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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해자 金海慈
1961년 전남 신안 출생.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 등이 있음. haija21@naver.com
종이 새
여자가 오르던 계단 맨 끝에 제단(祭壇)이 있었다
제상(祭床)을 든 여자 몸이 기일게 가늘어지더니
머리만 남긴 채 제단 아래로 꺼졌다 열린 두개골 천장에서
튀어나온 종이 새가 창밖으로 날아갔다
흰 깃발 겹겹 매단 새
흰 젖 같은 울음
한방울 묻지 않았다
아들 하나 데리고 여젓것 힘들게 살아왓지요. 힘을 아기지 안아습니다. 현장 갈이직 식은대로 군소리 하지 안고 칠냄새 톡톡 쏠 정도로 머리 심저 구토할 정도로 술 안 먹어도 취할 정도엿지요. 돈이 머냐 돈이 머야 하면서 열심히 햇지요. 시간도 갈이직 식긴대로 12시간 하라면 12시간 하고 철야 하라면 하고 특근 하라면 하고 사람이 딸리면 새깡작업도 햇습니다. 사시미 칼보다 날가론 기계로 나무도 짤랏지요. 서름움 서름운 남몰에 울게도 햇답니다……
삐뚤빼툴 여자의 육필 편지
철커덩철커덩
육중한 톱니바퀴 속으로 들어간다
얼비치는 청동 달빛 아래
얼굴 없는 귀신들
죽은 자 앞에 바쳐진 긴긴 노동
종이 새는 날아갔다, 갔다,
어디로,
아무도 묻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