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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중국 ‘일대일로’의 지정학적 경제학

포용적 천하인가, 예외적 공간인가?

 

 

쉬 진위 徐進鈺

대만 타이완대학 지리환경자원학과 교수, 공저 『양안에서 통일과 평화를 생각하다』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음.

 

* 이 글은 원제 「中國一帶一路的地緣政治經濟 : 包容的全球化或者例外的空間」를 옮긴 것으로, 2016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된 동아시아 비판적 잡지 회의(주제: 동아시아에서 ‘대전환’을 묻다)에서 발표된 글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도론(導論): 2008년 경제위기 후 지정학적 경제전략으로서 일대일로

 

2008년의 자본주의 위기는 그 핵심으로 보면, 2001년 뉴욕 테러 및 그후 금융세계화가 초래한 전지구적 재난이다. 미국은 양적 완화로 자구책을 찾았지만, 그로 인해 각국의 경제 부진이 야기되었다. 그러나 사실 어떤 면에서 2008년 경제위기는 냉전 종결 후 이른바 ‘역사의 종언’ 혹은 미국을 규범으로 하는 자본주의 정치경제학의 패권에 다소 의문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특히 수많은 구 식민지들이 독립 후에 직면한 경제적 낙후 및 문화적 갈등으로부터 발생한 테러리즘은 기존 세계에 대한 위계와 경제발전 패러다임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한층 강화했다.

2013년 중국이 제기한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주요한 내용은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약칭이다. 2014년 시 진핑(習近平)은 ‘뉴 노멀(新常態)’이라는 말로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현상을 설명했다. 중국의 설명에 따르면 ‘뉴 노멀’의 방점은 일종의 새로운 평형상태에 다시 도달하는 데 있다. (제조업 집중, 특히 노동밀집형이나 자원밀집형 산업에서 벗어남으로써) 중국의 경제는 다양화될 수 있고, (고오염형 고에너지소모형 성장모델을 벗어나) 지속 가능한 수준을 회복하여 이익을 비교적 균등하게 분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78년에서 2011년까지 장장 33년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거의 매년 10퍼센트 이상이었다. 이제 중국은 과거 30년간 택한 노동 및 환경 조건의 희생에 기반한 고속성장 모델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위기조정발전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의 지역 간 균형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의 균형을 회복해 낙후지역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중국의 자본과 기업의 ‘대외진출’로 국제적 투자기회를 찾고 나아가 국내 수요를 선도하려 한다. 의심할 것 없이 대내적으로 일대일로는 전문가들이 착목하고 있듯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중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또한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가 말한바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공간적 해결’(spatial fix) 전략이기도 하다. 그외에도 중국 입장에서 일대일로는 자원 확보(특히 석유 및 광산 자원 합작) 및 전략적 종심(縱深) 개척(연해지역의 공업화 확장 및 서부내륙으로의 이동을 통한 전략적 배치의 조정)의 의미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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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에는 또한 중요한 국제전략상의 목표가 있다. 그것은 실체나 기제가 아닌 협력적 발전이라는 이념의 제창이다. 중국과 관련 국가들 간에 이미 존재하는 양자적·다자적 기제를 충분히 활용하여 이미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역협력 플랫폼의 도움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중국정부에 따르면, 일대일로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대륙을 관통한다. 한 축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아시아경제권, 다른 한 축은 발달한 유럽경제권이다. 그 중간의 광대한 내륙이 국가경제 발전에 미치는 잠재력은 거대하다. 실크로드경제벨트의 중점은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서아시아를 거쳐 페르시아만과 지중해에 이르는 통로를 여는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방향은 중국 연해 항구에서 남해를 거쳐 인도양을 지나 유럽으로 향한다. 육상으로는 국제적 대통로에 의거해 연선(沿線, 철로·항로가 이어지는 지역) 중심도시를 지지대로, 중점 경제산업단지를 협력의 플랫폼으로 삼아 신 유라시아대륙, 중국몽골러시아,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반도 등 국제 경제협력 통로를 구축한다. 또한 해상으로는 중점 항구를 고리로 삼아 안전하고 고효율적인 거대한 수송로를 공동으로 건설하고자 한다.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이 두개의 경제벨트와 일대일로의 추진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진일보한 협력을 통한 더 큰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일대일로는 중국이 유라시아대륙의 경제통합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배제되는 형세를 이룰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을 배제하거나 고립시키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TI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를 추진하는 미국의 시도를 희석할 뿐 아니라 일대일로 무역을 통해 전지구 무역의 새로운 규칙 제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국내외 항구를 거점으로 건설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에서는 다양한 룰을 지닌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추진될 수 있다. 국내, 특히 상하이자유무역지구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닝보寧波, 저우산舟山을 포함한) 상하이와 취안저우(泉洲), 메이저우(湄洲, 푸젠성福建省 푸텐시莆田市에 속한 섬옮긴이) 완강(湾港)의 초대형급 심해항을 근거지로 국제적 중계접속항을 건설할 수 있다. 그리하여 국제경제, 금융, 무역, 해운의 중심을 틀어쥠으로써 국제무역의 주도권, 가격결정권, 자원배분권을 장악할 수 있다. 이렇게 중국은 지역의 경제통합을 주동적으로 가속화함으로써 지역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건대 65개의 핵심 국가를 포괄하는 일대일로는 그 포괄 면적이 5539제곱킬로미터로, 전지구 총면적의 약 41.3퍼센트에 해당한다. 그 혜택을 입게 될 인구는 467천만명으로 전지구 총인구수의 66.9퍼센트다. 해당 지역 경제총량은 274천억 달러로, 이는 전지구 경제총량의 38.2퍼센트다. 일대일로의 지역경제 발전 상황을 보면 양쪽 끝이 높고 가운데 중간지대가 파인 형태다. 동아시아와 유럽의 경제발전이 비교적 양호한 반면, 중앙아시아, 중동 지구의 경제성장 속도는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농업분업 면에선 비합리적이지만 피차간에 강한 상호보완성이 있다. 일대일로가 아우르는 65개 국가 중에는 개발도상국이 많다. 인프라 건설 수준이 대체로 낮은 이들 국가의 성장잠재력은 거대하다. 많은 국가가 물, 전기, 철로가 부족하고 상호 간의 왕래도 원활하지 못한 탓에 발전의 격차가 상당하다. 이를테면 2013년 카타르는 1인당 평균 GDP94천 달러에 달한 반면 아프가니스탄은 665달러에 불과했다.

