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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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 安賢美

1972년 강원 태백 출생. 2001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곰곰』 『이별의 재구성』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등이 있음. aphrodite69@hanmail.net

 

 

 

한여름 밤의 우화

 

 

여기 국수 그릇처럼 퉁퉁 불어터진 사랑이 있다 그것은 알면서도 시작한 어떤 실패의 필경사를 자처하는 일이었으나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제 말에 제가 다쳐 피 흘리면서도 매번 불행을 거듭하는 어떤 무분별한 난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약꽃 옆에서 빛나는 어떤 환희

 

여기 국수 그릇처럼 퉁퉁 불어터진 여자가 있다 뚱뚱해도 여자는 회사도 다니고 자동차도 있고 자식도 있고 적금통장도 있는데 여자는 왜 안 행복하지? 불행이 특별히 많이 부족한 것 같지도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다면 마늘과 시간을 다 토해놓고 여자 따위는 되고 싶지 않다고 우는 곰 우는 곰

 

여기 국수 그릇처럼 퉁퉁 불어터진 이야기가 있다 만난 지 사흘째 결혼하고 여섯째 날 죽은 로미오와 줄리엣! 신분을 뛰어넘지 못해 죽음을 바쳐야 했던, 죽음을 바쳤기에 세기의 러브스토리가 된, 그리하여 아름다운 줄리엣은 가능하지만 아름다운 로미오도 가능하지만 이름도 신분도 없는 99%의 개돼지들은 죽음을 바쳐도 가능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