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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수열 金秀烈
1959년 제주 출생.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바람의 목례』 『생각을 훔치다』 『빙의』 등이 있음. kimsy910@naver.com
잔치커피
섬사람들은 장례식장에서도
잔치 커피를 마신다
달짝지근한 믹스 커피를
섬사람들은 잔치 커피라고 하는데
장례식장에 조문 가서 식사를 마치면
부름씨*하는 사람이 와서 묻는다
녹차? 잔치 커피?
잔치 커피, 하고 주문을 하는 순간
장례식장의 ‘장’자는 휙 날아가고
예식장 식당으로 탈바꿈한다
명복을 비는 마음이야 어디 가겠느냐만
왁자지껄 흥성스러운 잔치판이 된다
보내는 상주도 떠나는 망자도 조금은 덜 슬퍼진다
섬에서는
죽음도 축제가 되고
섬에서 죽으면
죽어서 떠나는 날이 그야말로 잔칫날이다
망자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도
달콤한 잔치 커피에 은근슬쩍 중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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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의 제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