공평하게 말한다면, 중국의 굴기(崛起)에 직면한 미국의 경제와 국제정치에서의 패권이 중국에 대한 압박포위를 강화하자, 중국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한 결과가 일대일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중 미국은 전세계 경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았다. 어떤 면에서는 중국의 싼 노동력과 거대한 외환보유고가 위기의 확산을 막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위기에서 벗어나자 미국은 즉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패권구조를 회복하고자 했다. ‘아시아 회귀’ 같은, 동아시아를 축으로 하는 지정학, 그리고 TPP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경제전략이 이에 포함된다. 냉전의 표면적 종결 후에 등장한 새로운 대중국 포위전략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대일로의 출발점은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라 할 수 있다. 유라시아와 연결해 미국을 고립시키려는 이 전략은 중국 자신이 선포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위반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수많은 비평가가 그렇듯 미국의 전략에 손쉽게 부화뇌동하여 중국을 비판만 해선 안된다. 다만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중국이 지금껏 제3세계에 투자해온 경과를 보면서 분석과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며, 일대일로 계획이 내건 목표와 계획을 보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포용적 지구화?

 

말할 것도 없이 지난 30여년간 중국의 경제성장은 지구적 성장의 극점(growth pole)이었다. 8500만개의 제조업을 소유한 중국은 끊임없이 산업을 팽창시켰다. 그 과정에서 서부 내륙지구는 노동밀집형 산업화의 기회를 얻었고, 동시에 비교적 GDP가 낮은 다른 국가들 역시 구조조정을 통해 발전의 기회를 얻었다. 일대일로는 한편으로는 국내 과잉생산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내륙의 저발달지대 및 빈곤한 이웃나라에 발전 기회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도로, 항구, 비행장, 철로, 전력, 천연가스 그리고 물 같은 인프라 시설의 보완을 통해 이들 지역 및 국가의 산업발전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중국 자신도 이런 호혜적 협력기제를 통해 중국 상품에 대한 시장의존도를 강화하고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중국 지리발전전략의 변화를 보여준다. 연해를 발전기지로 삼았을 때 중국은 주로 미국과 동아시아 인접국을 경제발전의 동반자(겸 경쟁자)로 두었다. 그러나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심지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의 무역량이 1992년의 3.6퍼센트에서 20007.2퍼센트, 2014년에 15퍼센트까지 증가하자 중국무역의 지리적 전략은 변화를 예고하게 되었다.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둘러싼 중미 간의 충돌은 언제나 제로섬게임을 이루었고 관련 국가들은 군사동맹이나 경제조직으로 서로 대결해야 했다. 반면 유라시아에서는 인도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충돌의 위험이 없다. 그뿐 아니라, 미국조차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라는 두 주요 테러지역의 안정을 위해 중국의 협조를 원하고 있다.1) 이 모두가 중국 일대일로의 서진전략에 일정한 합리성을 부여한다. 물론 유라시아 지역에도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키르기스탄 사이의 국경분쟁, 파키스탄의 정국불안 등 일부 어려움이 있다. 국가 간의 복잡한 관계를 포함해 다국적 범죄, 분리주의, 종족·종교·파벌 충돌, 종교원리주의, 빈곤 및 낙후 문제 등을 생각하면, 중국의 개입이 의심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책임있는 행위자로서 반드시 모두가 윈윈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환경보호, 삶의 질적 향상, 일자리 증진 등에 대해 구체적 약속을 제시할 때, 중국의 지리발전전략은 비로소 전향적 성공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전략은 지구적 경제에서 중국이 맡게 될 새로운 역할자본주의의 주요한 수용자에서 외자투자자로의 전환이라는 역할 변화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 1990년대, 중국의 연평균 외자투자는 27.8퍼센트씩 증가했다. 당시 중국의 대외무역 성장률 15.2퍼센트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중국은 외자를 이용해 새로운 관리기술 및 과학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을 제조하거나 기성 산업의 효율성을 높여왔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특히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후인 2001년에서 2008년 사이 무역의 연평균 성장률은 23.5퍼센트까지 상승했다. 