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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위기의 자본주의, 전환의 계기들

 

기후변화, 인공지능 그리고 자본주의

 

 

이필렬 李必烈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저서로 『다시 태양의 시대로』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에너지 전환의 현장을 찾아서』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등이 있음. prlee@knou.ac.kr

 

 

1. 빠리협약의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

 

201512월 빠리에서 열린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이하 기후총회)는 국가 간 기후변화 논의에 극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지난 이십여년 동안 편을 갈라서 다투기만 하던 198개 국가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힘닿는 대로 노력한다는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빠리의 기적’으로도 불리는 이 합의는 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섭씨 2도 아래로, 가능하면 1.5도까지 낮추기 위해 모든 국가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노력하며, 정기적으로 이 계획의 성과에 대해 보고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빠리협약은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며,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줄어들지 않으면 인류문명이 곤경에 처하리라는 이론이 세계정치의 무대에서 관철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도 기후변화의 원인이 대단히 복합적이고, 장기간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모델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이론이 국제정치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까지 이르렀음에도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기후변화의 원인을 인간의 활동이 아니라 다른 것에서 찾으려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으며, 더 나아가서 기후변화는 선진국이나 원자력발전을 위한 허구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1) 기후과학자들조차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이론을 모두가 믿는 것은 아니다. 2015년에 기후과학자 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90퍼센트는 기후변화가 진행된다고 보지만 75퍼센트 정도만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기후 모델을 통해 기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대답의 비율이 60퍼센트 정도로 떨어진다.2)

이는 기후변화의 진행에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에 관한 과학적 논의뿐 아니라 그것에 기초한 정치사회적 논의가 다시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국가 간 논의의 의제가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통한 섭씨 2(1.5)도 상승 억제’ 목표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 다른 발상의 논의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목표달성을 위해 최종 시점을 정해놓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장기간을 대상으로 하는 논의에서 2100년까지로 시점을 고정해놓은 것은 해결방안이나 대안 모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빠리협약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기후 모델들을 따를 경우 상승폭을 섭씨 1.5도는커녕 2도 이하로 막는 게 불가능한데, 이 목표가 끊임없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배출된다면 1.5도 목표 도달은 5년 후 이미 불가능해진다. 2도 목표도 2045년경까지 전세계의 온실가스 배출이 제로가 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국가간기후변화패널(IPCC)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를 분석해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고, 기후변화를 거시적 시각에서 연구하는 학자들도 지적하는 바다.3)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에 이렇게 도달 불가능한 목표가 담긴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20여년간 기후총회에서 최후의 방어선으로 여겨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2도 이하 억제는 100차례도 넘는 본회의와 준비회의를 거쳐 2015년에 합의에 이르렀다. 각 나라, 특히 기후총회를 주도해온 선진국들에는 합의를 끌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의미있다. 지금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원래의 목표를 폐기하고, 크게 바뀐 세계의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틀의 국제회의를 시작한다면, 각국 정부와 정치권은 정당성이나 신뢰 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기후총회 자체에 대한 회의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들은 20년 이상 지속해온 협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실현 불가능하더라도 이 목표를 고집하고 협상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4)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기후변화 논의에서도 수십년 동안 지속해온 일의 정당성과 신뢰 확보를 위해, 기후총회를 변화한 상황에 맞춰 크게 개편하기보다 현상유지를 택한다는 것이다. 사실 기후변화에 대한 접근에서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점은 기후 모델이 예측하는 평균기온 상승과 그로 인한 결과만이 아니다. 기후총회에서 최종 시점으로 설정한 2100년이 되기 전에, 또는 수십년 안에 빠르게 변화할 인류사회로 인해 기후총회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현재의 기후변화 예측이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20여차례의 기후총회에서는 금세기 100년 동안 인류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기후변화가 유발되므로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지에 초점이 맞추어졌을 뿐이다.

 

 

2. 급변하는 세계, 적응 못하는 기후총회

 

1994년 기후총회가 시작된 이래 세계는 크게 변화했고 변화하고 있다. 기술이 세상을 거의 재구성하는 수준으로 바꾸어왔으며, 전지구적인 출산율 감소와 수명연장으로 인구는 늘어가지만 인구 구성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자본주의의 말기적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총회에서 최종 시점으로 정한 2100년까지 지금보다 더 빠르고 놀라운 형태로 일어날 것이다.

