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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송승환 宋承桓
1971년 광주 출생.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드라이아이스』 『클로로포름』이 있음. poetika@naver.com
경교장*
눈이 녹는다 나는 녹음한다 나는 풀들의 녹음을 듣는다 나는 녹는다 눈이 녹음한다 나는 눈의 녹음을 듣는다 풀들의 녹음이 들린다 풀들이 녹는다 풀들이 나를 녹음한다 나는 문 앞에 있다 내가 누운 문 앞에 있다 나는 녹음한다 눈이 녹는다 복도 끝 나는 밤을 향해 나아간다 총성을 기다린다 비가 쏟아지기 직전이다 비의 총탄 너머 아버지가 있다 아마도 아버지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아버지 얼굴 위로 그림자 드리울 것이다 아니 아버지를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아니 나는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한다 비가 쏟아진다 나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라 부른다 나는 문턱까지 나아간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모든 것이 자정을 지나가고 있다 문이 열린다면 눈이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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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橋莊
강북삼성병원
다시 눈이 녹는다 눈에서 눈으로부터 눈 위에서 눈 아래에서 눈 안에서 눈 밖으로 눈 앞으로 눈 뒤로 눈이라는 것이 눈이 아니라는 것이 녹는다 눈에 대하여 눈에 따르면 눈 때문에 눈을 제외하고 눈에서 눈까지 눈을 거슬러 눈 대신에 눈을 따라서 눈과 함께 눈 주위로 눈 사이로 눈에도 불구하고 눈을 위해 눈 옆에서 눈이 녹는다 눈 없이 눈 쪽으로 나는 흰 천에 덮힌다 눈을 통해 눈 곁에서 눈 이래로 눈에 맞서 눈뿐만 아니라
결코
이제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