바꿔 말하면 매 3.5년마다 두배씩 성장한 것이다. 이에 중국은 대외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고 2006년에서 2014년 사이 대외투자 성장률은 23.7퍼센트까지 증가했다. 반면 무역과 외자의 대중국 투자액 증가율은 각각 11.8퍼센트와 8.3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로 보건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대외투자의 지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대외투자는 장부상으로 보면 아시아에 고도로 집중되어 있다. 2014년 아시아는 중국 대외투자의 68퍼센트를 점했는데 그중 홍콩이 84.8퍼센트였다. 일반적으로 홍콩은 중국자본의 대외 상장 창문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사후에 이루어지는 투자에 대해서는 추적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홍콩을 제외하면, 중국자본의 투자는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전세계 각 대륙에 상당히 고르게 분포해 있다. 그렇다면 전지구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자본의 투자는 지구적 차원에서 남()에 대한 남()의 투자라는 특징을 지닌다.2) 물론 이들 지역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은 중국자본의 투자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남남 투자와 무역의 관계는 2008년 금융위기 후 극명해졌다. 일례로 브라질의 대외무역을 보자. 선진국과의 무역이 42퍼센트, 남미 기타 국가와의 무역이 22퍼센트를 점한 것을 제하면, 남은 36퍼센트는 모두 대륙 간 남남무역이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예측에 의하면 2050년이 되면 남남 무역투자는 절반을 초과할 것이며, 지구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포함해 대부분이 남남 축선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에스빠냐, 브라질 등에 대한 중국석유화학공업(Sinopac)의 투자도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신흥 남남 투자무역은 일정한 의미에서 보면 과거의 비대칭적 남북무역이나 남방 빈곤국에 대한 북방 부유국의 자원통제 및 착취와 구별된다. 그러나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전하느냐 하는 문제는 더 지켜봐야 한다. 이 또한 자본수출 대국으로서 중국이 어떤 규범을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편, 경제성장 능력과 거대한 인구를 지닌 중국은 장차 에너지자원 소비 대국이 될 것이다. 2014년 석탄은 중국 에너지 소비의 66퍼센트, 석유는 18퍼센트, 수력자원은 8퍼센트, 천연가스는 6퍼센트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들 에너지 소비의 53퍼센트가 수입에 의존했다.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중국은 반드시 유력한 석유 및 천연가스 공급자들과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수의 공급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특히 유라시아 지역의 에너지 공급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이들 지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석유관을 끌어와 운송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매우 높다. 여러 국가를 경유하는 경우 더 그렇다. 그러므로 반드시 이러한 위험평가(risk assessment)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그 점에서 일대일로 계획에서 연선지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수송로는 특히 중요하다. 이를테면 20149월 중국중앙아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D선이 타지키스탄에서 착공된 데 이어, 중국러시아 천연가스 동선(東線) 통로가 중국 지역 안에서 20156월 정식 개통했다. 마찬가지로 2015년 중국이 건설한 실크로드기금과 러시아 야말(Yamal) 액화천연가스 일체화사업 최대주주인 노바떼끄(Novatek) 회사가 기본합의에 서명했고, 중국은 곧 세계 최대의 액화천연가스사업의 주식 9.9퍼센트를 투자 구매할 것이다. 이는 201412월 실크로드기금 정식 성립 후 중국이 오일가스 영역에 대한 투자에서 거둔 첫 성과이기도 하다. 이런 사업은 분명한 ‘공공성’을 지닌다. 오일가스 운송공정에 대한 투자에는 중국의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의미 외에도 특정 국가와의 협력의 긴밀도를 강화한다는 정치적 고려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천연가스 공정에 관련한 조치들은 중국 에너지자원 구조의 양성화와 환경개선의 임무도 띠고 있다.