기술은 국가 간 기후변화 논의가 시작된 후 2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급속히 발달해 세상을 크게 뒤흔들어놓았다. 연구자들이나 간간이 사용하던 인터넷은 전세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고, 보통 사람들도 인터넷에 쌓인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쉽게 찾고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무선인터넷 등장과 모바일기술 발달로 수십년 전의 슈퍼컴퓨터보다 더 높은 성능을 가진 기기에 거의 모든 사람이 접근 가능해졌다. 그리고 1990년대 초까지 수십년 동안 부진했던 인공지능기술이 급속히 발달했고, 사물인터넷과 로봇기술이 생산현장과 일상생활 곳곳에 빠른 속도로 침투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20여년 전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동물복제가 일반적인 기술이 되었고, 줄기세포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몇해 전에는 새로운 크리스퍼(CRISPR-Cas9)라는 이른바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개발되어 유전자 조작의 신기원을 열었다.

지난 20여년간 인구증가율과 인구구성도 눈에 띄게 변화했다. 세계 인구증가율은 199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서 2015년에는 1.2퍼센트로 줄어들었다. 합계출산율도 빠르게 감소하여 2014년에는 1960년대의 절반 수준인 2.5명으로 떨어졌다. 반면에 기대수명은 1990년의 65세에서 71세로 증가했고, 그 결과 인구구성이 크게 변화했다.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5년 동안 6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늘어났고, 14세 이하 인구의 비중은 33퍼센트에서 26퍼센트로 감소했다. 생산가능인구에 속하는 15~64세의 비중은 25년 동안 61퍼센트에서 66퍼센트로 증가했지만, 수년 전부터 정체 또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감소했지만 기대수명의 증가와 사망률 감소로 세계 인구는 지난 25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해 52억명에서 73억명이 되었다.5)

자본주의의 위기나 미래에 대한 분석은 꽤 다양한 시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본주의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해왔던 맑스주의자들은 성장률 감소, 이로 인한 자본축적의 정체 등에서 자본주의의 위기 원인을 찾지만, 이들과 달리 최근에는 기술발전을 자본주의의 종말과 연결하는 논의들도 등장했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세계의 디지털화, 사물인터넷, 태양에너지, 인공지능, 3D프린터 등이 한계비용을 거의 제로로 만들 것이며, 이는 협력적 공유(Collaborative Commons)가 경제생활의 지배적 모델로 자리잡는 사회를 낳고 자본주의를 서서히 밀어낼 것이라고 전망한다.6) 리프킨은 기술발전에 의한 세계의 변화가 부드럽게 이루어지리라고 보지만, 기술발전이 블루칼라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일자리까지 없애버리는 구조변화를 가져오고 이로 인해 상당한 혼란기를 거친 후 자본주의가 종말을 맞는다는 전망도 있다.7)

 

 

3. 빠르게 변화하는 인구: 장기 추세

 

기술발달, 인구변화, 자본주의 변화 중 기후변화 논의에서 그나마 진지하게 고려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인구변화다. 인구가 늘어나면 온실가스 배출도 증가하고, 줄어들면 배출도 감소하는 관계가 쉽게 성립하기 때문이다. IPCCUN이 내놓은 세계 인구변화 예측을 기후 시나리오 작성에 반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인구변화에 관한 예측이 1990년대에 이루어진 것과 21세기에 들어와서 이루어진 것이 상당히 다르고 시간이 갈수록 변화속도와 인구구성도 바뀌고 있지만, 기후변화 논의에는 이러한 인구구조상의 변화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고려되고 있지는 않다.8) 세계의 인구구조는 합계출산율 감소와 수명연장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기후총회가 시작된 1990년대 초와 비교할 때 출산율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감소했다. 이미 당시에도 합계출산율이 1.5명 정도로 인구감소 수준이었던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출산율이 정체 또는 감소 추세이고, 출산율이 높았던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도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평균수명의 지속적인 증가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세계 인구는 당분간 증가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줄어들 것이다. 2014년의 전세계 합계출산율이 여전히 인구증가 수준인 2.5명이지만, 출산율이 2.0명 정도로 떨어지면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UN에서는 2100년까지의 세계 인구를 크게 세가지 시나리오를 이용해서 예측한다. 그중에서 높은 증가수준과 중간 증가수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2015년의 735천만에서 2100년에는 각각 약 166억과 112억에 달하게 된다. 낮은 증가수준 시나리오에 따를 때에는 2050년경 약 87억으로 증가했다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2100년에는 73억 정도가 된다. 세가지 시나리오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합계출산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UN보고서는 중간수준 시나리오의 예측을 가장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보는데, 여기서는 21세기 말이 되면 합계출산율이 인구유지 수준인 2.1명보다 낮은 2.0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가정한다. 그렇다면 2100년부터는 인구가 서서히 감소하게 된다.

