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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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 李謹華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칸트의 동물원』 『우리들의 진화』 『차가운 잠』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등이 있음. redcentre@naver.com

 

 

 

산갈치

 

 

바닥에 누운 산갈치 한마리

흙빛과 은빛이 드문드문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너는 산갈치구나

십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인다

발걸음이 너무 멀구나

산갈치는 끝나지 않는다

아가미에 손을 넣어

끌어당기려 했으나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나는 흙과 비늘을 반씩 뒤집어쓰고

더러운 손을 씻을 데가 없네

산갈치는 조용하고

나는 시끄러운데

귓구멍의 크기가 다른가보다

너는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일까

십문 십답을 넘어

답 없는 칸을 산갈치가 누웠네

바다는 멀고

마음은 한없이 푸른데

뜨거운 물 한 바가지가 절실해서

두렵다

나는 더러운 손을 펼쳐 들고

더이상 가지 못한다

산갈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