사실상 일대일로는 2012년 중국이 이른바 뉴 노멀 경제에 진입한 후 산업구조 개선 및 국내 소비 진작 그리고 전통경제에 대한 의존도 감소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말해준다. 일대일로는 바로 국제협력의 강화와 경제개방을 통해 이들 문제를 극복하려는 주요 수단인 것이다. 중국발개위(중화인민공화국국가발전과개혁위원회)가 제시한 비전과 행동방침에 따르면 “일대일로는 지역협력의 정신으로 지구적 자유무역체제를 개선하고, 경제적 성분들의 자유로운 유동, 효율적인 자원분배, 시장통합의 강화를 제창한다. 나아가 개방적·포용적·균형적인 지역협력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창조하여 새로운 국제협력 및 지구적 경제관리의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국제무역체제를 만들어 무역 및 대외투자를 제창한 것처럼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지구화를 한발 더 진전시키고 유라시아, 동남아 그리고 기타 개발도상국들과의 협력과 원조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의 수요를 창출하고자 한다. 또한 이들 국가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빈곤을 감소시킴으로써 포용적이고 상생적인 균형발전 및 지구적 남남합작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고자 한다.

일대일로 구상에 국제협력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사고가 담겨 있고, 또 지구적 발전의 촉진에 더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기존의 세계 자유무역 구조에서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대일로의 제창이 자유시장의 발전에 그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국가의 역할을 더 중시한다면, 무역과 투자 확대가 가져올 이익을 분산할 수는 있다. 그 과정에서 인프라 설비 건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공공재의 역할이 제구실할 때 서로 다른 지역의 인민들이 결합할 수 있으며, 이들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할 때 비로소 진정한 문화사회의 정신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프라 건설은 통상 오랜 시간을 요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현지 정부, 나아가 다양한 단체와의 협상을 통해야 한다. 따라서 사적 자본이 하기엔 너무나 큰 도전이며 그 중책은 국가자본, 아마도 수많은 중앙기업에 맡겨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대일로에는 이미 대외원조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실제로 중국은 1960년대 아프리카에 더 많은 직접원조를 한 바 있으며 지난 30년 동안에도 원조를 멈추지 않았다. 일대일로는 작동의미 면에서 볼 때 대외원조에 더 근접한다. 현재 그 방침을 살펴보면 거의 70개국을 아우른다. 동남아시아든 중앙아시아든 대부분 수입이 비교적 낮은 개발도상국이다. 이들에게 가장 결핍된 것은 인프라 설비다. 외국의 직접투자를 절실히 요하지만, 그것을 유인할 제도적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오랜 대외원조 경험이 있는 중국은 60여개국에 대한 투자를 모두 합해도 과거 대외투자 총액의 20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진국의 다국적기업이 이들 국가에 투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만큼 이들 개도국에 대한 투자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고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분석해보면, 연선국가에 투자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중국의 국유기업이다. 이들은 중앙기업을 위주로 하며 그중에서도 국가대표급 기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개발은행, 수출입은행을 위시한 과거 대외원조의 기본 전략에 부합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일대일로 전략의 부단한 추진 과정에서 중국 국유기업, 특히 중앙기업이 현지의 인프라 설비 건설에 참여하는 기회는 더 증가하겠지만,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적어도 향후 10년간, 인프라 설비 투자는 주류 투자가 되겠지만 기업의 인수합병은 주류가 되지 않을 듯하다.