기후변화 논의에서는 2100년을 마지막 시점으로 설정하지만, UN2004년에 2100년 너머의 더 장기적인 인구변화 전망도 시도했다.9) 2300년까지의 변화를 예측한 이 보고서에서는 21세기가 끝나고 22세기가 시작될 무렵 세계 인구는 90억 정도가 되고 그후 이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라고 본다. 물론 보고서에는 2300년에 360억 또는 23억으로 변할 것이라는 예측도 들어있다. 세가지 예측 중에서 90억과 23억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유는 2100년경에는 이미 지금 합계출산율이 대부분 1.5~2.0명밖에 안되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저개발국까지도 2.0명이나 1.85명 정도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10) 23억 시나리오는 세계 인구가 2050년경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2100년부터 인구가 90억~100억에서 정체되거나 지속적으로 감소하리라는 예측은 기후변화 예측보다 오히려 더 신뢰할 만하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논의에도 장기적인 인구변화 전망이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 기후총회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21세기 말까지 평균기온 상승폭 섭씨 2도 이하’가 달성 불가능하다면, 이 틀에서 벗어나 21세기 말까지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21세기 이후를 전망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말경부터 세계 인구가 정체되거나 2050년부터 감소한다면, 기후변화 대응논의는 고정된 틀을 벗어나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각도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4. 태양에너지·디지털 시대의 기술

 

지난 수십년간 세상이 대단히 크게 달라졌고 앞으로 더 빠르게 변화가 진행될 것이지만, 기후변화 논의는 20세기 화석연료·원자력 시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기후총회의 논의와 몇몇 국가의 온실가스 감소 노력이 화석연료·원자력 시대에서 태양에너지·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변화에 기여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이 회의의 논의를 규정하는 전제는 20세기 화석연료 시대가 21세기에도 반세기 이상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21세기 초에는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원자력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큰 호응을 얻었으며, 화석연료 사용 후 대기 중으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고(CCS), 바다에 영양물질을 주입하여 해조류를 번성시켜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흡수시키고, 이산화황을 성층권에 퍼뜨려 태양빛을 우주로 반사시키거나, 인공구름을 만들어서 지구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등의 지구공학(geo-engineering) 논의도 퍼져나가는 것이다.11)

화석연료·원자력 시대의 지속을 전제하는 이러한 주장들은 앞으로 십여년 동안은 그런대로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그후 태양에너지·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하면 시대착오적인 아이디어로 폐기될 것이다. 화석연료·원자력 시대는 이미 태양에너지·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서서히 저물어가는 중이다. 새 시대에는 모든 에너지가 태양에너지에 기초한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부터 얻어지고, 이 에너지를 이용한 생산, 통신, 수송, 서비스는 모두 디지털기술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에너지의 생산에서는 분산적인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이 중앙집중적인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을 몰아내고 중심 지위에 올라설 것이다. 이미 이러한 과정이 진행 중인 지역들도 있다. 독일의 경우 태양광발전은 지난 10년 동안 20배 증가하여 2015년에 전체 전기소비량의 6.5%를 공급하게 되었다. 풍력발전은 약 15%의 전기를 공급한다.12) 2050년경에는 태양광과 풍력이 필요한 전기의 80%가량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태양광발전은 지난 5년 동안 20배 정도 증가했고, 2015년 전기소비량의 10% 가까이 생산했다.13) 태양광발전은 맨땅이나 건물지붕, 벽이나 도로 등 고정된 것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비행기, 심지어는 사람이 입는 의복같이 움직이는 것에서도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모든 발전시설은 규모가 아무리 작더라도 서로 연결되고, 디지털기술에 의해서 조종된다. 지금까지는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도 대부분 거대 전력회사가 매입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관리되었다. 전기의 공급방식은 수요가 생겼을 때 곧바로 생산해서 보내주는 적기공급( just in time)이었다. 맑은 날 태양광발전소에서 갑자기 전기생산이 늘어나 수요보다 생산이 많아지게 되면 돈을 주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전기저장기술과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전기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재고를 확보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밤에는 무용지물이었던 태양광발전의 이용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

