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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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24인 신작시선
 

정희성 鄭喜成

1945년 경남 창원 출생.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시를 찾아서』 『돌아다보면 문득』 『그리운 나무』 등이 있음. poetjhs@hanmail.net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이런 시대에 사는 것 자체가 죄인데

나라 없던 시절의 친일행적이나

독립투쟁이 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공이 있으면 과도 있게 마련이라고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기념하잔다

건국 이전은 글자 그대로 선사시대니까

건국 이전은 바람 부는 만주 벌판이니까

건국 이전은 말하자면 캄캄한

시베리아 벌판이나 다름 없을 테니까

우리는 나라를 두번이나 빼앗겼다

한번은 제국주의 일본에게

또 한번은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은

혹은 당당하게 미화시키고 싶어하는

이 땅의 친일 친독재 세력에게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개똥이 개똥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절망이 절망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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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의 시 「절망」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