일대일로는 국내 과잉자본 해소, 산업구조 개선, 지역 균형발전, 에너지공급의 안정성 확보 같은 다중 목표의 동시적 해결을 통해 중국의 지구화를 촉진하겠지만, 이 사업에는 천억 달러 이상의 비용과 30년의 시간이 든다. 추진 과정에서도 수많은 회의와 도전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대일로의 전망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특히 투자를 받는 국가들은 관련된 지정학적 우려와 기대 속에 시종 이 초대형 다국적협력계획 주변을 서성인다. 심지어 이를 두고 21세기 아시아판 마셜플랜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논하겠다.

 

 

일대일로의 지정학적 경제학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군사전략 및 TPP의 지정학적 경제전략이 냉전 후 중국에 새로운 포위전략을 형성함에 따라, 중국은 이 포위를 돌파해야 했다. 지정학자 존 애그뉴의 말처럼, 중미 대국 간 경쟁으로 미국의 아시아재균형전략을 합리화하는 것은 미국의 유럽 대서양에서의 지위와 중국의 군사정치적 영향력을 과장하는 것이다.3) 중국은 경제발전 외에 군사전략 면에서 사실상 명확한 타깃이 없기 때문이다. 영토, 안보, 주권 같은 레토릭을 강조하는 것 외에, 실행 차원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팽창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느정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댜오위다오(釣魚島), 남해 같은 영토분쟁 외에, 중국엔 큰 지정학적 전략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거대한 전략 프레임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REC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와 일대일로를 제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대일로에는 다른 지정학적 측면이 있다. 중국정부는 아마도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는 저자세를 취하겠지만, 분명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은 유라시아 지역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유라시아는 일찍이 지정학자 매킨더(H. Mackinder)가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했고, 대영제국의 팽창 여부가 달린 전략적 요지이기도 했으며, 소련과 미국이라는 냉전시대 양대 강국이 점령에 실패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또한 그런 탓에 이 지역은 불안한 정국이 이어졌고 외부로부터 극단적인 배척을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포석은 일정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리적 위치와 산업적 특성으로 보건대, 중국으로서는 역시 성공 기회다. 그 중요한 원인을 찾아보면, 첫째, 중국은 ‘신()실크로드’ 국가들의 주요 시장이다. 광물이든 석유든 중국은 이들의 주요한 소비시장이 될 것이다. 둘째, 중국경제의 연이은 고속성장은 중동국가의 자본에 상당히 양호한 투자시장을 제공한다. 셋째, 중국은 세계적인 소비품 생산대국이고 중국의 수출상품은 마침 신실크로드 연선국가들에 극도로 결핍된 것이다. 넷째, 오랫동안 현지 전쟁에 개입하지 않은 중국은 현재로서는 이 지역에서 평화적 강국이라 할 수 있다. 각 지역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양한 세력이 받아들이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나라인 것이다. 그래서 현재 중국은 사실상 가장 유리한 육지권력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중국 자신의 전략만 올바르다면 지정학적 우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물론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는 인프라 투자설비를 통해 중국이 장악하게 될 정치경제적 통제력을 경계할 것이다. 이는 앞서 말했듯 일대일로가 국가 주도의 대외투자라는 사실과 관련있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지니는 협력성으로 인해,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쌍방 혹은 다방은 원칙적으로 평등한 지위를 누린다. 그러므로 어떤 계획이든 대등한 담판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라도 일대일로에는 일방적 동상이몽의 여지가 어느정도 있다. 이를테면 신흥 경제체들이 중국이 내미는 올리브 가지를 흔쾌히 받아들일까? 이들 지주국(host countries)이 언제든 이익에서 출발하지 않은 적 있는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중국의 지정학적 장기판의 말이 되는 것을 피하려 하지 않겠는가? 그 점에서 어떻게 순조롭게 토착화를 실현할 것인가는 일대일로가 직면한 중대한 도전이다. ‘일대’든 ‘일로’든 여기에 포함된 국가들은 여전히 자국 발전에 부합하는 길을 탐색하고 있다. 국가마다 존재하는 구체적 차이를 보건대, 단일한 계획으로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설사 이들 국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해도 협력이 약속한 비전이 순조롭게 실현될 것이라 보증할 수 있을까? 특히 계획이 초기에 좌절당하면 후속 협력의 지속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외 수출과정에서 생겨나는 이데올로기 충돌도 홀시해선 안된다. 중국 굴기로 중국의 국제적 지위도 일보 상승했다. 일대일로라는 국가 주도의 에너지 생산 수출과 자본 수출 계획은 실제 운행과정에서 종종 이데올로기적 충돌에 직면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견제는 가장 피해야 할 요소다. 결국에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협상을 결렬시키거나 좌절시키는 요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주도적 계획은 일단 탁자 위에 올라가면 그 밑은 이데올로기의 암류로 요동친다.