기후총회가 시작된 1990년대 초에 태양광발전은 환경주의자나 기술광의 값비싼 호사취미를 넘어서지 못했다. 당시에 1킬로와트 용량의 태양광발전기 설치비는 2천만원에 달했다. 여기에서 나온 전기의 생산비는 킬로와트시당 2천원 가까이 되었다. 당시에는 태양광발전이 수십년 후 다른 발전방식과 경쟁하게 된다는 주장도 거의 없었고, 그런 주장이 조금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수의 태양광발전 연구자들조차 대부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20여년이 지난 지금 태양광발전소의 설치비는 10분의 1인 킬로와트당 2백만원가량, 생산비는 햇빛이 강한 지역의 경우 킬로와트시에 50원까지 내려갔다. 급속한 감소 추세를 보인 것이다. 앞으로도 태양광발전소 설치비는 계속 떨어져서, 다시 한번 20년이 지나면 햇빛이 강하지 않은 중부유럽에서도 킬로와트시당 50원 정도에 태양광전기가 생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태양광발전은 어떤 발전방식보다 값싸게 전기를 생산하게 될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태양광발전의 전기 생산비가 다른 발전방식과 경쟁할 정도로 크게 떨어지기는 했어도, 지금까지는 태양광발전이 다른 발전방식을 완전히 몰아내기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태양광발전소에서는 밤에 전기가 나오지 않고 낮에도 햇빛의 양에 따라 발전량이 심하게 변하는데, 이때 전기를 생산해줄 예비발전소가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햇빛이 비칠 때만 발전하는 태양광발전소와 햇빛이 없을 때 언제라도 발전할 수 있는 화력발전소나 수력발전소가 병존해야만 수요에 맞춰 전기공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리튬전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전기저장기술의 빠른 발달은 태양광발전이 예비전력시설 없이 독자적인 발전소로 독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리튬전지의 발달에 태양광발전의 확대가 기여한 바는 그다지 크지 않다. 지난 수년 동안 이루어진 전기자동차의 급속한 보급이 훨씬 더 큰 기여를 했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유력한 차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지만 기후변화 논의가 시작된 20여년 전에는 태양광발전과 마찬가지로 전기자동차가 이런 지위에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짧은 주행거리, 성능 낮은 배터리, 그리고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오히려 배기가스로 물만 내놓는다고 ‘오해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차세대 자동차로 주목받았다. 한국에서도 10년 전인 참여정부 시절에 유력한 차세대 에너지원과 동력원으로 평가받으며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것이 수소와 연료전지 기술이었다. 당시에 현대자동차가 처음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대통령이 직접 시승까지 하면서 대대적으로 지원했고, ‘수소경제’가 유행어가 되었다. 지금은 전기차의 중심지가 된 캘리포니아에서도 당시에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주지사 슈워제네거(A. Schwarzenegger) 같은 남성들의 ‘총애’를 받았다.14) 그러나 2006년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가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를 선보인 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전까지 수소연료전지에 매달리던 자동차회사들이 리튬전지에 기반한 전기자동차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세계의 주요 자동차회사들이 모두 전기자동차를 내놓았다. 디젤자동차에 집중하던 폴크스바겐도 전기자동차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배터리 가격도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해서 지난 6년 동안 5분의 1이 됐다. 리튬전지의 전세계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고 성능이 더 좋은 다른 형식의 이차전지가 보급되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고, 이러한 이차전지와 결합한 태양광발전의 확대로 화석연료는 점점 더 힘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

10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전기자동차가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에너지의 미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은, 혁신적인 기술이 세상을 얼마나 크게 바꾸어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에는 전기자동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그리고 3D프린팅 기술은 전기자동차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오는 중이다. 3D프린팅은 1990년대에 작은 모형 제작용으로 출발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비행기와 자동차의 부품을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에어버스에서 최근에 선보인 A350XWB에는 3D프린팅으로 제작된 부품이 1천개나 들어 있고, 자동차의 다양한 부품들도 3D프린팅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비행기산업 종사자들은 앞으로 20년 안에 모두 3D프린터로 제작된 비행기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그때가 되면 비행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제품들이 이 방식으로 제작될 것이다.

