보는 산비탈,

감천동 문화마을 골목길들은 참, 온통 애 터지게 좁아요.

그중에서도 거기 병목 같은 데 한토막은 어부바,

어느 한쪽 벽에다 등을 대고

어느 한쪽 벽엔 가슴을 붙여 또 하루 비집고 들고 나야

그러니까, 게걸음을 쳐야 그 어디로든 똑바로 향할 수가 있어요.

 

오늘 아침에도 큰길가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두 사람.

몸뻬 차림의 뚱뚱한 여자가

부스스한 머리, 키가 껑충한 사내더러 이죽거리며 잔뜩 눈 흘겨요.

 

“술 좀 대강 처먹지!”

 

“왜, 내가 또 잠 못 들게 했나?”

 

게 골목, 그 통로를 경계로 둔 건너편 집과 건너편 집. 밤중,

사내의 헛소리,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친 여자. 그러나 서로

기대고 업어주고 한 저 마음이

이웃 사람들을 모두 낄낄낄 웃게 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

가까운 사이는 사실,

정작 붙진 않아요. 다만, 통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