그러나 사실 중국은 중앙아시아 각국,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등을 포함한 유라시아에 일찍부터 경제투자를 진행해왔다. 일대일로는 그저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투자원조를 통합적으로 정비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대일로는 그다지 드라마틱한 것이 아니다. 사실 유라시아에서 중국의 패권화를 단정할 필요는 없다. 중국과 유라시아 국가 간의 16+1 협력 제안 역시 일대일로와 관련한 협력 및 조정 속에서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우려가 없다 할 순 없지만 과장할 필요는 없다.

특히 중국이 천억 달러를 모금 중인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라는 대형 사업에는 60여개국이 참여한다. 중국 혼자 세운 4백억 달러 규모의 실크로드인프라설비기금에 비하면, 아시아투자은행 설립은 한결 많은 참가국에 위험을 분산할 것이다. 중국이 시종 다자주의를 내걸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렇게 보면 기타 국가들의 우려는 더 낮아지고 AIIB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의 고립은 더 강화될 것이다. 일대일로의 배후에 중국의 패권적 음모가 숨어 있다고 추단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관련된 지정학적 고려 외에도 일대일로가 진정으로 충돌과 분쟁을 야기할 위험은 지경학적 효과의 확산 여부에 달려 있다. 이론적으로 중국의 투자는 현지 주민의 취업 기회를 확대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한이 있다. 많은 경우 중국이 정책성 은행을 통해 거액의 저리대출을 제공하는 조건 중 하나는, 관련 사업이 중국 기업 및 중국 노동력을 통해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중국만의 융자 방식은 아니지만 이는 중국 투자에 대한 중앙아시아 민중의 불만을 낳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같은 나라는 로컬 콘텐츠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조건에 저항하고 있다. 기술적 방면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은 한 사업의 70퍼센트의 노동력을 현지에서 조달할 것을,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중국 기업이 중국 노동자를 고용하지 말고 관리직만 파견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규정들은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제공하는 중국의 대출 조건에 결여된 투명성은 어쩌면 이 지역의 경제적 취약성을 가속화하는지도 모른다. 특히 대출을 받는 국가들의 자산부채표에서 중국 정부에서 받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2015년 말 중국수출입은행(ExportImport Bank of China)은 키르기스스탄 최대의 채권자였다. 이 나라 총 외채 36억 달러 중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받은 대출은 13억 달러에 달했다. 그외에도 다른 불투명한 협상들이 있다. 이를테면 2011년 타지키스탄과 중국은 국경선 획정 문제에 관한 협상을 타결했고 중국은 그로부터 1천 제곱킬로미터의 영토를 획득했다. 이런 행동은, 비록 관련된 문서상의 증거는 없지만 ‘비정상적 채무변제협상’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경제구조는 약소국에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부단히 확대되는 채무 노출은 어쩌면 국내의 빈곤화를 가속화하고 불공평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종종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스스로의 주장처럼 투자 대상 국가들의 빈곤 극복을 돕고 중국 상품에 대한 소비를 증가시키는 호혜적 잠재력을 지니기보다, 오히려 분배의 불평등으로 인해 투자 대상 국가의 정치와 경제 발전을 악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미국을 위시한 제국주의에 일대일로라는 남남 포용적 국제투자원조의 정당성을 훼손할 구실을 제공한다. 물론 사심없는 투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론상으로 중국은 분명 현지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해 원조한다는 경제적 어젠다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업그레이드된 국제원조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있다.