3D프린팅은 상품 생산방식과 유통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지구 곳곳에서 생산된 각종 부품이 선박이나 비행기를 통해 한곳으로 운반된 후 몇가지 제품군으로 나뉘어 대량생산되는 현재의 생산방식이 대부분 폐기되고, 수요가 발생한 장소에서 수요자의 기호에 맞는 상품이 3D프린팅을 통해서 주문생산되는 방식이 관철될 것이다. 이때는 생산라인 설비를 위한 대규모 투자는 사라지고 적은 초기투자로 다종다양한 상품이 생산된다. 처음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은 프린터기, 제품 소프트웨어, 프린터기 설치장소 정도이다. 크기가 작은 상품은 집집마다 갖추어진 프린터에서 생산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를 조금만 수정하면 수요자의 기호에 맞는 상품이 바로 주어진다. 한계생산비용이 거의 제로가 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기술, 로봇기술, 인공지능기술도 빠른 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필요한 모든 곳에 설치된 센서와 인터넷을 통해 사람의 신체와 정신의 상태, 사람이 머물러 있는 공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기들의 상태, 제품생산기계들의 상태, 성장하는 동식물의 상태, 자연의 변화상태 등을 알 수 있게 해주고, 이들 상태를 분석해서 어느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 건축물에서는 실내공기의 상태와 에너지 사용을 알려주는 센서가 널리 적용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상태를 점검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제품제조 공정에 적용된 사물인터넷은 제품생산 로봇이나 기계의 상태를 점검하고 효율적으로 유지·보수하는 일, 그리고 제품생산 과정을 최적화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5. 인공지능의 발달과 자본주의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본주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15) 그뿐 아니라 21세기에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거나 크게 변형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발언해온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은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와 미국 헤게모니의 약화가 자본주의를 종말시키리라고 본다. 그러나 그후 어떤 체제가 들어설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예측하지 않는다. 더 좋아질 가능성과 더 나빠질 가능성을 반반 정도로 내다본다. 기술발전이 자본주의의 미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그는 주목하지 않는다. 그가 보기에 기술발전은 종속변수일 뿐이다.16) 성장의 둔화, 빈부격차의 심화, 국가부채의 증가를 자본주의의 말기적 징후로 보는 볼프강 슈트렉(Wolfgang Streeck)도 기술발전이나 인구변화를 주요 변수로 보지 않는 것 같다.17)

이들의 접근과 달리 기술발전과 자본주의의 미래를 연관짓는 논의도 적지 않다. 이들 논의 중 상당수는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의 발달로 화이트칼라의 일자리까지 사라지고 이로 인해 자본주의가 종말을 맞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의 미래 전망은 대부분 밝지 않지만, 기술발달이 맑스(K. Marx)의 유토피아적 예언이 실현될 가능성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하는 논의도 간간이 보인다. 제러미 리프킨은 다른 시각에서 기술발달이 가져올 한계비용 제로 사회,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유토피아적 미래를 전망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미래에 관한 논의에서는 인공지능이나 유전자 편집같이 인간 종 자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기술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 월러스틴이나 낙관적인 리프킨 모두 인공지능이 초지능(superintelligence)으로 진화해 인간이라는 종을 압도할지 모를 미래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들과 달리 인공지능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 종과 인공지능의 관계는 큰 관심거리다. 여기서도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으리라는 예측에 동의한다.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의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 연구개발자들은 2100년 이전에 인공지능이 거의 확실하게 인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18)

빌 게이츠(Bill Gates)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핵무기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알파고(AlphaGo)를 내놓은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개발진도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져올 결과를 낙관하지만은 않는다. 이들은 구글에 인수될 때 인공지능 윤리위원회를 만들 것을 요구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구글의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로 인공지능이 더 빠르게 발달해서 위험 수준에 도달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한 사람은 이미 2050년경에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human-level machine intelligence)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딥마인드뿐 아니라 다른 인공지능기업들도 그러한 우려에서 윤리위원회를 만들고 있다.