 

 

국제원조 전략으로서의 예외공간?

 

중국 학자 쉬 샤오훙(徐小紅)의 연구에 따르면, 1949년 중국공산당 건국 이후 중국의 대외원조는 줄곧 지속되어왔다.4) 특히 개혁개방 이전 제3세계주의를 내걸 때, 중국은 북한과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수많은 후진국에 경제와 기술 원조를 해왔다. 1971년에서 1975년 사이 중국의 대외원조액은 230억 위안에 달했다. 1970년대 중국이 46개 국가에 대해 세운 원조 특별안건은 560개에 이른다. 이 시기 해외원조의 형식은 경제와 기술 원조 위주였다. 주로 각종 특별안건 확립, 물자 제공, 기술 및 인력 자원합작 및 해외의료팀 파견 같은 것이었다. 자금은 대부분 중국의 무상원조나 무이자대출 형식으로 출자되었다. 약소국에 대한 이러한 원조는 한때는 사회주의국가의 빅브라더인 중국의 국제주의적 공헌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약소국을 약탈하는 서구 제국주의의 국제원조와는 천양지차였다.

그러나 이런 사심없는 제3세계정신은 개혁개방과 함께 점차 변질되었다. 경제건설 촉진이 국가의 주요 임무가 되면서 대외원조 역시 점차 대외무역 및 투자라는 경제외교의 도구로 변해갔다. 해외원조와 국내경제 건설은 서로 보완·촉진했고 중국기업과 시장자본의 참여도 갈수록 활발해졌다. 이 단계의 해외원조의 경제효과는 현저했다. 여기에는 대만의 국제적 활동공간을 제한하기 위한 국교수립 원조도 포함되었다. 대외원조가 금전외교의 칩으로 전락한 경우다.

마지막으로 냉전이 종결되고 중국의 종합 국력이 지속적으로 증진함에 따라, 199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형태의 대외투자원조가 출현했다. 채무감면은 중국 대외원조의 새로운 수단이 되었다. 빈곤국가의 채무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중국정부는 21세기 첫 십년간 중국과 외교관계에 있는 중()급 채무국과 이자상환 만기에 달한 극빈국의 채무를 면제한다고 여섯차례에 걸쳐 선포했다. 통계에 따르면 2009년 말 중국은 이미 50개국과 채무면제의정서에 서명하여 채무 380건을 면제했다. 2558천만 위안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중국은 또다시 탄자니아 등 9개 중급 채무국 16건의 채무를 면제했다. 도합 142천만 위안의 채무였다. 그런가 하면 중국기업이 해외투자라는 ‘대외 진출’을 통해 국제경쟁에 적극 참여할 것을 고무하고 지지하는 것은 신시기(1978년 이후를 말한다옮긴이) 중국 해외원조의 또다른 중요한 특징이었다. 해외원조에 대한 중국의 참여가 나날이 전면적·공격적이 되면서, 중국기업에서 해외원조는 필수불가결한 경영의 일부가 되었다. 이때 중국과 수혜국 기업의 ‘윈윈협력’, 즉 원조가 쌍방 모두에 실질적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은 역시 해외원조의 핵심 조건이었다.

이 세단계는 중국 해외원조의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사회주의적 국제주의에서 출발하여 점차 국가정치, 외교이익 그리고 경제발전이 해외원조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보건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목전의 국제 지정학적 경제학의 관점에서 관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중국 당국이 이 계획에 착수했을 때 결코 원치 않았던 관점일지 모른다.

현실정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말처럼, 일대일로는 자신의 국제적 지위를 제고하고 진정한 대국이 되려는 중국에, 사적 기업의 이익을 중시하는 미국식 해외원조 모델 바깥에 존재하는 대안적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5) 문제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베이징 컨센서스의 대비에서 보이듯, 이러한 국가주도 발전이 과연 진정한 대안적 모델이 될 수 있느냐에 있다. 물론 유라시아 혹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지역에서 중국의 개입은 과거 식민지 모국이 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할 선택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일대일로가 미국과 일본의 지정학적 경제포위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남남 원조의 관점에서 우리는 역시 지지와 격려를 보내야 한다. 기성의 미일 정치경제 패권을 수성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수많은 싱크탱크처럼 이를 무시하거나 또다른 식민주의로 간주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일대일로에 대한 진정한 비판은 한때 중국공산당이 지녔던 제3세계정신을 불러낼 수 있느냐라는 질문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중국 대외원조 현황에 관한 더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존스홉킨스대학 교수인 데버러 브로티검(Deborah Brautigam)에 따르면, 인프라 건설 투자·일자리 창조·인력자원 배양·기술교류 용이화 등의 방식으로 중국이 진행해온 원조는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감소시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역할을 했다.6) 그러나 그녀 역시 최근 중국의 대외원조는 중국 자신의 개발경험 및 개혁개방 시기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가한 원조 형태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투자대상국의 토지경계를 따로 떼어내는 특구개발을 주요 경제개발전략으로 삼아, 특구에 중국의 노동자와 기술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에 투자대상국의 현지경제와는 큰 접점을 형성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러한 “아프리카의 선전(深圳, 개혁개방 시기 중국의 대표적 경제특구)” 경험은 정치경제적으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하며 중국 대외원조의 의미를 손상할 것이라 비판했다.

바꿔 말하면 이처럼 예외공간의 형태로 진행된 공업화는 단시간 내 경제 따라잡기를 가능케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유행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예외공간이 실험의 자유화(혹은 시장기제)로 존재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중국의 대외원조는 현지의 수많은 복잡한 정치경제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런 특구 형태는 현지의 경제정치와 만날 수 없다. 일종의 영지(enclave)가 되거나 심지어 열악한 작업조건 및 인권 훼손을 야기한다. 중국의 특구 경험은 일종의 특수한 정치경제적 조건 속에서 진행되었다. 다른 국가에는 중국과 유사한 조건이 보이지 않는다. 예외공간은 자금세탁과 부패의 공간이 되어 중국 대외투자 효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의미에서 중국은 과거 조공체제가 새로운 지정학적 경제의 맥락에서 어떤 실천적 가능성을 얻을 수 있을지 제대로 심사숙고해야 할는지 모른다. 굴기하는 대국으로서 중국에 다른 지정학적 고려가 없을 수는 없다. 공동번영을 추구하되 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선양하는 체제는 어쩌면 기성 미일 패권의 지정학적 상상을 넘어설 가능성을 지닐지 모른다. 일대일로는 바로 그런 계기가 될 것이다. 설사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주변 국가들과 새로운 대국관계를 수립하려는 속셈을 가졌다 하더라도 여기엔 실행 가능한 통치 모델이 필요하다. 중국은 건국 직후의 세계주의와 제3세계정신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번역: 백지운(白池雲)/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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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王緝思中國國際戰略評論』, 北京: 世界知識出版社 2012.

2) Henry Yeung and Weidong Liu, “Globalizing China: the rise of Mainland firms in the global economy,” Eurasian Geography and economics 49권 1호(2008), 57~86면.

3) John Agnew, “Looking Back to Look Forward: Chinese Geopolitical Narratives and Chinas Past,” Eurasian Geography and Economics, 53권 3호(2012), 301~14면.

4) 徐小紅中國對外經濟援助: 歷程特色與反思」, 『國際援助』 11권 1호(2014), 38~48면.

5) Francis Fukuyama, “One belt, one road: exporting the Chinese model to Eurasia,” Stanford Public Policy Program. https://publicpolicy.stanford.edu/news/one-belt-one-road-exporting-chinese-model-eurasia, 2016.5.19.

6) Deborah Brautigam, The Dragons Gift: the Real Story of China in Africa, Oxford University Press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