생명공학에서도 인간 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모르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크리스퍼 기법은 2012년에 발표되어 인간 유전자를 수정란 단계나 성체세포 단계에서 어렵지 않게 ‘편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 기술이 나오자마자 연구자들 사이에서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미 중국의 연구자들이 이 기술로 인간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퍼 기술이 배아에 적용되면 증강된(enhanced) 능력을 가진 ‘맞춤아기’가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인공지능기술에 대한 윤리적 검토는 이제 시작 단계지만 생명공학을 대상으로 하는 윤리 논의는 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 차원의 규제들도 법의 형식으로 나와 있다. 인공지능기술도 더 발달하면 윤리적인 문제제기나 반대운동이 일어날 것이고, 국가 차원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 대 동물, 배아 대 성체같이 뚜렷한 구분이 가능한 생명공학의 경우와 달리 인공지능 연구의 어느 특정 분야에 대해 법을 통한 규제를 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인공지능기술이 인류의 ‘좋은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인가? 우리가 왜 그런 기술을 원해야 하는가?” 같은 물음을 던지기도 하겠지만, 무기력하게 밀려나고 말 것이다. 그러한 문제제기와 상관없이 연구와 새로운 발견과 개발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버리지 못하는 그는 색다른 접근을 한다. 2015년에 머스크는 오픈에이아이(OpenAI)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여기서도 인공지능을 연구하는데, 다른 곳과 달리 연구결과를 모두 공개한다. 그는 공개를 통해서 위험을 평가받고 이를 통해 계속해서 연구의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궁극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닉 보스트롬이 비판하듯이 그런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19) 그렇다 해도 오픈AI를 통해 한편으로는 인공지능 분야에 발을 담가서 낙오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강조하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해보겠다는 것이 그의 선택이다.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초인공지능(super-intelligence AI)의 등장에 크게 주목하지 않듯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그것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자본주의의 변화가 인공지능의 발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본주의가 변화하더라도 그에 상관없이 인공지능 연구는 계속되고, 초인공지능이 등장하리라 보는 것 같다. 또한 인공지능의 위험에 대해 낙관하든 비관하든 그것이 자본주의를 어떻게 변형할지에 대해서도 거의 관심이 없다. 초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해서 인간의 모든 노동을 떠맡고 이로써 자본주의를 종식시킬 것인지, 그전에 그들의 연구개발을 추동하는 자본주의에 대혼란이 일어나서 초인공지능의 등장이 저지될 것인지도 관심 밖이다. 자본주의가 이미 혼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꽤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기술은 여전히 급속히 발달하고 있다. 혼란기라 하더라도 자본주의가 갑자기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술의 발달도 상당한 기간 동안은 계속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고, 자본주의가 종말을 맞기 전에 초인공지능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6. 기후변화 대응, 2도 억제보다 회복력

 

초인공지능의 등장에 대한 우려는 아직 현재의 관심사가 되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지금 진행 중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인류의 큰 과제다. 자본주의의 말기적 징후나 초인공지능의 출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지구평균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이로 인한 재난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할 상승폭 2도 이하 억제에 집착한 채 현재 진행 중인 급속한 기술발달과 인구변화를 별반 고려하지 않는 접근은 기후변화 대처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태양에너지와 디지털기술의 발달,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 인구의 변화로 온실가스 배출은 늦어도 21세기 후반에는 줄어들기 시작하고 지구기온 상승도 멈출 것이다. 물론 20세기 후반기와 21세기 전반기에 대기 중에 집적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은 21세기 후반기에도 지속될 것이고, 2100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19세기 말에 비해 2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21세기 상당 기간은 기후변화로 인한 혼란과 위기, 그리고 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까지 기후변화 논의는 대체로 혼란과 위기를 막기 위해 지구 평균기온 2도 상승 억제와 이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러나 목표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진 지금 논의의 초점은 다른 곳으로 옮겨져야 한다. 2도 이상 상승을 인정하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고 적응할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 기후총회에서도 적응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응 논의는 억제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진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날이 뜨거우면 그늘 안으로 들어가거나 해수면이 높아지면 높은 곳으로 이주하거나 둑을 더 높게 쌓는 등의 아주 단순한 적응 제안이 나왔을 뿐이다.20)

기후변화 적응이란 재난의 충격에 대한 회복력(resilience)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회복력은 단순하게 둑을 높게 쌓는 것으로 갖추어지지는 않는다. 사회,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의 측면이 모두 고려되는 가운데 준비되는 복합적인 것이다. 그리고 기후변화는 한 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회복력을 기르는 것도 지역에서 그곳의 자연적·경제적·문화적 특성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논의는 주로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지역의 특성은 거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회복력 논의에서는 작은 농어촌부터 대도시까지 세계의 모든 지역이 고려 대상이자 주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같은 과학기술은 지역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닥쳐올 재난과 최선의 대처방안을 시뮬레이션하고 인터넷에 연결된 센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 재난이 닥쳤을 때 대처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적응을 위해 회복력을 높여가면 인류는 2100년까지 기후변화로 닥칠 재난을 파국까지는 겪지 않고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후 22세기로 넘어가면 인구감소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고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이 대체로 안착되어 기후변화 위기는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는 2100년이라는 최종 시점까지 2도 상승 억제라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더 긴 시간표 속에서 세상의 변화를 고려하는 가운데 기후변화를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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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aren M. Douglas and Robbie M. Sutton, “Climate change: Why the conspiracy theories are dangerous,”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March 2015. 음모론은 일본에도 꽤 퍼져 있다. 원전반대운동가로 유명한 広瀬隆, 『二酸化炭素温暖化説崩壊集英社新書 2010 참고.

2) D. Bray and H. von Storch, The Bray and von Storch 5th International Survey of Climate Scientists 2015/2016, Helmholtz-Zentrum Geesthacht 2016.

3) Axel Bojanowski, Spiegel Online, 2016.7.5. (http://www.spiegel.de/wissenschaft/natur/petersberger-klimadialog-kritik-an-klimapolitik-a-1101350.html); Reiner Klingholz, Sklaven des Wachstums: die Geschichte einer Befreiung, Campus 2014, 139면.

4) Oliver Geden, “Paris climate deal: the trouble with targetism,” The Guardian 2015.12.14.

5) 세계은행(World Bank)의 인구통계 참고(http://data.worldbank.org/indicator/SP.POP.TOTL).

6) 제러미 리프킨 『한계비용 제로 사회』, 안진환 옮김, 민음사 2014.

7) 랜들 콜린스 「중간계급 노동의 종말: 더이상 탈출구는 없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외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 성백용 옮김, 창비 2014.

8) Malea Hoepf Young 외, Projecting Population, Projecting Climate Change, PAI 2009.

9) 유엔 사무국 경제사회국(UN DESA)이 2004년 발표한 World Population to 2300 참고(http://www.un.org/esa/population/publications/longrange2/WorldPop2300final.pdf).

10) Reiner Klingholz, 앞의 책.

11) 지구공학 사용의 문제에 대해서는 John S. Dryzek, Richard B. Norgaard, and David Schlosberg, Climate-Challenged Society, Oxford University Press 2013, 7장 참고.

12) 독일연방환경청(Umweltbundesamt)이 발표한 2016년 재생가능 에너지 통계(Erneuerbare Energien in Zahlen 2016).

13) Pete Danko, “Solar Surges Past Wind, Hydro as Californias No. 1 Renewable Energy Source,” KQED, 2016.1.11. 하와이에서는 지난 5년간 10배 증가하여 2015년에는 전기소비의 6%를 담당하게 되었다(https://en.wikipedia.org/wiki/Solar_power_in_Hawaii).

14) Martin Hultman, “The Making of an Environmental Hero: A History of Ecomodern Masculinity, Fuel Cells and Arnold Schwarzenegger,” Environmental Humanities 2013 Vol. 2, No. 1, 79~99면.

15) Naomi Klein, This Changes Everything: Capitalism vs. The Climate, Simon & Schuster 2015.

16) 이매뉴얼 월러스틴 「구조적 위기, 또는 자본주의가 자본가들에게 더이상 득이 되지 않는 이유」, 『자본주의는 미래가 있는가』, 이강국 「위기, 이행, 대안: 이매뉴얼 월러스틴과의 대담」, 『창작과비평』 2015년 봄호.

17) Wolfgang Streeck, “Wie wird der Kapitalismus enden?,” Blätter für deutsche und internationale Politik 3/2015.

18) Nick Bostrom, Superintelligence: Paths, Dangers, Strategies,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19) Nick Bostrom, “Strategic Implications of Openness in AI Development,” Future of Humanity Institute, Oxford University 2016 (http://www.nickbostrom.com/papers/openness.pdf).

20) John S. Dryzek, Richard B. Norgaard, and David Schlosberg, Climate-Challenged Society, Oxford University Press 2013, 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